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달성군의 한 자동차부품 생산업체에서 근무하는 박모(47)씨는 지난 2010년 6월 해머로 제품을 내리치는 작업을 하던 중 실수로 바닥을 치는 바람에 목과 허리 부분에 충격을 받았다. 그 뒤 목과 허리, 다리가 불편한 증상이 지속돼 지난 2010년 9월 병원에서 경추(목)디스크와 척수신경손상에 의한 척수병증 진단을 받고 한 달 뒤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박씨가 회사에서 작업을 하던 중 재해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복지공단 대구본부는 산재승인을 해주지 않았다. 요추부 MRI사진에서 퇴행성 병변이 관찰됨에 따라 두 질병이 자연적 악화로 인해 발병한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게 이유였다.
반면, 당시 박씨의 주치의는 "기존 경미한 퇴행성 변화가 있는 상태에서 헤머작업 도중 받은 충격으로 경추디스크와 척수병증이 발생했을 수 있다"는 소견을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박씨가 오랜 기간 동안 경추에 부담이 되는 작업을 해 온 점과 사고성이 결합된 재해였으나,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중첩된 퇴행성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단지 MRI상 퇴행성 병변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고경위를 면밀히 살펴보지 않고 불승인 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업무 중 재해를 입었음에도 산재보험을 적용받지 못하는 사례가 해마다 늘고 있다.
민주노총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산업재해법이 개정된 뒤 2010년까지 전국평균 산재승인률은 90.6%에서 88.8%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구지역은 2008년 89.2%에서 84.3%로 떨어져 전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업무상질병에 대한 대구지역의 산재승인률은 2008년 38.6%에서 2010년 31.6%로 감소했으며, 2010년 기준 전국평균 51.5%보다 20%가량 낮은 실정이다. 또, 뇌심혈관계와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전국평균 산재승인률도 2007년 55.3%에서 2010년 47.7%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는 27일 낮 근로복지공단 대구본부 앞에서 집회를 갖고 "산재보험 승인률은 감소하고 있는 반면, 근로복지공단은 지난해 1조2천억원의 순이익을 냈다"며 "산재보험이 진정 노동자를 위한 사회보험이 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에는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소속 노동자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 단체는 "산재보험을 확대해 근로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기존 산업재해법을 개정하라"며 ▶독립적 심사기관 별도 설치와 기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폐지 ▶산재보험승인과정의 심사 실시를 비롯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이어 "산재법 개정을 통해 객관적인 산재승인심사를 위한 별도의 독립적 심사기관을 설치해야한다"며 "산재승인절차와 결과의 적법성 여부도 함께 심사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업무상질병에 따른 산재보상과 요양기간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냈다. 김은미 국장은 "업무상질병의 특성상 뇌졸중을 비롯해 장기적인 요양과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에서 보상금액을 줄이거나 장기요양을 강제적으로 종결시키는 바람에 재해근로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산업재해법이 개정된 2008년 이후 산재승인률이 점차 낮아지고, 보상금액과 장기요양기간이 줄어드는 이유에 대해 김은미 국장은 "근로복지공단의 재정안정화정책 때문인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편, 대구지역 산재승인률과 관련한 답변을 듣기위해 금요일인 29일 오후 근로복지공단 대구지역본부에 연락했지만 "대구지역 전 지사 직원들이 참가하는 체육대회가 있어 담당자가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답변할 수 없으니 월요일쯤 연락해 달라"는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