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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in 1994, 지미 카터 방북의 기대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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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현 / "대화와 협상에 수 많은 전제...누가 평화를 거부하는가"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도 어느덧 물러나고 온 산하에 진달래가 지천으로 피었다. 봄이 올 것 같지 않던 한반도에도 기어이 봄이 올련가? 전직 국가원수들을 대동하고 방북하는 지미 카터가 천안함.연평도, 그리고 북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 가동으로 팽팽해진 한반도 긴장의 끈을 풀고 평화의 봄을 가져오리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방북결과에 따라 지난 4월 7일의 김계관 방중에 이은, 지난 4월 16일 1박 2일정의 클린턴 방한으로 북중과 한미가 6자 회담이 재개조건을 두고 조정국면을 거친 이후 본격적인 6자회담 재개를 둘러싼 협상국면으로 들어설 것이냐 파탄이냐가 결정될 것이다. 한반도의 정세가 긴장고조와 전쟁불사 국면으로 갈 것인지 긴장완화와 평화체제 구축의 길로 갈 것인지를 가늠하는 분수령에 들어서고 있다.

긍정적 신호와 부정적 신호

 다행히 북중과 한미의 조정을 통해 6자 회담으로 가는 경로는 합의가 되었다.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을 거쳐 북·미 직접대화를 하고 6자회담으로 간다는 이른바 3단계 방식이다. 북도 남도 이런 경로 자체에는 반대를 하지 않으니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경로와 형식이대충 합의가 된 것이다.

미국이 북의 식량난을 해소하기 위해 식량지원을 할 의사도 계속 확인되고 있다. 물론 부정적 요소도 있다. 미국이 지난 19일 북한 상품과 서비스, 기술 등의 직간접적인 수입이 금지되고 이를 어기면 제재하는 새 행정명령을 발효한 것이다. 물론 마크 토너 국무부 부대변인은 19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이 행정제재가 "무기수출통제법(AECA)에 따른 기존 제재의 연장"이며 절차의 단순 갱신"에 불과한 것이라고 6자회담 재개의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도록 파장을 최소하하려고 했다. 또한 이날 마크 토너 국무부 부대변인은 대화재개를 위해 "북한이 천안함 사건에 대해 사과를 해야만 한다고 말한 적은 없다"고 해 천안한 사건에 대한 북의 사과가 6자회담의 재개조건이 아님을 처음으로 밝히기도 했다.

<내일신문> 2011년 4월 25일자 6면(국제)
<내일신문> 2011년 4월 25일자 6면(국제)

중국은 물론 이번 기회를 살리기 위해 적극적이다. 6자회담 중국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한반도사무특별대표를 26일, 1박 2일 일정으로 보내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 협의할 예정이다.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 정세의 안정화를 위해 적극 협력하고 있다. 이는 지난 1월 미중정상회담 이후의 일관된 방향이다.

한반도 주변의 정세는 분명 긴장고조가 아닌 평화와 안정, 대결과 갈등을 통한 대화 결렬이 아닌 타협과 협상을 통한 대화재개의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남과 북, 그중에서도 남의 잘못된 기대와 어긋난 판단이다.

남북대화와 협상, 한반도 평화와 안정의 걸림돌

1994년 북이 영변 핵연료봉 추충을 시도하자 미국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군사공격을 추진함으로써 이른바 ‘1차 북핵위기’가 조성된다. 이때 지미 카터가 전격방북해 김일성주석과의 회담을 통해 문제해결의 돌파구가 마련된다. 이번 지미카터의 방북을 통해서도 우리는 그가 김정일 위원장과 회담을 통해 이러한 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것이 again 1994를 기대하는 요인이다.

문제는 한국이 역할이 다시 1994년과 같은 형태를 띠게 될 것이라는 우려이다.  
지난 1993년 11월 김영삼 대통령은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의 ‘일괄타결안’을 수용하려 하자 이에 정면 반대해 협상을 파탄시킨다. 1994년 10월에도 북미가 주고받고식 협상을 추진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던 제네바합의 내용에 반대의사를 밝힌다. 그러나 이러한 김영삼 대통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북은 핵활동을 중단하고 검증가능한 사찰을 수용하고 미국은 북에 대한 안전을 보장하고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하는 제네바합의에 북미는 합의하고 만다. 김영삼 정부는 정작 한반도를 둘러싼 중요한 결정과정에 참여하지 못하고 경수로 비용 90%만 부담하게 되고 만다. 이후에도 김영삼 정부는 ‘북한붕괴 임박론’에 기대를 걸면서 남북관계는 완전파탄에 이르고 만다.

이명박 정부가 김영삼 정부와 같은 길을 걸을 것 같아 불길하다. 이미 그런 조짐이 보인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21일 오전 10시 이화여대에서 열린 학술회의 축사에서 “북한이 자신의 군사적 도발에 대해 책임있는 모습을 내놓아야 할 것”이고 “비핵화로 가겠다는 구체적인 조치들을 내놓아야 한다”며 천안함, 연평도 사건과 비핵화에 대한 선조치가 남북회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아사히신문>이 25일 서울발 보도에 따르면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지난 17일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을 직접 타진했으나 이 대통령은 '예비협의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고 한다.

심지어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한번 만나면 어떨까'라고 타진했으나 이 대통령은 '북쪽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을 때까지 만날 수 없다'고 하고 대북 인도적 식량지원에 대해서도 천안함, 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없이는 곤란하다"는 뜻을 표명했다고 한다.

대화와 협상에 수많은 전제조건을 걸어놓고 이것이 해결되기 전에는 대화와 협상을 하지 않겠다면 대화와 협상이 왜 필요한가? 얽히고 설킨 문제를 풀고 쌍방의 주장에 대해 타협하고 조정하기 위해 협상의 장이 필요한 것 아닌가?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대화와 협상에 나설 생각이 없음이 분명해지고 있다. 오직 북의 굴복을 요구하고 있을 뿐이다. 당장의 남북관계를 파탄내면서 10조원대의 ‘통일기금’을 시드머니(대북지원 종잣돈)로 적립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니 과연 이정부가 제정신인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헛된 북한붕괴 임박론을 맹신하지 않는다면 이런 어처구니 없는 발상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쯤 되면 남북대화와 협상,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누가 거부하는지 분명하지 않은가? 






[평화와 통일]
김두현 / 평화뉴스 객원기자.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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