"억울한 희생...한반도 통일되는 그 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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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혁당> 4.9통일열사 36주기 대구 추모제 / "민간차원의 과거사 청산은 계속된다"

 

"4월, 아름답게 핀 진달래를 볼 때마다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4.9인혁당 희생자들 생각이 더욱 간절하고, 애달프고, 박정희가 원망스럽다"

이른바 '인혁당 재건위' 조작 사건으로 8년8개월 간 복역한 강창덕(83) 6.15대경본부 고문은 이같이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따스한 봄 햇살이 내리 쬔 9일 '인혁당' 조작 사건의 희생자들이 안장된 경북 칠곡군 현대공원묘지에서 '4.9통일열사 36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이곳 묘지에는 1975년 4월 9일 사형이 집행된 8명 가운데 도예종, 여정남, 하재완, 송상진 4명의 희생자가 안장돼 있다.

4.9통일열사 36주기에 참석한 유가족들이 희생자들의 묘지를 향해 절을 하고 있다. 이날 추모제에는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 회원을 비롯한 80여명이 참가했다 (2011.4.9)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4.9통일열사 36주기에 참석한 유가족들이 희생자들의 묘지를 향해 절을 하고 있다. 이날 추모제에는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 회원을 비롯한 80여명이 참가했다 (2011.4.9)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이날 추모제는 유족과 시민사회단체 회원, 정당인을 비롯해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혼, 제례, 추모식, 헌화 순서로 1시간가량 진행됐다. 특히, 희생자 유가족인 신동숙(도예종 부인), 배수자 (서도원 부인), 김광자 (이재형 부인) 씨도 참석했다.

강창덕 고문은 추도사를 통해 "해마다 진달래는 다시 피고 지는데, 한 번 세상을 떠난 4.9 인혁열사들은 다시 돌아오지 못 한다"며 "백두산부터 한라산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에 아름답게 핀 진달래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박정희 정권의 사법살인으로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4.9 인혁당 희생자들의 정신이 헛되지 않도록 머지않아 한반도가 통일이 되는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4.9통일열사 36주기 추모제가 열린 희생자 묘지에서 한 유가족이 헌화하고 있다 (2011.4.9)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4.9통일열사 36주기 추모제가 열린 희생자 묘지에서 한 유가족이 헌화하고 있다 (2011.4.9)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4.9통일열사 사건 희생자 유가족들이 제사상에 술잔을 올리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4.9통일열사 사건 희생자 유가족들이 제사상에 술잔을 올리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대구경북진보연대 백현국 대표는 "36년 전 아름다웠던 아내는 지금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됐다"며 "그러나 세상을 떠난 희생자들의 노동자와 농민, 민족을 위한 숭고한 정신은 아직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가오는 2012년에는 반드시 민족이 통일될 수 있는 기반을 닦는 해로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와 '4.9평화통일재단'의 향후 활동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함종호 부이사장은 "올해부터 대구의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는 유족과 관계자를 대상으로 구술 사업을 펼칠 예정이며, 서울의 '4.9평화통일재단'은 정부를 대신해 민간차원의 과거사 청산작업을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왼쪽부터) 추도시를 낭독한 오규섭 이웃교회 목사, 강창덕 6.15대경본부 고문, 백현국 대구경북진보연대 대표, 함종호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부이사장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왼쪽부터) 추도시를 낭독한 오규섭 이웃교회 목사, 강창덕 6.15대경본부 고문, 백현국 대구경북진보연대 대표, 함종호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부이사장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추도사에 앞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진혼식도 진행됐다. 지역 민족예술가 이상옥씨가 음악에 맞춰 흰색 바람개비가 달린 나뭇가지를 들고 묘지 주변을 돌며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한 뒤 바람개비를 떼어내 묘지 앞에 꽂아놓는 진혼 퍼포먼스를 펼쳤다.

지역 민족예술인 이상옥씨가 바람개비가 달린 나뭇가지를 들고 묘지 주변을 돌며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진혼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지역 민족예술인 이상옥씨가 바람개비가 달린 나뭇가지를 들고 묘지 주변을 돌며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진혼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인민혁명당(인혁당) 재건위 조작사건>은, 지난 1974년 중앙정보부가 "북한의 지령을 받아 인민혁명당 재건위를 구성해 국가전복을 꾀했다"고 발표한 뒤, 이듬 해 1975년 4월 8일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지 18시간 만인 4월 9일 사건 관련자 8명에 대해 사형이 집행된 사건이다. 국내외 법조계에서는 이를 '사법사상 암흑의 날', '사법살인'으로 부르고 있다. 특히, 이 사건으로 희생된 8명 가운데 도예종.서도원.송상진(영남대), 여정남(경북대)씨를 비롯한 4명이 대구경북 출신이다. 

1975년 4월 9일. 사형 선고 18시간 만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인혁당 재건위' 희생자들
1975년 4월 9일. 사형 선고 18시간 만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인혁당 재건위' 희생자들

이 사건은, 2002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직권조사를 통해 "중앙정보부의 고문과 증거조작, 공판조서 허위 작성, 진술조서 변조, 위법한 재판 등에 의해 조작됐다"고 밝힌데 이어, 2005년 12월 7일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도 "수사지침에 따라 고문과 가혹행위가 자행됐다"며 '사건 조작'을 인정했다.

이어, 서울중앙지법이 지난 2005년 12월 27일 '재심 개시'를 결정한 뒤 2007년 1월 23일 서울중앙지법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됐고, 검찰이 항소를 포기해 '무죄'가 확정됐다. 8명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지 32년 만이다. 그리고, 2007년 8월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인혁당 유족을 비롯해 4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가 희생자별로 20억-30억원씩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4.9 인혁당 재건위 사건 희생자들의 묘소 앞에 놓인 고인 17명의 영정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4.9 인혁당 재건위 사건 희생자들의 묘소 앞에 놓인 고인 17명의 영정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한편, 이날 오후 서울에서도 '4.9평화통일재단'이 주최한 36주기 추모제가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공연장에서 열렸으며, '4.9평화통일재단'과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공동주최한 '그 때 우리는 하나였다' 출판기념회도 함께 진행됐다. 이 책에는 1974년 민청학련사건 당시 일본 엠네스티 활동가들의 구명운동 내용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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