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KEC, 반인륜적 부당노동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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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대구 노동청 / <포항항운> ‘복수노조’ 불허, <상신>,<한진> 사태도 질타

 

구미 KEC의 노조원 인권침해와 부당노동행위, 구조조정 문제가 국정감사에서 집중 거론됐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과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의 국정감사가 진행된 9월 27일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은 구미 KEC가 파업 철회 뒤 업무에 복귀한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육과정에서 불거진 인권침해 문제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과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의 국정감사가 진행됐다. 증인으로 참석한 피감기관 공무원들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2011.09.27)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대구지방고용노동청과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의 국정감사가 진행됐다. 증인으로 참석한 피감기관 공무원들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2011.09.27)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은 "사측이 업무에 복귀한 노조원들에게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파업 가담정도에 따라 색깔이 다른 티셔츠를 입게 한 뒤 묵언수행과 반성문 작성, 희망퇴직과 무급휴직을 강요했다"며 "이는 단순히 부당노동행위와 인권침해 문제를 넘어서 노동자들에게 무력감을 주고 심지어는 자살충동까지 일으키게 하는 범죄 행위"라고 강하게 규탄했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도 "구미 KEC가 하는 짓을 보면 정말 인간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노조원들을 '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라고 적힌 현수막 앞 딱딱한 의자에 앉혀놓고 두 손을 무릎에 얹고 허리를 꼿꼿이 세운 뒤 자세를 흩트리지 않고 두 시간 동안 자기반성의 시간을 갖도록 했다"며 "포로수용소에서 조차 있을 수 없는 반인륜적이고 비도덕적인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증인으로 참석한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유한봉 구미지청장은 "발생해서는 안 될 일이 발생했다"며 "지난 6월 17일 담당 공무원이 부당노동행위 사실을 확인한 뒤 사측에 즉시 중단할 것을 엄중하게 경고해 시정조치 됐고, 자체 조사를 벌인 뒤 검찰에 기소의견을 송치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민주당 홍영표 의원, 이미경 의원, 정동영 의원, 자유선진당 김용구 의원,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왼쪽부터) 민주당 홍영표 의원, 이미경 의원, 정동영 의원, 자유선진당 김용구 의원,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그러나 홍영표 의원은 "이 문제가 언론에 보도되고 6월 임시국회에서 시정조치가 내려진 뒤 마지못해 고발한 것이 아니냐"며 "헌법에 노동3권이 보장돼 있는 만큼 다시는 이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동청에서 근로감독을 철저히 할 것"을 당부했다.

"KEC '인력 구조조정 로드맵', 처음부터 파업 가담자 전원 퇴직시킬 계획" 

구미 KEC가 처음부터 파업에 가담한 노조원 전원을 퇴직시킬 계획을 갖고 업무에 복귀시켰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업무에 복귀한 노조원들에게 심리적, 경제적 압박을 가해 자발적 퇴직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이미경 의원은 "KEC가 노조원 복귀 전인 지난 2월 24일 이미 ▶파업자의 회사 복귀 원칙적으로 차단, ▶인력구조조정 단행, ▶친 기업 성향 노조 설립을 비롯한 '인력 구조조정 로드맵'을 마련했다"며 "세부 추진전략에도 파업자들에게 심리적, 경제적 입박을 강화해 자발적 퇴직을 유도하고, 복수노조를 대비해 민주노총 탈퇴 및 기업별 독립노조 설립을 추진한다고 계획돼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검토사항에도 '아웃소싱으로 인원정리', '구조조정이 안 될 경우 공장점거 기소대상 징계해고'를 비롯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며 "결국 노조를 무력화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간접고용하겠다는 게 사측의 의도"라고 주장했다.

구미 KEC와 노동청이 긴말한 공조체제를 구축해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의혹도 있었다.
이미경 의원은 "KEC 기획조정실의 '노사협력 파트 주간업무' 문건에 따르면 파업 전인 지난해 5월 24일 노동부와 지노위, 경찰청, 경총, 시청을 비롯한 관공서와 협조체계를 구축하는 것으로 돼 있다"며 "일상적인 임단협 과정에서 일어난 합법적 파업을 노동청과 사측이 협조체계를 구축해 '노조 전임자' 문제로 밀어붙여 불법파업으로 몰고 갔다"고 주장했다.

