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정치권력의 언론 침해, 심각한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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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강연 / "언론, 주요 뉴스 빼거나 물타기...조중동 종편, 절망스럽다"

 

"이명박 정권이 방송을 장악한 뒤 언론이 신종 왜곡보도를 하고 있다"

정연주 전 KBS사장은 6일 저녁 경북대에서 열린 강연에서 이같이 말하며 언론의 왜곡보도를 비판했다. 정연주 전 사장은 "지난 4.27 재보선 당시 엄기영 강원도지사 후보의 '불법 콜센터 운영' 사건을 MBC가 로컬(지역)뉴스 시간인 9시 30분에 보도했다"며 "지역에 있는 분들은 민감한 뉴스를 아예 접할 수 없게 장난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이 사실보도를 하지 않는데다 중요한 뉴스를 대부분의 국민들이 보지 못하게 하거나, 아예 빼버리거나, 물타기를 하는 등 신종 왜곡을 일삼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분단체제, 우리시대의 언론 바로보기>를 주제로 한 이날 강연은 '5.18 구속부상자회 대구경북지부', '5.18 민중항쟁31주년기념 대구경북행사위원회',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대구경북본부', 대구경북진보연대를 비롯한 4개 단체가 마련한 '평화통일 연속 강좌'의 첫 번째 순서로 대학생과 시민 100여명이 참석했다.

'분단체제, 우리시대의 언론 바로보기'를 주제로 한 정연주 전 KBS사장의 경북대 강연 (2011.05.06)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분단체제, 우리시대의 언론 바로보기'를 주제로 한 정연주 전 KBS사장의 경북대 강연 (2011.05.06)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정연주 전 사장은 이날 강연에서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고 여론을 왜곡시키는 요소들로 ▶정치권력과 자본권력, ▶상업주의적 선정주의(센세이셔널리즘), ▶이념적 편향성과 경직성, ▶정치권력 집단을 꼽았다.

편집권 저해 요인 '정치권력' 1995년 2.9% → 2010년 87.4%

정 전 사장은 조선일보 노조의 설문조사와 연합뉴스 노조의 설문조사, '국경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를 예로 들며 "이명박 정권 들어 정치권력에 의한 언론자유의 침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지난 1995년 조선일보 노조가 본사 기자 154명을 상대로 '편집권 독립 여부'를 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53.9%가 '독립돼 있지 못하다'고 답했다 ('매우 독립돼 있지 못하다' 49.4%, '독립돼 있지 못하다' 4.5%, 보통 33.8%, 독립 11.7%, 매우 독립 0%). 또, '편집권 독립의 저해요인'으로는 경영진을 비롯한 사내 압력이 83.4%를 차지했으며, 정치권력은 2.9%를 차지했다 (경영진 61.4%, 중간 간부 22.4%, 광고주 6.9%, 정치권력 2.9%).

반면, 지난 2010년 9월 연합뉴스 노조가 조합원들을 상대로 '연합뉴스 보도가 정치권력에서 자유로운가'라고 물은 설문에서 무려 87.4%가 "자유롭지 못하다"고 답했다 ('자유롭지 못하다' 50.9%, '매우 자유롭지 못하다' 36.5%). 또, '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도 2006년 31위에서 2007년 39위, 2008년 47위, 2009년 69위로 계속해서 떨어졌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의 이날 강연에는 대학생과 시민 100여명이 참석해 2시간가량 진행됐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정연주 전 KBS 사장의 이날 강연에는 대학생과 시민 100여명이 참석해 2시간가량 진행됐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정연주 전 사장은 이 같은 '정치 권력'과 함께 '언론의 선정주의'와 '소설쓰기'도 "왜곡보도에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전 사장은 "언론에서 재보선 투표율이 낮은 이유에 대해 국민들이 정치에 대한 혐오감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보도했지만, 그 혐오감은 언론이 심어 놓은 것"이라며 "국회에서 여야가 다투는 것에 대해 어떤 정책과 현안이 이슈가 됐는지를 먼저 말하지 않고, 싸움 자체만 보도해 국민들이 혐오감을 느끼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치 일제 식민지 시절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우리나라에 식민지사관을 심었던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정치 혐오증을 국민들에게 심어놨다"고 말했다.

