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시행, '교섭대표 노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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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KEC / 법 '시행일' 법원.지노위 달라... 새 노조 '과반수' 인정에 기존 노조 반발

 

경북지방노동위원회가 구미 KEC의 두 노동조합 가운데 신설노조인 'KEC노동조합'을 교섭창구단일화를 위한 '과반수 노조'로 결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기존 노조인 '민주노총 금속노조 KEC지회'는 "복수노조 시행일 이전에 교섭 중인 노조가 교섭대표노조"라는 법원의 결정에 따라 경북지방노동위원회의 과반수노조 결정은 위법이라고 주장한 반면,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KEC 노사가 2010년 3월부터 교섭을 시작했기 때문에 개정된 노조법(2010.1.1)의 적용을 받는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경북지노위, 신설 'KEC노동조합' 과반수 노조 결정

복수노조 시행 첫날인 지난 7월 1일 설립된 'KEC노동조합'은 기존 노조인 '민주노총 금속노조 KEC지회'와 신설 노조인 'KEC노동조합' 모두 과반수 노조로 공고한 사측의 결정에 불복해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이의신청서를 8월 1일 제출했다. 이에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10일 오후 "두 노조의 조합원명부와 조합비납부서를 확인한 결과 신생노조인 'KEC노동조합'의 조합원 수는 467명으로 기존 '금속노조 KEC지회' 조합원 151명보다 많다고 판단된다"며 'KEC노동조합'을 과반수 노조로 결정하고 이를 두 노조에 통보했다.

서울중앙지법 '단체교섭응낙가처분신청' 결정문(2011.08.03) / 자료. 민주노총 경북본부
서울중앙지법 '단체교섭응낙가처분신청' 결정문(2011.08.03) / 자료. 민주노총 경북본부

앞서 지난 8월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50부(재판장 최성준 부장판사)는 (주)KEC를 상대로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제기한 '단체교섭응낙가처분신청'에서 "복수노조 시행일은 2011년 7월 1일이며 이전에 교섭 중인 노조는 교섭대표노조이므로 (주)KEC는 금속노조와 단체교섭을 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노조법 개정안 시행일 / 지노위 "2010년 1월 1일"...법원 "2011년 7월 1일"

이처럼 경북지방노동위원회와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단이 상반된 것은 개정 노조법의 시행일을 언제로 보느냐에 대한 해석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와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개정 노조법 시행일을 2010년 1월 1일로 판단하고 있는 반면, 법원은 복수노조 시행일은 2011년 7월 1일 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경북지방노동위원회 양철수 교섭대표결정담당은 "개정된 노조법 부칙 제1조와 제4조에 따라 지난 2010년 3월부터 교섭을 시작한 구미KEC는 교섭창구단일화 대상"이라고 밝혔다. 지난 2009년 12월 31일 통과된 노동법 개정안 부칙 제1조에는 "이 법은 2010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돼 있으며, 부칙 제4조에는 "이 법 시행일 당시 교섭중인 노조는 이 법에 따른 대표노조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단체교섭응낙가처분신청' 결정문 (2011.08.03) / 자료. 민주노총 경북본부
서울중앙지법 '단체교섭응낙가처분신청' 결정문 (2011.08.03) / 자료. 민주노총 경북본부

그러나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50부는 지난 8월 5일 '단체교섭응낙가처분신청' 결정문에서 "개정된 노조법 부칙 제4조는 교섭중인 노동조합이 교섭요구권을 박탈당하는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한 경과조치로 규정된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 법 시행일을 2010년 1월 1일로 보게 되면 부칙 제4조는 원칙규정의 효력이 발생하기도 전에 예외규정을 앞당겨 정한 규정이 되고, 특히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존재할 여지가 없는 2010년 1월 1일부터 2011년 6월 30일까지는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는 조항이 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러한 법률의 취지, 목적, 다른 조항과의 관계 등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부칙 제4조에서 정하는 '이 법 시행일'이란, 부칙 제1조의 단서 조항에서 규정하는 2011.7.1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해석을 내렸다.

지노위 "상급 법원 판단 남았다" / 금속노조 "법상식 무시한 처사, 법원 결정 따라야"

이 같은 법원의 해석에 대해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상급 법원의 판단이 남았다"며 "개정된 노조법에 따라 창구단일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과반수 노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양철수 교섭대표결정담당은 "금속노조가 제기한 '가처분신청'에 대한 지방법원의 결정"이라며 "유사한 사례가 법원에 계류 중이고, 향후 대법원까지 갈 수 있기 때문에 개정된 노조법에 따라 교섭창구단일화를 위해 조합원 수를 조사한 뒤 'KEC노동조합'을 과반수 노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법원의 판결을 사측이 이행하지 않을 경우 교섭 불응 1회당 100만원의 강제이행금을 납부해야하기 때문에 KEC는 기존 '기존 KEC지회'와 신설 'KEC노동조합'과 각각 따로 교섭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 같은 폐단을 막기 위해 '교섭창구단일화'를 해야한다는 게 고용노동부와 경북지노위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금속노조 구미지부 배태선 사무국장은 "지노위의 과반수 노조 결정보다 법원의 결정이 먼저 나왔는데 어떻게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느냐"며 "이는 최소한의 법상식과 행정상식을 무시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이어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사법부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며 "위법을 행한 정종승 경북지방노동위원장은 사퇴해야 한다"고 강하게 규탄했다.

조합원 수 논란 / 금속노조 "탈퇴 승인 안했다 "...지노위 "탈퇴서만 제출해도 인정"

조합원 수에 대한 논란도 있다. 금속노조 KEC지회는 노조 집행부가 조합원 탈퇴를 승인하지 않아 현재 조합원 수는 618명이라고 주장한 반면, 경북지노위는 노조 탈퇴서를 작성한 것만으로도 탈퇴가 인정된다는 입장이다. 현재 경북지노위는 조합원 618명 가운데 신설 노조인 'KEC노동조합' 조합원은 467명이며, 기존 노조인 '금속노조 KEC지회' 조합원은 151명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금속노조 구미지부 배태선 사무국장은 "금속노조 산별규약에 따르면 노조 탈퇴 시 위원장 또는 부위원장, 지부장, 지회장에게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며 "현재 노조원들은 탈퇴서만 제출했을 뿐 승인을 받지 못해 기존 618명의 조합원 지위가 그대로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3월 사측이 조합원들에게 노조 탈퇴서를 작성을 강요했다"며 "탈퇴서를 작성한 조합원들도 사측이 노조 탈퇴를 강요했다고 증언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조합원들이 제출한 탈퇴서를 보면 대필한 흔적이 많이 있다"며 "사측이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북지방노동위원회 양철수 교섭대표결정담당은 "헌법에는 노조 가입과 탈퇴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며 "금속노조 산별규약에 노조 간부의 승인을 받도록 돼 있지만 이는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 규정"이라고 말했다. 또 "행정학자들도 노조 간부의 승인 없이도 탈퇴서만 제출하면 노조를 탈퇴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따라서 현재 KEC 조합원들도 탈퇴서를 제출했기 때문에 그것이 인정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사측의 노조 탈퇴 강요 의혹에 대해 양철수 담당은 "만일 사측의 강요가 실제 있었다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당사자들이 이의제기를 신청하면 구제받을 수 있으나, 지금까지 사측의 탈퇴 강요에 대한 조합원들의 이의제기는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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