이어 "극단적 노사관계로 치닫는 과정에서 벌어진 부당노동행위와 노동청과의 공조체계 의혹에 대해 엄중히 따질 필요가 있다"며 "노동부 감사를 통해 명확히 밝힌 뒤 잘못된 부분에 대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한봉 구미지청장은 "사측이라고 해서 특별히 긴밀한 공조체계를 구축한 일은 없다"며 "사측과 노조, 어느 한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게 만나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물동량 감소', '인력공급 과잉' 이유 복수노조 불허 문제 있다"

포항항운노조의 복수노조 신청 불허 문제도 불거졌다.
홍희덕 의원은 "지난 7월 18일 기존 경북항운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포항항운노조'를 결성하고 이튿날 복수노조 설립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대구고용노동청은 포항항만의 물동량 감소와 인력공급 과잉, 하역권 확보에 따른 물리적 충돌 등을 이유로 이를 불허했다"며 "특히, 포항항운노조 조합원 41명은 중복 가입이라는 이유로 기존 노조에서 제적까지 당해 한 순간에 생계수단을 잃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수영 대구지방고용노동청장은 "항운노조의 경우 근로자공급권과 연관이 있다"며 "포항항운노조와 영일만항운노조를 추가로 인정할 경우 150여명 가량 인력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물동량을 고려해 인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장화익 부산지방고용노동청장(왼쪽)과 이수영 대구지방고용노동청장(오른쪽)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장화익 부산지방고용노동청장(왼쪽)과 이수영 대구지방고용노동청장(오른쪽)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각 지역 항만에서 이뤄지는 각종 하역작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근로자공급권'을 취득하도록 돼 있으며, 그동안 항운노조가 독점적으로 취급해왔다. 특히, 기존 경북항운노조의 경우 대의원 직선제임에도 불구하고 노조위원장을 40년 가까이 부자가 세습해 논란이 됐다.

그러나 민주당 정동영 의원은 "직업안정법 제33조에는 '근로 공급사업 수행에 적합한 노동조합이면 누구든 노무공급 사업이 가능하다'고 규정돼 있고, 기존 항운노조도 이 법에 근거해 노무공급 사업을 하고 있다"며 "개정된 노동조합법에 따라 복수노조를 인정한다면 당연히 신설 노조에도 근로자공급권을 허가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특히 "물동량 감소와 인력공급 과잉은 사실과 다르다"며 "포항항만의 경우 전년대비 물동량이 6% 증가했고, 현재 연락소에도 인력이 부족해 36시간, 24시간 연속근무를 하고 있고 기존 경북항만노조도 인력을 신규채용 한 사실을 볼 때 이 같은 노동청의 주장은 명백한 거짓으로 경기존 노조와 포항지청이 유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최성준 포항지청장은 "복수노조 문제와 근로자공급허가권 문제는 별도로 보고 있다"며 "정동영 의원이 제기한 유착은 없다"고 답했다.

"상신브레이크, 사실상 '노동청'이 노조탄압 부추긴 꼴"

해고 노동자들에게 10억원의 손배소를 제기해 논란이 된 상신브레이크 사태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홍희덕 의원은 "지난 해 3월 30일부터 6월 25일까지 진행된 임단협을 비롯한 11차례의 교섭에서 사측이 아무런 내용도 내놓지 않아 파업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며 "그러나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이 같은 해 8월 20일 노조전임자 문제와 계열사 부지매입 등을 이유로 '노조의 쟁의행위는 정당성을 받기 어렵다'는 내용의 공문을 통해 불법으로 규정해 결국 사측이 직장폐쇄를 단행했고 이는 사실상 노동청이 노조탄압을 부추긴 꼴"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수용 청장은 "6월 24일까지 파업의 목적과 그 이후의 파업 목적이 다르다고 판단했다"며 "이후 중노위의 부당해고 판정을 따르도록 사측에 권고했지만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홍희덕 의원은 "노동자들에게 해고는 살인이나 다름없고 정신상태도 굉장히 피폐해 진다"며 "젊은 시절부터 상신브레이크에 입사해 수십 년 간 근무하면서 중견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데 공로한 만큼 여러 정황을 고려해 고용이 보장될 수 있도록 각별히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3년 간 수주 없다던 한진중공업, 2009년 '방사청' 596억 수주" 논란

이 밖에 경영난을 이유로 노동자들을 해고했던 부산 한진중공업의 2009년도 방위사업청 수주 의혹과 사태 해결방안에 대한 의견도 있었다.

