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8년 경북 칠곡 왜관 미군기지에 고엽제로 쓰이는 독성물질을 매립했다는 주한미군 출신의 증언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비슷한 시기에 주한미군 부대에 다이옥신 제초제를 모두 없애라는 명령이 일제히 내려졌다는 또다른 증언이 나와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24일 퇴역 주한미군 인터넷 사이트인 '한국전 프로젝트'(Korean War Project)에 따르면 지난 1977년 1978년까지 미 육군 2사단 사령부에서 복무한 래리 앤더슨은 "그 무렵 2사단 전체 창고에 저장돼 남아있는 모든 다이옥신을 없애라는 명령이 내려졌다"며 "우리 부대만이 아니라 전 부대에 내려진 일제 명령이었다"고 말했다.
미 2사단은 임진각 북쪽과 판문점 남쪽의 서부전선을 방어하는 부대로 경기도 파주, 연천, 문산, 동두천, 의정부, 포천 등에 기지가 분산돼 있다.
앤더슨은 한국전 프로젝트가 지난 2007년 12월 말부터 개설한 웹 사이트 내 주한미군 고엽제 피해 현황 파악을 위한 게시판에 지난 2009년 8월 이 주장을 담은 글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앤더슨이 말한 다이옥신 제초제 전량 폐기 명령이 하달된 시점은 경북 칠곡 캠프 캐럴에 전 주한미군 병사 스티브 하우스가 다이옥신계 제초제인 고엽제를 매립했다고 말한 시기와 비슷하다.
모든 증언이 사실이라고 가정할 때, 미군이 왜관 기지에 고엽제를 매립한 건 다이옥신 제초제 전량 폐기 명령에 의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의무병으로 1968년 의정부 미군기지 캠프 스탠리에 복무했다는 앤더슨은 "미국 정부가 한국의 여러 지역에 걸쳐 고엽제를 살포했음에도 이를 계속 부인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캠프 스탠리에 복무를 하면서 캠프 머서(부천시 오정동에 있었던 옛 미군 기지)에도 파견 근무를 하면서 부대원들의 건강을 챙기는 일을 했고, 쥐를 잡는 일도 그중 하나였다"며 "1968년 봄부터 여름까지 캠프 내 화장실, 막사, 식당 등 모든 건물 주변에 고엽제를 뿌렸었다"고 증언했다.
앤더슨은 또 "비무장지대와 정확히 장소를 알 수 없는 여러 곳에서 부대와 함께 고엽제를 살포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퇴역 군인 래리 킬고어도 이 사이트에 "1960년, 1970년대에 걸쳐 비무장지대 뿐 아니라 한국의 다른 지역에도 광범위하게 고엽제가 사용됐다"고 폭로했다.
지난 1973년 동두천 캠프 케이시에서 초병으로 근무했다는 미키 퍼크스도 "남쪽에 있는 미사일 기지 보초를 서기 위해 몇차례 파견근무를 했는데, 기지 주변 지역의 나무나 풀이 자라는 것을 막기 위해 많은 제초제를 뿌렸다"며 "그때 그것이 고엽제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민중의 소리] 2011-05-25 13:08 강경훈 기자 (민중의 소리 = 평화뉴스 제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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