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 5410원, 노동자 최소한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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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최저임금 인상 대행진'..."경영계 '동결' 주장, 너무 뻔뻔스럽다"

 

"노동자들은 밥만 먹고, 노동만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지금의 최저임금은 생존에 급급한 임금일 뿐이다"

대구경북진보연대 백현국 상임대표는 이같이 말하며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적정수준의 최저임금을 책정할 것"을 촉구했다. 백현국 대표는 "지금 경영자들은 마치 지주들이 머슴 부리듯 노동자 임금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노동자의 임금은 단순한 노동의 대가만이 아닌 인간의 행복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경제의 선순환구조가 이뤄지지 않아 내수 경기가 침체된 것"이라며 "노동자들에게 적정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면 소비와 생산이 늘어나 결국 전체 소득도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구지역 69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최저임금인상 생활임금쟁취 대구연대회의>는 대구경영자총협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수준 개선을 위해서는 최저임금 인상 밖에 답이 없다"며 "2012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5,410원으로 인상할 것"을 촉구했다 (2011.06.13) / 사진.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대구지역 69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최저임금인상 생활임금쟁취 대구연대회의>는 대구경영자총협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수준 개선을 위해서는 최저임금 인상 밖에 답이 없다"며 "2012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5,410원으로 인상할 것"을 촉구했다 (2011.06.13) / 사진.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대구지역 69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최저임금인상 생활임금쟁취 대구연대회의>는 15일 오전 대구경영자총협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 돼버린 노동자들의 임금수준 개선을 위해서는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 밖에 답이 없다"며 "저임금 노동자의 보호, 임금격차 해소, 소득재분배의 본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경영계가 시급 5,410원의 최저임금 현실화 요구를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사용자 단체가 소득수준 하위 25%의 생계비에 물가상승률만을 합산안 월 801,942원을 '2012년도 최저임금심의'를 위한 생계비로 제출했다"며 "24%에 달하는 살인적 물가인상과 경제성장률을 고려하지 않은 경영계의 입장은 한 마디로 최저임금 노동자들에게 '굶든지 아니면 죽어라'는 말과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대구연대회의는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오는 28일까지 '최저임금 인상, 생활임금 쟁취, 비정규직 철폐 대행진'을 펼친다. ▶15일부터 22일까지 성서공단과 경북대 북문 앞, 경산지역 5개 대학을 돌며 '저임금 철폐, 비정규직 철폐 순회문화제'를 갖는 한편, ▶오는 20일부터 28일까지 대구 2.28기념공원에서 '집중 거리농성(오전10시)'과 '대시민 집중선전전(오전11시)', '촛불문화제(저녁7시)'를 매일 진행할 계획이다. 또, ▶오는 28일에는 성서공단 대구은행네거리부터 2.28기념공원까지 '자전거 대행진'을 펼친 뒤 ▶6월 말쯤에는 '성서공단 50인이하 영세사업장 노동권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토론회'와 '이주노동자 기숙사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민주노총 설문조사 "시급 5,500원으로 인상, 58.3%"

대구연대회의는 기자회견에서 지난 4월 한달 동안 민주노총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 가운데 58.3%가 "최저임금 시급 5,500원으로 인상", 29.5%가 "시급 5,000원으로 인상"을 각각 요구했다. 대구연대회의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최저임금 5,140원은 올해보다 1,090원(25.2%) 인상한 금액으로, 저임금노동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주장했다.

(왼쪽부터) 대구경북진보연대 백현국 상임대표, 민주노총 대구본부 박희은 비정규사업국장, 민주노총 김희정 성서공단노조위원장,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민주노총 박배일 대구본부장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왼쪽부터) 대구경북진보연대 백현국 상임대표, 민주노총 대구본부 박희은 비정규사업국장, 민주노총 김희정 성서공단노조위원장,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민주노총 박배일 대구본부장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2011년도 최저임금은 시급 4,320원(주 40시간 환산 월 902,880원)으로 2010년도 '상용근로자 1인당 월평균 정액급여' 2,264,500원의 39.87%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근로자 월평균 급여의 50%가량인 시간당 5,410원(주 40시간 환산 월 113만690원)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재벌 주식배당금 수백억원, 경영계 '동결' 주장 뻔뻔스럽다"

민주노총 김희정 성서공단노조위원장은 "2011년 3월 기준 재벌들이 받은 주식배당금을 살펴본 결과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1,341억원,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는 595억원, 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 399억원, LG그룹 구본무 회장 187억원으로 조사됐다"며 "수백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받아가면서 고작 시급 5,410원을 주지 못하겠다는 경총의 주장은 너무나도 뻔뻔스럽다"고 비난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대구경영자총회 현관 앞에 붙여 놓은 항의 메세지. '양심도 없고, 염치도 없구나. 경총은 5,410원 수용하라', '피곤하고 힘들어 못살겠다. 경총은 5,410원 받아라'를 비롯한 문구가 적혀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대구경영자총회 현관 앞에 붙여 놓은 항의 메세지. '양심도 없고, 염치도 없구나. 경총은 5,410원 수용하라', '피곤하고 힘들어 못살겠다. 경총은 5,410원 받아라'를 비롯한 문구가 적혀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민주노총 대구본부 박희은 비정규사업국장은 "이명박 정권 들어 물가는 24%나 인상된 반면 노동자들의 임금은 삭감되고 있는 이 마당에 경영계가 또 다시 '최저임금 동결안'을 제시했다"며 "동결 또는 10원, 100원 인상을 둘러싸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최저임금심의위원회는 이미 위원회로서의 역할을 상실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대구경북진보연대 백현국 상임대표는 "최저임금제도는 영국에서 이미 성공한 제도"라며 "영국이 생활임금을 보장한 최저임금제도를 실시한 결과, 소비가 진작되고 고용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노동자들에게 적정한 임금을 지급해 소비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며 "정당한 소득의 재분배를 위해 경영자총협회가 최소 5,140원의 최저임금 인상안을 받아들여줄 것"을 촉구했다.

전국여성노조 배은주 대구지부장과 민주노총 대구본부 김형계 사무처장이 대구경영자총협회 이창재 사무국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2011.06.15) / 사진.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전국여성노조 배은주 대구지부장과 민주노총 대구본부 김형계 사무처장이 대구경영자총협회 이창재 사무국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2011.06.15) / 사진.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이 끝난 뒤 대구경영자총협회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대구경영자총협회 이창재 사무국장은 민주노총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노동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한다"며 "민주노총의 입장을 수렴해 경영자총협회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중소기업과 영세사업자의 경우 매년 제품단가는 낮아지는 반면, 최저임금은 높아져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노동자단체도 경영자들의 입장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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