"나는 코드인사, 김인기 KBS사장은 직계인사"

이어 KBS사장 임명과정의 코드인사 논란과 관련해 일관성 없는 언론의 보도태도를 비판했다.
정연주 전 사장은 "내가 KBS사장이 됐을 때 '코드인사' 논란이 있었는데 나는 '코드인사'가 맞다"며 "노무현 대통령과 같은 개띠인데다 군부정권을 겪으면서 '국민의 편에서 싸울 것인가', '침묵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세상을 보는 가치가 비슷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언론인의 역할만 했을 뿐 캠프에는 들어가지 않았다"며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시절 방송전략실장이었던 김인기 KBS사장의 경우 코드인사가 아닌 직계인사"라고 말했다.

이어 "고 노무현 대통령의 후보자 시절 막판에 언론특보로 활동한 서동구 전 KBS사장에 대해 동아일보가 당시 사설을 통해 '노무현 후보의 당선을 위해 뛴 언론고문이다. 사장에 임명 될 경우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고 했다"며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 캠프에서 방송전략실장을 지낸 김인기 KBS 사장의 임명 당시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방송팀장으로 활동해 대통령의 신뢰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청와대의 신뢰를 바탕으로 KBS 개혁과 공영방송으로서의 정체성 확립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고 말했다.

정 전 사장은 "보수와 진보의 이념을 떠나 언론은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며 "필요에 따라 말을 바꾸는 것은 언론이 아닌 프로파간다(선전)일 뿐"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종편...비판기능 없는 일본 언론처럼 될 것"

올해 하반기 시행될 예정인 '종편'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정연주 전 사장은 "이명박 정부가 무리하게 미디어 악법을 통과시킨 이유는 일본의 방송모델을 따라하려는 의도"라며 "일본 공영방송 NHK는 예산을 국회에서 승인받기 때문에 비판기능이 없고, 철저히 오락적인 민영방송은 저널리즘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조.중.동의 종편채널도 일본의 민영방송처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주 전 KBS 사장
정연주 전 KBS 사장

특히 "일본에서 보수세력이 50여년동안 집권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비판기능이 사라진 방송 때문"이라며 "현재 언론의 90%가 한 쪽으로 기울어 상황에서 조.중.동에게 방송까지 내어 준 현실이 절망스럽다"고 말했다.

"현 정부에 마음 떠난 20대, 투표 통해 주체적으로 참여하길"

정연주 전 사장은 20대 젊은 층에서 찾은 희망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정 전 사장은 "신문과 방송 대신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는 20대 젊은 층이 조.중.동에 익숙한50대 아버지 세대들과 완전히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며 "반값 등록금과 세종시, 과학벨트, 신공항 백지화 같은 이슈들이 누적돼 결국 20대들의 마음이 현 정부에서 떠났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사회적, 문화적 토양을 만들기 위해서는 투표를 해야 한다"며 "세상을 바꾸는 데 주체적으로 참여할 것"을 당부하고 강연을 마쳤다.

지난 1946년 경주에서 태어난 정연주 전 KBS 사장은 경주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70년 동아일보에 입사한 정연주 전 사장은 74년 말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와 관련해 이듬해 동료기자 130여명과 함께 해직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씨알의 소리' 편집장을 지냈으며, 89년 휴스턴대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88년 동아일보 해직기자들이 주축이 돼 창간한 한겨레신문의 워싱턴 특파원으로 11년간 근무한 뒤 2000년 귀국해 한겨레신문 논설주간을 지냈다. 2003년부터 2008년 8월까지 KBS사장을 지냈으며, 지난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정 전 사장을 해임해 논란이 됐다. 그 뒤 해임무효소송을 제기해 1심과 2심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받았으며 현재 대법원의 판결만을 남겨두고 있다. 

한편, '평화통일 연속 강좌'는 15일 '5.18 민중항쟁 31주년 광주순례'를 진행하고, 20일 '한반도 평화의 과제'를 주제로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가 두 번째 강연을 가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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