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원전 전문가가 던진 경고 메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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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원전 설계자, 반핵운동가 대구 강연 / "원전, 완벽한 제어는 불가능"

 

"지진과 쓰나미가 무서운 게 아니라, 원전 그 자체가 무서운 것이다"

전 도시바 핵발전소 격납용기 설계자 고토 마사시씨는 이같이 말하며 원전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마사시씨는 "대형사고의 경우 대부분 한 가지 원인이 아닌,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겹치면서 발생한다"며 "일본 원전의 경우도 지진과 쓰나미를 비롯해 여러 상황을 감안해 설계했지만 결국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막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원자로 안에는 대량의 방사능과 어머 어마한 에너지가 있다"며 "이중, 삼중으로 안전정치를 해 놓는다 해도 예측 불가능한 자연재해 앞에서 인간의 힘으로 원전을 100% 제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 핵발전소 설계자에게 듣는 후쿠시마 핵사고의 진실'을 주제로 한 일본 원전 격납용기 설계자였던 고토 마사시씨와 일본 반핵운동가 사와이 마사코씨의 강연이 시민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교대에서 2시간가량 진행됐다 (2011.05.01)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일본 핵발전소 설계자에게 듣는 후쿠시마 핵사고의 진실'을 주제로 한 일본 원전 격납용기 설계자였던 고토 마사시씨와 일본 반핵운동가 사와이 마사코씨의 강연이 시민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교대에서 2시간가량 진행됐다 (2011.05.01)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일본의 핵발전소 격납용기 설계자 고토 마사시씨와 반핵운동가 사와이 마사코씨의 강연이 11일 대구에서 열렸다. '일본 핵발전소 설계자에게 듣는 후쿠시마 핵사고의 진실'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강연은 80여명의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교대에서 2시간가량 진행됐다.

1989년부터 19년 동안 일본의 전기기기 제조업체 (주)도시바에서 근무하며 원자로 격납용기를 설계한 고토 마사시씨는 주로 후쿠시마 원전의 사고와 방사능 유출 경위에 대해 강연했다.

효율 좋은 원전, 엄청난 발열량 제어 안 돼 사고 발생

고토 마사시씨는 후쿠시마 원전의 사고 경위를 설명했다.
그는 "일본 원전의 경우 지진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제어봉이 원자로 안에 들어가 가동을 멈추게 돼 있다"며 "후쿠시마 원전도 당시 제어봉이 제대로 작동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동이 멈추더라도 연료봉의 열 에너지가 엄청나기 때문에 오랜 시간 동안 냉각을 시켜줘야 한다"며 "후쿠시마 원전의 경우 냉각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사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 1,2,3,4호기에서 차례로 발생한 수소폭발과 방사능 유출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냉각수가 증발해 바깥으로 노출된 연료봉의 외부 피복이 녹으면서 수증기와 반응해 수소가 발생하고, 외부 산소와 만나 폭발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우라늄 연료 20톤은 석유 30만톤 분량과 맞먹는 열을 발생시킨다. 원전이 효율이 좋다는 게 이 때문이다. 격납용기 내부의 높은 온도 때문에 핵연료봉을 둘러싼 지르코늄 합금이 녹아 수증기와 반응하면서 수소가 발생했다. 이 수소가 격납용기 외부로 유출돼 바깥의 산소와 반응하면서 폭발을 일으키게 됐다" (고토 마사시)

"후쿠시마 원전 '격납용기 폭발' 최악 상황 면했지만, 잠재적 피폭 위험"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유출에 대해 마사시씨는 "원래 격납용기는 방사능을 가둬두는 역할을 하지만 유사시 격납용기 내부 압력이 높아질 경우를 대비해 압력유출밸브가 있다"며 "후쿠시마 원전의 경우 높은 온도와 압력으로 격납용기가 폭발할 위험이 있어 압력유출밸브를 개방해 내부 수증기와 방사능을 함께 배출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1989년 (주)도시바에서 원전 격납용기 설계자로 19년 동안 근무한 고토 마사시(왼쪽)씨와 반핵단체 '일본 원자력자료정보실' 사와이 마사코(오른쪽)씨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지난 1989년 (주)도시바에서 원전 격납용기 설계자로 19년 동안 근무한 고토 마사시(왼쪽)씨와 반핵단체 '일본 원자력자료정보실' 사와이 마사코(오른쪽)씨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특히 "격납용기가 폭발하면 원전 주변지역의 주민 절반가량이 방사능 장애로 사망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후쿠시마 원전의 경우 격납용기 폭발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출된 방사능은 제거할 수 없고 단지 희석시키는 것 뿐"이라며 "어딘가 방사능이 집중적으로 모여 있는 '핫 스팟'을 계측기로 계측하고 표시해 두지 않으면 일반 시민들이 장소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잠재적 피폭의 위험에 상시적으로 노출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판 정신 잃은 일본 언론, 내부 비판 없는 원전산업 종사자 책임 있다"

