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이 지난 1978년 칠곡군 왜관읍 캠프 캐럴 미군기지에 고엽제 250드럼을 묻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대구경북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정당이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대구경북진보연대와 대구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대구환경운동연합, 민주노동당 대구시당, 경북도당을 비롯한 5개 단체 회원, 정당인 20여명은 20일 오후 캠프 캐럴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매립한지 30년이 지난 드럼통의 부식 우려와 고엽제로 인한 토양, 지하수 오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사실로 드러날 경우 엄청난 환경재앙이 예상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정부는 주한미군의 환경파괴행위에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낸 적이 없고, 미국 정부와 주한미군도 제대로 된 사과와 보상은커녕 정화비용을 한국 정부에 떠넘겨왔다"며 "왜관 미군기지의 맹독성고엽제 매립의혹에 대해 진상조사를 철저히 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특히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조사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 ▶고엽제 매립의혹에 대해 국정조사를 실시할 것 ▶주한미군의 사건 은폐, 축소 금지와 국민에 대한 사죄 ▶정부의 오염지역 정화와 피해주민 보상 ▶전국 미군기지에 대한 환경조사를 실시할 것을 강하게 촉구했다.
대구경북진보연대 백현국 대표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월남에 고엽제를 뿌린 미국이 주둔지인 한국 땅에 고엽제를 묻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미국과 주한미군이 사과와 보상을 하지 않으면 어떠한 행동도 불사할 것"이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또 "더 이상 미국의 종이 아닌 떳떳한 자주 국민으로 살아가야 한다"며 "한민족이 대동단결해 자주적인 통일을 하는 것이 이 땅에 미군이 주둔할 수 있는 명분을 없애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백창욱 목사는 "이번 사태로 미군이 남한의 안보가 아닌, 오직 자국민의 이익을 위해 주둔한다는 것이 다시 한 번 증명됐다"며 "캠프캐럴의 고엽제 불법매립 사건을 보면서 정말 한국이 주권국가가 맞는지 회의를 떨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주한미군의 필요성과 철수여부에 대해 근본적으로 생각해야 할 때"라며 "오늘부터 모든 통일운동과 활동이 주한미군 철수 문제에 모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 단체는 이날 오전에 있었던 정부와 지자체의 현장조사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내뱉었다.
대구경북진보연대 김선우 집행위원장은 "이날 오전에 있었던 환경부 조사단의 현장조사는 미군부대 옆 하천을 한 번 둘러보는 것과 부대 안이 잘 보이는 곳에 올라가 사진 찍는 게 전부였다"며 "제대로 된 현장조사 없이 대책회의가 무슨 소용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백창욱 목사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 확인"이라며 "캠프 캐럴 안에 직접 들어가 전직 미군들이 증언한 매립 의혹에 대해 진위여부를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왜관 미군기지 고엽제 매립의혹은 지난 16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지역방송 KPHO-TV가 캠프 캐럴에 근무했던 주한미군 3명의 증언을 방송하면서 시작됐다.
이들 전직 주한미군 3명은 방송에서 "지난 1978년 부대 내에 도시 한 블럭 규모의 땅을 파고, 밝은 오렌지색 글씨로 '베트남 지역 컴파운드 오렌지'라고 적힌 55갤런(약 209리터) 크기 드럼통 250여개를 묻었다"고 증언했다. 또, 현재 웨스트버지니아에 살고 있는 전직 주한미군 트라비스씨는 이 방송에서 "당시 실수로 드럼통에서 새어나온 물질에 노출된 뒤 온 몸에 붉은 발진이 생기는 등 건강에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이들 단체는 이날 오후 12시30분부터 1시30분까지 왜관 캠프 캐럴 미군기지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도 함께 진행했으며, 고엽제 매립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과 문제해결이 이뤄질 때까지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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