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버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휴가"

미디어오늘 최훈길.조수경·허완 기자
  • 입력 2011.07.31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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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 "머지않아 우리모두 웃게 될 것"…시민 밤샘 문화제, 31일 오전 마무리


“최루액, 물대포를 맞고 곤봉에 찢겼던 그 무서운 밤을 보내고, 애가 타는 거리를 두고 돌아서야 했던 그 무참한 낮을 보내고, 다시와 준 여러분 전 여러분이 참 눈물겹습니다.”

31일 밤 2시. 85크레인과 600미터 떨어진 청학성당 인근 도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3차 ‘희망의 버스’ 참가자들이 경찰에 막혀 김 지도위원을 만나지 못한 가운데, 전화 통화로 ‘밤샘 난장 문화제’에 참석한 3000여 명의 시민들과 김 위원이 만나게 된 것이다. 시민들은 “김진숙”을 연호했고, 일부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3차 희망 버스 참가자들에게 그동안의 소회부터 밝혔다. 김 위원은 “2차 희망버스 때는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평택에서 부산까지 걸어서 왔다. 물집이 터져 온통 상처투성이가 된 저 발들을 사진으로 보며 생각했다”며 “저들은 어떤 마음으로 걸었을까. 15명의 목숨을 자기 손으로 묻은 저들은 어떤 마음으로 그 먼 길을 걸어 여기까지 왔을까”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3차 때는 우리 조합원들이 쌍용차에서 자전거를 타고 부산까지 왔다. 지친 해고자 동생의 자전거에 끈을 묶고 달리던 비해고자 형의 사진을 봤다”며 “형은 동생이 얼마나 안쓰러웠을까요. 동생은 형한테 얼마나 미안했을까요”라고 말했다.
    
30일 오후 4시께 취재진을 향해 손짓을 하는 김진숙 지도위원 모습 / 사진. 미디어오늘 이치열 기자 truth710@
30일 오후 4시께 취재진을 향해 손짓을 하는 김진숙 지도위원 모습 / 사진. 미디어오늘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어 김 위원은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같은 곳을 쳐다보며, 같은 기도를 올리며, 같은 꿈을 꾸기 시작했다”며 “어떤 마음이 이리도 간절할 수 있을까요. 어떤 사랑이 이리도 뜨거울 수 있을까요. 그런 간절함이 있었기에 우린 당당했고, 저들은 초초해 했다”고 말했다.

그는 “200여 일이 되도록 눈길 한번 주지 않던 부산 시장이 사장이 부사장이 마침내 여기까지 와서 내려와라 요구했다. 여기까지 206일이 걸렸고, 희망버스가 3번을 왔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김 위원은 “저는 그들에게 요구한다”고 응수했다. 그는 “나를 내려오게 하려면 내가 어떤 마음으로 여기를 올라와 어떤 마음으로 206일을 버텼는지 그것을 먼저 헤아려라”며 “무엇이 나를 오늘까지 견디게 했고, 무엇이 나를 내려오게 할 수 있는지 진심으로 생각해 보라”고 말했다. 이어 “젊음이 희망을 이길 수 없듯이 돈에 대한 집착만으로 평생을 살아온 사람은 생에 아무런 집착을 없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며 “아무 사심 없이 하나가 된 우리를 저들은 결코 이길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희망 버스로 인해 노동자들이 희망을 얻게 된 것도 강조했다. 그는 “영세상인, 철거민, 비정규직과 해고된 노동자들, 장애인, 성적소수자, 여성, 등록금 많이 내는 학생들, 도처에 무너지고 짓밟히는 삶들이 있다”며 “그러나 우리에겐 버스가 없었다. 부정과 부패와 파괴와 야만을 향해 질주하는 이 절망의 버스에서 내릴 생각을 못했다”고 지난 과거에 대해 말했다.

이어 그는 “이제야 우리는 비로소 우리 손으로 새로운 버스를 장만했다”며 “희망으로 가는 버스, 미련을 향해 힘차게 전진하는 버스, 우리가 모두 주인이고 우리 모두가 승객인 버스”라고 강조했다. 그는 “희망버스 승객 여러분 진심으로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길거리에서 쫓겨 다니는 우리 조합원들의 유일한 희망이고 간절한 기다림이었던 여러분, 평생을 일한 공장에서 내쫓고 그 노동자들을 서슴없이 외부세력이라 부르는 저들의 오만과 독선에 피멍이 든 우리 조합원들을 지켜주신 여러분, 퇴거 명령이 언제 집행될지 몰라 함께 모여 밤을 새우며 부업을 한다는 우리 가족들을 지켜주신 여러분”이라며 “고맙고 또 고맙다”라고 거듭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 위원은 “머지않아 우리 모두 웃게 될 것이다. 머지않아 여러분들과 함께 얼싸안을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라며 “그날까지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이라면서 전화 통화를 마무리 했다.

김 위원의 전화 연설 이후, 체포영장이 발부된 희망버스 제안자 송경동 시인과도 전화 연결이 됐다. 그는 “경찰이 나의 몸을 체포할 수 있을지 몰라도, 나의 마음과 우리의 부드럽고 강인한 의지만큼은 절대 체포할 수 없다”며 “지난 희망버스 때 한진중공업 노조 가족들의 눈물 바다를 잊을 수 없다, 그래도 우리는 탄압에도 다시 찾아왔다”고 말했다.
 
송경동 시인은 또 “여러분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휴가, 뜻 깊은 소풍을 보내고 있다, 이 모든 희망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간다, 새로운 노동자-시민혁명을 보여주고 있다”며 “우리가 이길 수 있다는 꿈을 잊지 말자, 이 희망 전선을 나 역시 목숨을 걸고 끝까지 지키겠다, 웃으면서 함께 투쟁하자”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시민들은 밤 3시께 “정리해고 철회해라”, “김진숙을 지켜내자”, “비정규직 철폐하라”, “노동자가 하늘이다”라고 연호하며 전체 공식 행사를 마무리하고, 참가자별 자유로운 문화 행사에 돌입했다.
 
기획단측은 이날 오전 9시께 문화제 행사를 마무리하고, 오전 10시 희망버스의 향후 계획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미디어오늘] 최훈길·조수경·허완 기자 2011.07.31  10:33 (미디어오늘 = 평화뉴스 제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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