마사시씨는 "일본에서는 이미 오래 전 부터 이 같은 원전의 위험성을 구체적인 예를 들어 경고했지만, 반핵운동가들의 주장이라는 이유로 무시해 왔다"며 "비판정신을 잃은 매스컴과 내부비판이 없는 원자력산업 종사자들도 이번 사태에 일정한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1986년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25년 동안 반핵운동가로 활동한 사와이 마사코씨는 주로 현재 후쿠시마 지역의 상황과 방사능 피폭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했다.

마사코씨는 "지금도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계속되고 있다"며 "앞으로 일본의 발암율과 방사능 장애가 급증하게 될 것"이라고 걱정을 나타냈다. 그는 "현재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주변 반경 3km이내 외부인 출입금지, 20km이내 주민 강제 퇴거, 30km 이내 계획적 피난구역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그러나 30km 바깥지역에도 방사능 상당히 높은 수치 보이고 있어, 후쿠시마현 주민들의 경우 집에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대량의 방사능 피폭 감수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얼마나 많은 작업원들 피폭 당할지 상상 못 할 정도"

특히, 후쿠시마 원전 작업원들과 일반 시민들의 방사능 피폭 위험성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에 대해서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 정부가 특수한 상황이라는 이유로 일반적인 연간 방사성허용선량을 훨씬 웃도는 기준치를 인정하고, 별 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일본 문부성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후쿠시마현의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에 연간 방사능 피폭허용선량인 1mSv(밀리시버트)를 훨씬 넘어선 20mSv까지 인정하고 있다. 일반 성인에 비해 방사능 피폭에 훨씬 약한 어린이, 청소년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또, 일본 정부는 사고 수습에 투입된 작업원들에게 원전노동자 연간 방사능 피폭허용 기준치인 20mSv의 10배가 넘는 250mSv까지 피폭 당해도 어쩔 수 없다는 기준을 정해놓고 있다. 최소 6개월에서 1년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사고 수습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작업원들이 피폭을 당할지 알 수 없다" (사와이 마사코)

"원전 완벽 제어 불가능" 경고

두 원전 전문가는 한국 원전에 대한 우려와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고토 마사시씨는 "한국 정부처럼 일본 정부도 원전이 안전하다는 말을 계속 해왔지만, 결국 사고가 났다"며 "지난 1979년 사고가 발생한 미국 쓰리마일 원전과 같은 가압형 중수로를 사용하는 한국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어 "원전의 완벽한 제어는 현재 기술에서 불가능 하다"며 "만약 한국의 원자로가 안전하다면 어디까지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지 한국 정부가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와이 마사코씨는 "이번 후쿠시마 사태에서 전력생산을 원전에 너무 의존하고 있었다"며 "우리가 평소에 사용하는 전기를 줄인다면 위험한 원전을 굳이 늘리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특히 "원전의 위험성과 효율성을 놓고 찬성과 반대의 세력들이 서로 다투는 사이 또 다른 원전 사고가 발행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연에 참석한 시민 80여명이 고토 마사시씨와 사와이 마사코씨의 강연을 듣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강연에 참석한 시민 80여명이 고토 마사시씨와 사와이 마사코씨의 강연을 듣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한편, '에너지정의행동'이 주최하고 '핵없는 세상을 위한 대구시민행동'이 주관한 이날 강연은 전국순회 특별강연의 첫 순서로 열렸으며, 경주와 부산(12일), 창원(13일)에서 같은 내용의 강연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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