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핵 없는 지구를 원한다"
동성로 한 가운데 설치된 야외상설무대에 주황색 작업복을 입은 한 무리가 '방사능 위험'을 뜻하는 노란 표시가 그려진 검은 우산을 들고 나타났다. 이들은 '핵 없는 지구를 원해요'라는 문구가 한 글자씩 적힌 플랫카드를 손에 들고 '신규원전 건설 중단'과 '노후원전 즉각 폐기', '친환경에너지 개발'을 비롯한 반핵 구호를 외쳤다.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대구지역 환경단체가 '반핵'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날 퍼포먼스는 대구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5개 단체로 구성된 '핵 없는 세상을 위한 대구시민행동' 회원 11명이 참가해 대구백화점 앞 민주광장과 동성로 일대에서 오후 1시30분부터 30분가량 진행됐다.
지난 3월 11일 일본 동북부지방을 강타한 리히터규모 9.0의 강진에 따른 여파로 1,2,3,4호기가 연쇄 폭발한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능 물질이 계속 유출되고 있는 가운데,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원전 1호기와 4호기도 각각 12일과 18일 고장으로 가동을 중단했다. 후쿠시마 원전과 고리원전 모두 최근 수명을 연장했다. 현재 국내에는 경북 경주시와 울진군, 부산 기장군, 전남 영광군을 포함한 4곳에서 21기의 원자력발전소가 가동되고 있으며, 추가로 7기가 건설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단체는 오는 26일 체르노빌 원전폭발 25주기를 맞아 4월 마지막 주를 '핵 없는 세상을 위한 대구시민행동주간'으로 선포하고, ▶과도한 에너지 사용에서 비롯된 원전확대정책을 저지하기 위한 에너지절약 실천 ▶핵과 원전문제에 대한 스스로의 학습 ▶핵과 원전 반대를 위한 반핵 집회 주도적 참여 ▶원전을 반대하는 녹색후보 지지를 비롯한 '핵 없는 세상을 위한 시민행동지침'을 발표했다.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안재홍 사무국장은 "후쿠시마 원전사태로 인해 더 이상 원전이 친환경에너지, 깨끗한 에너지, 안전한 에너지가 아니라는 것이 증명됐다"며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과 중국이 신규원전 건설을 중단하고, 가동 중인 원전을 폐쇄해 핵 없는 동북아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천주교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박선희 생태환경소위원장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원전이 방사능 유출문제를 비롯한 각종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우리 아이들에게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기 위해 원전 가동을 중단하고 친환경 대체에너지 개발에 힘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퍼포먼스가 끝난 뒤 참가자들은 대구백화점 앞 민주광장부터 한일극장까지 동성로 일대를 한 바퀴 도는 거리행진을 진행했다. 비가 내린 탓에 오고가는 사람들은 적었지만, 몇몇 시민들은 발걸음을 잠시 멈춘 뒤 이들의 퍼포먼스와 거리행진을 관심 있게 지켜보기도 했다.
한편, 이들 단체는 23일 고리원전 앞에서 열리는 '반핵' 집회에 참석한 뒤 24일 중앙로에서 '지구의 날' 행사에 참가해 '반핵' 퍼포먼스와 선전전을 벌인다. 또, 26에는 체르노빌원전 26주기를 맞아 2.28기념공원에서 '반핵 영상 상영회'를 갖고, 5월 초순쯤 '일본 원전 안전 신화와 허구'라는 주제로 일본 원전기술자를 초빙해 강연을 가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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