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지문인식기' 인권침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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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근무 확인 용도...대구 교원.인권 단체 "사실상 강제" vs 교육청 "강요 아니다"

 

최근 대구시교육청이 교사들의 시간외근무시간 확인을 위한 지문인식기를 도입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지역 교원단체와 인권단체는 개인의 생체정보를 이용하는 것은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어 지문인식기 도입과 운용을 중단해야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대구시교육청은 시간외근무수당 지급의 투명성과 청렴도 향상을 위해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대구지역 교원단체와 인권단체로 구성된 '대구교육청 지문인식기 도입을 반대하는 인권단체 모임' 회원 11명이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교사의 인권을 침해하는 지문인식기의 도입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2011.05.03)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대구지역 교원단체와 인권단체로 구성된 '대구교육청 지문인식기 도입을 반대하는 인권단체 모임' 회원 11명이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교사의 인권을 침해하는 지문인식기의 도입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2011.05.03)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인권운동연대와 전교조 대구지부를 비롯해 대구지역 6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대구교육청 지문인식기 도입을 반대하는 인권단체 모임' 회원 11명은 3일 오전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교육청의 지문인식기 도입 중단을 요구했다.

"지문인식기...반 교육적, 불법적 인권침해"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개인의 지문은 고유한 신체 정보로써 이를 개시할 경우 정보인권을 위협할 우려가 있다"며 "설치의 적절성과 개인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 없이 강제적으로 지문인식기를 도입한 것은 반 교육적이고 불법적인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비판했다.

특히 "교육청이 '지문인식기 설치 유무' 항목에 평가점수를 배정해 각 급 학교 교장들이 경쟁적으로 지문인식기를 도입하고 있어 사실상 강제화하고 있는 형국"이라며 "인권을 침해하는  시간외근무시간 확인용 지문인식기 도입과 운영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 3월 '청렴도 향상 의지 평가' 항목에 '시간외근무 확인용 지문인식기 도입 여부'를 포함하고, 평가점수 2점을 반영한다는 내용이 담긴 '청렴도 향상의지 평가 추진계획' 공문을 각 학교에 발송했다. 앞서 2월에는 '반부패, 청렴대책 추진계획' 공문을 통해 각 학교별 청렴도를 평가한 뒤 상위 25% 학교에는 종합감사 면제를 비롯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하위 30% 학교에는 기획 감사 우선을 비롯한 패널티를 주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대구지역 일부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에서 지문인식기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대구교육청 지문인식기 도입을 반대하는 인권단체 모임' 회원들이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교육청의 교사 시간외근무시간 확인용 지문인식기 도입을 규탄하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대구교육청 지문인식기 도입을 반대하는 인권단체 모임' 회원들이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교육청의 교사 시간외근무시간 확인용 지문인식기 도입을 규탄하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현재 서울과 인천, 경기, 제주지역 일부 학교에서 지문인식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지만, 일선 교육청이 직접 청렴도 평가 항목에 설치여부를 포함시켜 권장하는 경우는 대구시교육청이 유일하다. 다만, 지난 2005년 전북도교육청이 도내 일부 중.고등학교의 급식시설에 지문인식기를 설치했으나, '인권침해'와 '절차위반'을 이유로 국가인권위의 권고를 받고 철회한 사례가 있었다.

당시 국가인권위는 교육부장관에게 "지문인식기 설치 행위는 적법절차를 위반했을 뿐 아니라, 인격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하므로 이러한 시스템이 무분별하게 도입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인권, 편의성과 효율성 이유로 무시될 수 없는 가치"

전교조 전형권 대구지부장은 "교육청이 감시와 감독의 역할만 제대로 한다면 시간외근무수당의 부당지급을 막을 수 있다"며 "토론회와 공청회를 비롯한 교사들의 의견 수렴과 타 시도 사례 검토를 비롯한 고민 없이 지문인식기 설치 확대를 위해 청렴도 평가에 포함시킨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인권행동 이주영 상임활동가는 "지문과 홍채를 비롯한 생체정보는 절대 변하지 않는 치명적인 정보"라며 "개인의 고유한 정보가 누설될 경우 악용될 소지가 있으며, 개인 프라이버시도 침해당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구시교육청이 인권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인권은 편의성과 효율성을 이유로 쉽게 무시할 수 없는 가치"라고 말했다.

인권운동연대 서창호 상임활동가는 "청렴도와 지문인식기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대구시교육청이 교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하고 있다"며 "교사의 기본적인 인권과 자존심이 무참히 깨지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대구NCC 박한서 총무, 인권운동연대 서창호 상임활동가, 전교조 전형권 대구지부장, 한국인권행동 이주영 상임활동가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왼쪽부터)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대구NCC 박한서 총무, 인권운동연대 서창호 상임활동가, 전교조 전형권 대구지부장, 한국인권행동 이주영 상임활동가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이에 대해 대구시교육청은 시간외근무수당 지급의 투명성과 청렴도 향상을 위해 지문인식기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교육청 "지문인식, 가장 확실하고 효율적, 제고해 보겠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간담회 자리에서 대구시교육청 이병하 감사담당관은 "그동안 일부 교사들이 부정한 방법을 이용해 시간외근무수당을 타낸 사실이 적발된 사례가 많았다"며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만큼 단 1원이라도 부정하게 지급되면 안 된다는 취지로 지문인식기를 도입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기존 수기방식과 IC카드방식에 비해 지문인식방식이 가장 확실하고 효율적"이라며 "수년 전부터 교육청을 비롯한 공공기관과 일반 사기업에서 사용해왔지만, 정보유출을 비롯한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권침해 논란에 대해 "인권보호의 측면을 일부 반영해 지문등록에 동의하지 않는 교사들에게 강요하지 않도록 추가지시를 내렸다"며 "기자회견과 간담회에서 나온 의견에 대해 다시 한 번 제고해 보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대구시교육청 이병하 감사담당관과 간담회를 갖고 '지문인식기 도입 중단'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기자회견이 끝난 뒤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대구시교육청 이병하 감사담당관과 간담회를 갖고 '지문인식기 도입 중단'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한편, 전교조 대구지부는 지난 4월 27일 '시간외근무수당 확인용 지문인식기 도입'에 대한 진정서를 국가인권위 대구사무소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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