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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스님 1주기..."4대강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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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위 지보사 부도탑 제막..."생명 잃고 강 훼손, 지금 바로 삽질 멈춰야"


지난 해 "4대강사업 즉각 중단"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몸을 불사른 문수스님 1주기를 맞아, 스님이 생전에 수행하던 경북 군위군 지보사에는 추모다례와 부도탑 제막식이 열렸다. 또, 지역 시민환경단체들은 스님의 유지를 기리며 "4대강사업 중단"을 촉구했다.

문수(47) 스님은 지난 해 5월 31일 오후 2시쯤 군위군 사직리 하천 제방에서 "이명박 정권은 4대강 사업을 즉각 중지 폐기하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소신공양(燒身供養) 했다. '소신공양'은 부처에게 공양하고자 자신의 몸을 불사르는 행위를 이르는 말로, 스님의 유서에는 "이명박 정권은 부정부패를 척결하라", "이명박 정권은 재벌과 부자가 아닌, 서민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는 내용도 있었다

문수스님의 부도탑(浮屠塔.사리함)...문수스님 1주기를 맞아 스님이 생전이 수행하던 경북 군위군 지보사에 5월 31일 제막됐다 / 사진. 정수근(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
문수스님의 부도탑(浮屠塔.사리함)...문수스님 1주기를 맞아 스님이 생전이 수행하던 경북 군위군 지보사에 5월 31일 제막됐다 / 사진. 정수근(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

문수스님 1주기를 맞아 스님이 수행하던 군위 지보사에서는 31일 오전 추모다례와 부도탑(浮屠塔.사리함) 제막식이 열렸다. 문수스님소신공양선양사업회(준)와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준)가 마련한 다례와 제막식에는 불교계와 시민사회 인사 200여명이 참례해 스님의 뜻을 기렸다. 부도탑은 높이 2m, 폭 1m가량의 둥근 단지 모양으로 세워졌다.

"위태로운 4대강...지금 바로 삽질 멈춰야"

대구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40여개 종교단체와 정당, 시민사회로 구성된 <4대강 사업 저지 대구연석회의>는  "4대강이 위험하다"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제 몸을 불살라 4대강사업의 부당성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었다"고 고인을 기억했다. 그러나, "문수스님이 떠난 지 1년이 지났지만 지금의 4대강은 몹시 위태롭고 위험하다"며 "4대강을 살리는 길을 지금 바로 삽질을 멈추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공사기간 단축을 위한 속도전으로 낙동강 공사현장에 17명의 노동자가 숨졌고, ▶최근 4대강 곳곳에 역행침식현상으로 기반이 약화돼 무너져 내리고 ▶봄비에 가물막이가 터지고 휘어진 사실을 지적하며 "4대강사업은 마치 모래 위의 성과 같이 위태롭다"고 강조했다.

이어, "봄비에도 견디지 못할 정도로 강 곳곳이 무너지고 휘어지고 있는데, 다가올 장마와 집중호우, 태풍으로 또 얼마나 많은 피해가 있을 것인가"라고 우려하며 "앞으로 있을 피해를 줄이고 4대강을 살리는 길은 지금 바로 삽질을 멈추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정부는 되돌릴 수 없어 멈출 수 없다는 착각에 빠져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문수스님 소신공양 애도 기자회견(2010.6.1 대구2.28공원)...참가자들은 문수스님의 유서를 새겨 "생명을 죽이는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했다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문수스님 소신공양 애도 기자회견(2010.6.1 대구2.28공원)...참가자들은 문수스님의 유서를 새겨 "생명을 죽이는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했다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MB, 문수스님 뜻 기억 못한 채 공사 강행"

<대구경북녹색연합>도 "뭇 생명을 위해 몸을 던지신 문수스님의 귀한 뜻을 기억하겠다"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이 단체는 "현재의 이명박 정부는 문수스님의 귀한 뜻을 기억하지 못한 채, 4대강사업으로 수많은 고귀한 생명이 목숨을 잃고 소중한 자연환경이 훼손되고 있음에도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며 "부정부패에 물든 정부, 서민이 아닌 재벌과 손잡는 정부임을 국민들에게 확인시켜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미군부대 캠프캐럴의 고엽제 매립 의혹으로 온 국민이 생명과 안전에 대해 불안감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이 때, 진실 규명보다는 미국과의 관계가 더 중요한 정부가 다시 한번 뭇 생명을 위해 몸을 던지신 문수스님의 귀한 뜻을 기억하길 바란다"며 "국민을 위해 더욱 노력하는 정부가 되어 줄 것"을 촉구했다.

문수스님 ⓒ불교닷컴
문수스님 ⓒ불교닷컴
1963년 전북 완주군 봉동에서 태어난 문수스님은 1984년 법주사에서 행자 생활을 시작해 1986년 해인사에서 시현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고 통도사.두방사.해인사.묘관음사 등에서 20년간 수행했다. 1998년에는 중앙승가대학 총학생회장을 지내며 조계종 내부 갈등이 심각할 때 정화개혁회의에 참여했고, 졸업한 뒤에는 사찰로 돌아와 선방을 돌며 수행에 전념했다. 2006년부터 경북 청도 대산사 주지를 거쳐 2007년 경북 군위 지보사에 들어온 뒤 선방에 들어가 3년간 안거했다.

3년 동안의 수행을 마치고 문밖을 나선 문수 스님은 입적 며칠 전부터 주변 스님에게 정부의 4대강 사업을 비판하며 "내 몸은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에 소신해야 겠다"는 내용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5월 31일 오후 군위군 군위읍 사직리 위천 잠수교 앞 제방에서 "4대강사업 즉각 중단" 등의 유서를 남긴 채 스스로 몸을 불살라 소신공양했다.

한편, 문수스님소신공양선양사업회(준)와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준)는 지난 30일부터 6월 4일까지 '다시 생명평화의 길로'라는 주제로 문수스님 1주기 추모행사를 열고 있다. 이 기간동안 매일 오후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성찰과 참회의 108배를 올리고 법안스님(불교사회연구소장)을 비롯한 각계 인사를 초청해 '생명평화 대화마당'을 갖는다. 또, 6월 4일에는 조계사에서 1주기 추모음악회를, 6월 11일에는 회룡포에서 낙단보 마애불을 거쳐 지보사에 이르는 추모순례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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