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사장이라는 사람이 어찌 이럴수가…

미디어오늘 고동우·류정민 기자
  • 입력 2011.08.03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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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사장 사표번복 쇼에 정치권·언론 “국민우롱”…노조, 총파업 찬반투표


김재철 MBC 사장의 사표 번복 ‘원맨쇼’에 비난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와 언론단체들은 물론이고, 정치권·언론에서도 ‘국민 우롱’, ‘한바탕 쇼’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사장은 지난 7월 29일 오전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에 전격 사표를 제출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하지만 나흘 뒤인 8월 1일 자신의 사표 문제 처리를 위해 긴급 개최된 방문진 이사회에선 “사표는 진의가 아니었고 방통위가 진주-창원 MBC 통폐합 결정을 미룬 데 대해 항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방문진 여당 추천 이사 6인은 김 사장의 이러한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방문진 측은 야당 이사 3인의 집단퇴장 속에서 표결을 통해 김 사장의 ‘재선임’을 결정했다. 차기환 방문진 이사 겸 대변인은 “김재철 사장의 사임서 제출이 자신의 핵심공약인 지역 MBC 광역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음에도 방통위에서 보류돼 도의적 책임에서 재신임을 묻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재선임 이유를 밝혔다.

사표의 즉각 수리를 촉구했던 MBC노조는 곧바로 출근저지 투쟁과 총파업 대응을 천명했다. 노조는 “김재철씨가 떠나야 비로소 공영방송 MBC가 정상화될 수 있다. 공언한 대로 김재철씨를 더 이상 MBC의 사장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2일 전국대의원대회를 통해 총파업 찬반투표 일정을 4~18일로 확정했다. 파업돌입 시기는 집행부의 판단에 따라 추후 결정키로 했다.

김재철 사장이 1일 오후 방문진 이사회에서 사의를 번복한 뒤 나오는 가운데, MBC노조 관계자들이 길을 막고 사표 제출 경위 등을 따져묻고 있다.(MBC노조 제공)
김재철 사장이 1일 오후 방문진 이사회에서 사의를 번복한 뒤 나오는 가운데, MBC노조 관계자들이 길을 막고 사표 제출 경위 등을 따져묻고 있다.(MBC노조 제공)
 
언론개혁시민연대·한국PD연합회·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단체와 정치권도 비판 성명을 발표해 김 사장의 처신을 강력 질타했다. 언개연은 지난 7월 29일부터 4일간 김 사장과 방문진의 행태를 ‘막장 드라마’로, 김 사장을 ‘막장의 종결자’로 규정했고, PD연합회는 “도저히 낯 부끄러워 지켜볼 수가 없다. 김재철 사장은 MBC 사장직을 그리 가볍게 생각했던가? 사표 제출이 애들 장난처럼 보이나?”라고 따져 물으며 ‘너무 가벼운 처신’이라고 규탄했다.

민주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 등 야당도 “김 사장이 사표 제출을 지역방송 통폐합을 위한 압박 수단으로 삼은 것은 명백히 국민과 시청자를 우롱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노당은 2일 논평을 통해 “공영방송 사장직을 걸고 사퇴쇼를 벌이는 것은 말 그대로 국민을 가지고 논 것에 다름없다”고 꼬집었고, 진보신당 역시 “만약 김재철 전 사장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계속 사장 행세를 하려든다면, 노조 등 MBC 내부 구성원은 물론 이번 어이없는 쇼를 보며 기막혀 하는 국민들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민주당 박영선 정책위의장은 2일 “이런저런 정황으로 볼 때 김재철 사장의 사표가 자기 개인을 위한 쇼였다면 공기업 사장으로서 자격이 없다”며 “들리는 말에 의하면 김 사장이 지난주 여권 실세를 만났다는 얘기가 들린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사표 제출에 즈음해 ‘정치적 행보’까지 시작했다는 게 사실이라면, 이는 ‘사퇴 번복’보다 훨씬 더 큰 파장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박 의원이 언급한 여권 실세의 한 측근은 “김재철 사장과 만났다는 얘기를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언론들의 반응도 싸늘하다. 비단 그동안 김재철 사장에 비판적이었던 한겨레·경향 등 진보성향 언론만이 아니다. 매일경제는 2일 인터넷판에 <MBC 김재철 사장 2일 업무복귀…결국 쇼?>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고, 서울신문 역시 1일 인터넷판에 <MBC 김재철 원맨쇼 “나는 사장이다”>란 제목을 달아 사퇴 번복 사태를 다루었다.

한국일보는 1일자에 김 사장의 ‘처신’을 비판하는 사설까지 게재했다. 한국은 이날 사설에서 “(MBC 구성원들조차) 대표적 공영방송 사장이 갑자기 사표를 낸 명분이나 의도가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니, 말이 되는 일인가”라며 “김 사장은 평소 처신도 논란이 많았다. 그는 취임 이후 '청와대 쪼인트' 발언, 정부 비판 프로그램 폐지 및 출연진ㆍPD 출연 제한 등으로 안팎의 논란을 불렀다”고 비판했다. 한국은 이어 “설령 공영방송 책임자로서 필요한 조치였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신뢰와 품격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사표 제출을 두고도 진정성을 의심 받는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한편 김재철 사장은 ‘재선임’ 후 첫 출근인 2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회사측은 “지방출장을 갔다”고 해명했는데, 노조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안동MBC의 뮤지컬 공연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아침 출근저지 투쟁을 위해 본사 입구를 봉쇄했던 노조는 특보를 통해 “김재철씨가 뮤지컬을 관람하는 여유를 보이며 조합의 출근저지 투쟁에 출근 거부로 맞섰다”면서 투쟁을 계속 이어갈 방침임을 밝혔다. 정영하 본부장은 총파업 대응과 관련 “이번 파업은 짧고 굵고 독하게 마무리 짓는다는 것이 대원칙”이라며 “사상 유례가 없는 강도 높은 파업, 독한 파업으로 회사측을 최대한 압박함으로써 파업의 성과를 짧은 시간 내에 최대로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오늘] 2011.08.03 고동우·류정민 기자  (미디어오늘 = 평화뉴스 제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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