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의 현실이 안타깝다"
5.18민중항쟁 31주년을 맞아 대구에서 열린 기념문화제에서 '5.18구속부상자회 대구경북지부' 백현국 지부장은 이같이 말하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백현국 지부장은 "대구 출신의 한 변호사와 보수단체가 '80년 5월 북한 특수부대 600여명이 광주에 내려와 시민들을 학살했다'는 주장과 함께 '5.18민중항쟁 기록물'의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를 반대하고 있다"며 "2011년 5월의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10년 전 대구에서 5.18 기념행사를 처음 시작했을 때 일부 시민들에게 '빨갱이', '광주가서 살아라'는 소리를 듣곤 했다"며 "지금은 대구시민들의 인식이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5.18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특히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역사라는 과거의 거울을 잘 닦아야 한다"고 말했다.
<5.18 민중항쟁 31주년 기념문화제>가 18일 저녁 대구 2.28기념공원에서 열렸다. ▶민중의례 ▶기념사 ▶문화예술공연 순으로 진행된 이날 문화제는 시민사회단체 회원과 시민, 대학생 100여명이 참석해 31년 전 5.18민중항쟁의 의미를 되새겼다.
백현국 지부장은 기념사에서 "5.18은 광주만의 학살이 아니다"며 "5월 17일 계엄령을 전국에 확대한 전두환 정권이 5.18사태를 막을 수 있는 사람들을 구속하고,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지세력인 광주 시민들을 학살하고, 언론통폐합을 통해 광주학살의 실태를 전 국민이 알 수 없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5.18민중항쟁을 통해 잘못된 권력에 항쟁하는 '저항정신'과 '대동단결'의 교훈을 얻었다"며 "다가오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을 통해 국민을 통치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정부가 아닌, 국민을 섬기는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5.18민중항쟁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난도 이어졌다. 백현국 지부장은 "카이스트 개교40주년 기념식에는 참석하면서 5.18민중항쟁 기념식에는 3년째 참석하지 않고 있다"며 "이것이 2011년 5월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최수환(대구민예총 회장) 공동대표는 "51년 전 대구에서 일어난 '2.28학생운동'과 '4.19혁명', 80년 '5.18민중항쟁', 87년 '6월 항쟁'을 비롯해 오랜 역사동안 청년과 학생, 시민들이 정의로운 사회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이 땅의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지금 청년들이 삶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들이 자녀를 경쟁으로만 내몰고 있다"며 "먼저 돌아가신 분들이 희망하던 세상을 만들기 위해 경쟁 보다는 올바른 세상,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법을 자녀들에게 가르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함께하는 대구청년회 강종환 대표가 사회를 맡은 이날 문화제는 시 낭송과 마임, 크로스오버 밴드 연주를 비롯해 다채로운 공연으로 꾸며졌다. 창작합주단 '여음'의 '우리가 원하는 우리나라', '아리랑' 연주와 노래를 시작으로 권미강씨의 시 '5월의 노래', '5월 산불' 낭송, 민족예술인 이상옥씨의 마임, 크로스오버 밴드 '씨밀레'의 공연으로 끝을 맺었다.
특히, 크로스오버 밴드 '씨밀레'가 가야금, 신디사이저, 베이스기타, 드럼을 비롯한 전통악기와 서양악기가 한데 어우러진 연주를 선보이며 팝송 '렛 잇 비', '오버 더 레인보우', '플라이 미 투 더 문'과 민요 '너영나영'을 노래하자 공원 주변에 있던 시민들이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이날 문화제는 '5.18민중항쟁 31주년 기념 대구경북행사위윈회'와 '5.18구속부상자회대구경북지부', 대구경북진보연대의 공동주최로 열렸으며, 범민련 대경본부 한기명 의장, 10월항쟁유족회 이성번 사무국장, 예술마당솔 손병열 대표, 장애인지역공동체 박명애 대표, 대구여성회 김명순 상임대표, 민주노동당 이병수 대구시당위원장, 송영우 사무처장을 비롯한 시민단체 회원과 지역 정당인 10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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