한나라당 손범규 의원은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이 '지난 2009년 방위사업청과의 수의계약을 통해 모두 3차례 596억원 규모의 군함 건조를 수주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며 "이 같은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3년 동안 수주가 한 건도 없었다'는 조남호 회장의 증언은 위증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왼쪽부터) 한나라당 조해진 의원, 정진섭 의원, 원희룡 의원, 강성천 의원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왼쪽부터) 한나라당 조해진 의원, 정진섭 의원, 원희룡 의원, 강성천 의원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이에 대해 장화익 부산지방고용노동청장은 "본청에서 확인한 결과 한진중공업의 수주 사실이 확인됐다"며 "그러나 한진중공업의 경우 정상적인 경영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간 15만톤, 1조5천억원 정도의 수주가 필요한데 비해 방사청의 수주 규모는 5백9십여억원 정도에 불과해 이 것 만으로 경영정상화를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노사불신 장기화, 대화와 타협 위해 노동청 적극 중재를"

금속노조위원장 선거와 한진중공업노조 집행부 교체 시기와 맞물려 교섭이 진행되지 않고 있는 한진중공업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노동청이 적극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손범규 의원은 "'3년 내 경영정상화가 이뤄지면 해고자들을 우선고용 하겠다'던 사측과 '정리해고를 인정할 수 없다'던 노조의 입장이 각각 '2년 내 우선고용'과 '노사합의 6개월 뒤 복직'으로 상당히 폭이 좁혀졌다"며 "결정적인 순간에 노조 집행부 교체 시기와 맞물려 교섭에 난항을 겪고 있지만 노동청의 적극적인 행정지도를 통해 사측에 조금만 더 양보할 것을 권유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도 "지난 2003년부터 노사간 불신이 장기간 누적돼 당사자들만의 대화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며 "대화를 통해 노사가 타협할 수 있도록 노동청이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화익 청장은 "효과적인 방안과 시점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조속한 시일 내 사태가 해결되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노동청 자본의 시녀 된 지 오래"..."친자본서비스 전락한 노동행정 바로 잡아야"

이날 국정감사에 앞서 민주노총 대구본부와 경북본부는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국정감사 대응 대구경북 결의대회'를 갖고 "구미 KEC, 대구 상신브레이크, 성당새마을금고, 경주 발레오만도를 비롯해 대구경북 지역에는 유독 장기투쟁 사업장이 많다"며 "그러나 노조 탄압을 위한 직장폐쇄가 관할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을 때 노동청이 한 일은 적극적으로 사측의 편 들어주기였다"고 비난했다.

이들 단체는 "산업현장에서 불법파견과 최저임금 위반, 임금삭감과 부당해고가 판을 치고 있는 반면 이를 감시단속하고 바로잡아야할 행정기관은 자본의 시녀가 된 지 오래"라며 "국회는 국정감사를 통해 친자본서비스로 전락한 노동행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국정감사에 앞서 민주노총 대구본부와 경북본부 조합원 100여명이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결의대회'를 갖고 "친자본서비스로 전락한 노동청의 노동행정을 바로잡을 것"을 촉구하고 있다 (2011.09.27)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이날 국정감사에 앞서 민주노총 대구본부와 경북본부 조합원 100여명이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결의대회'를 갖고 "친자본서비스로 전락한 노동청의 노동행정을 바로잡을 것"을 촉구하고 있다 (2011.09.27)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이어 ▶공격적 직장폐쇄 사업장에 대핸 전면 감사 착수와 ▶기획된 노조탄압의 대표적 사업장인 구미 KEC, 상신브레이크, 발레오만도 사용자 구속 수사, ▶부당해고자 복직, ▶노동권을 침해한 행정기관장의 처벌을 촉구했다.

한편, 오전 9시 30분부터 진행된 이날 결의대회는 국정감사가 끝난 오후 3시 30분 무렵까지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진행됐으며, 금속노조 KEC지회와 영남대의료원노조, 포항항운노조를 비롯한 조합원 5명이 이날 국정감사를 방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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