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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현실화와 여성노동자 노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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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① 안숙영 / "1시간 꼬박 일해도 제대로 한 끼 밥값조차..."



오는 6월 말로 예정된 2012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최저임금'과 관련한 릴레이 기고를 3회에 걸쳐 싣습니다.
이 기고는 대구지역 68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최저임금인상 생활임금쟁취 대구연대회의' 제안에 따라, 안숙영(부산대 여성연구소 SSK 전임연구원), 김용주(공인노무사), 정병기(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순으로 이어집니다. 지난 5월 결성된 대구연대회의는 6월 15일부터 28일까지 "최저임금 5,410원 인상, 생활임금 보장, 비정규철폐 대행진"을 합니다 - 평화뉴스 


한국사회는 여성을 주로 ‘어머니’로 바라본다. 그래서 2006년을 기점으로 여성 경제활동인구가 1천만 명을 넘어서고, 2009년에는 여성 취업자 중에서 임금노동에 종사하는 여성노동자의 비중이 72.1%를 기록해도 여성은 ‘노동자’로 대우받기가 쉽지 않다. 한국사회가 여성의 ‘어머니화’를 통해 여성의 노동력을 주변화하는 한편으로 이를 바탕으로 저임금의 임금구조를 유지하려 하기 때문이다. 또한 여성을 ‘노동자’로 바라보는 경우에도, 남성의 노동은 생계형, 여성의 노동은 비생계형 혹은 부업이라는 사회적 인식의 덫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이분법으로 인해 여성노동자는 노동시장에서 남성노동자에 비해 저임금과 불안정고용에 훨씬 더 빈번히 노출되며, 기본적인 노동권조차 보장받기 어렵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남녀 간 임금격차가 가장 큰 한국사회에서 여성노동자의 현실을 보여주는 몇 가지 통계를 살펴보자. 남성의 경우는 정규직이 60.3%, 비정규직이 39.7%로 정규직이 많다. 반면 여성은 정규직이 36.5%, 비정규직이 63.5%로, 3명 중 2명이 비정규직이다. 여성은 정규직의 경우에도 남성의 임금의 67.3%에 불과하다. 그리고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 임금의 47.5%에 머물러 있다. 남성 정규직 임금을 100으로 볼 때 여성 정규직은 67.3%, 남성 비정규직은 47.9%, 여성 비정규직은 38.3%로, 노동자 내부의 임금격차가 아주 크다. 이런 가운데 기혼여성 4명 중 3명이 비정규직이며, 단순노무직, 서비스 및 판매직 등에서 일하는 여성 대부분은 임시직이나 일용직이다.

뿐만 아니라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를 자랑한다는 이 나라에서 ‘생생여성노동행동’에 따르면 시간당 임금이 올해 법정 최저임금인 4.320원에도 못 미치는 노동자가 196만 명이나 된다. 이 가운데 정규직이 11만 명으로 5.7%, 비정규직이 185만 명으로 94.3%를 차지한 가운데, 비정규직의 61.5%가 여성이다. 이는 최저임금의 문제가 기본적으로 이 땅을 살아가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지금의 최저임금으로는 1시간을 꼬박 일해도 제대로 된 밥 한 끼조차 사 먹을 수 없다”는 여성노동자들의 절절한 외침은, 우리로 하여금 한국이라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여성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현실로 주의를 돌리지 않을 수 없게끔 만든다.

대구지역 68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최저임금인상 생활임금쟁취 대구연대회의' 회원 50여명이 대구경영자총협회 앞에서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 되고 있다"며 "2012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5,410원으로 인상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2011.05.25)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대구지역 68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최저임금인상 생활임금쟁취 대구연대회의' 회원 50여명이 대구경영자총협회 앞에서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 되고 있다"며 "2012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5,410원으로 인상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2011.05.25)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이런 가운데 6월말로 다가온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최저임금을 현실화하기 위한 투쟁이 전국적으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시간당 임금 5.410원, 한 달 1.130.690원을 목표로 말이다. 최저임금 수준에서 혹은 최저임금 이하로 일하고 있는 대부분의 노동자가 여성이라는 점에서, 최저임금 현실화를 위한 투쟁이 갖는 의미는 여성노동자들에게 무엇보다 각별하지 않을 수 없다. 최저임금이 어느 수준에서 결정되느냐는 한 사회가 한 인간의 노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특히 여성의 노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생산노동, 청소노동, 돌봄노동을 비롯한 여성노동자들의 다양한 노동이 없이는 이 사회가 유지될 수 없다. 그럼에도 커피전문점에서 마시는 한 잔의 커피 값보다 더 적은 금액을 최저임금의 이름으로 지불하고 있는 한국사회, 노동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있어 총체적 오류에 빠져있음에 틀림없다.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사회의 앞날은 그다지 밝지 않다는 점을 정부나 고용주는 다시 한 번 상기해야 할 것이다. 

최저임금의 현실화를 바탕으로 여성노동자의 노동권을 향상하려는 움직임은 물론 대구지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최저임금이 저임금 여성노동자에게 최고임금이 되어가고 있는 현실, 뿐만 아니라 최저임금이 모든 노동자들에게 임금 기준선이 되어가고 있는 현실에 경종을 울리며, 최저임금 투쟁을 생활임금 투쟁으로 발전시켜 나가려는 노력들이 다채롭게 펼쳐지고 있다. ‘저임금 No! 생활임금 Yes!’를 모토로 ‘최저임금 대구연대회의’가 꾸려진 가운데, 주체의 강화를 통해 저임금의 현실을 폭로하는 한편으로 생활임금을 달성하고 불안정고용을 극복하기 위한 광범위한 연대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최저임금 현실화가  한국사회의 저임금 구조를 변화시키고 여성노동자를 포함한 전체 노동자의 임금하락을 방어할 뿐 아니라 임금인상을 추진하기 위한 사회적 연대의 출발점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하겠다.






[기고] - 최저임금①
안숙영 / 부산대 여성연구소 'SSK 공간주권 구현 연구팀' 전임연구원

* SSK(사회과학한국)는 Social Sciences Korea의 약자로, 사회과학분야의 연구를 촉진하기 위해 작년 9월부터 한국연구재단이 92개 팀을 선정해 지원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부산대 여성연구소가 "공간주권 구현 "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지원을 했었고, 공식명칭은 "SSK 공간주권 구현 연구팀"입니다 -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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