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말로만 '재래시장'...대형마트나 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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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앞둔 대구 <서문시장> 상인들 "손님 갈수록 줄어...대목 사라진 지 오래"

 

"말로만 재래시장 살리지 말고, 대형마트 허가나 그만 내줬으면 좋겠다"

서문시장에서 30년째 견과류와 과일을 팔고 있는 최재순(63)씨는 이 같이 말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5일 아침 라디오연설을 통해 "재래시장이 실제 물건가격도 대형마트보다 훨씬 싸고 품질도 뒤지지 않는다"며 "재래시장 적극 이용해 줄 것"을 호소한 뒤 나온 말이었다. 조씨는 "대통령이 아무리 '재래시장을 많이 이용해달라'고 당부해도 그 말을 들을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며 "말로만 재래시장을 살리지 말고, 대형마트 허가나 그만 내줬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서문시장에는 대목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상인들이 "아지매, 보고가이소"라며 손님들을 불러보지만 대부분은 그냥 지나가거나 필요한 것만 조금씩 구매했다 (2011.09.05)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서문시장에는 대목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상인들이 "아지매, 보고가이소"라며 손님들을 불러보지만 대부분은 그냥 지나가거나 필요한 것만 조금씩 구매했다 (2011.09.05)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추석을 일주일 앞둔 9월 5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은 대목 분위기를 좀처럼 느끼기 힘들었다. 지하철역, 버스정류장, 주차장과 가까운 정문 쪽은 오가는 손님이 많았지만, 시장 안쪽은 한산했다. 간혹 오가는 손님들에게 "아지매, 보고 가이소"라고 외쳐보지만 대부분 힐끔 쳐다본 뒤 그냥 지나가기 일쑤였다.

"말로만 재래시장 살리기, 대형마트 허가는 계속"..."상인들 죽을 지경"

시장 상인들은 이미 명절 대목은 사라진지 오래라며 그 이유로 하나같이 '대형마트'’를 꼽았다. 서문시장 정문 좌판에서 생선을 판매하는 한 60대 상인은 "대형마트가 몇 년 새 크게 증가한데다 최근 현대백화점까지 개점하는 바람에 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꽤나 줄었다"며 "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대목 분위기는커녕 예년보다 손님이 더 줄었다"고 말했다.

재정비 사업이 진행 중인 서문시장 2지구 앞 노상에서 채소를 파는 한 60대 상인은 "말로는 재래시장 살려야 한다면서 정부에서는 대형마트 허가를 계속 내주고 있다"며 "해가 갈수록 손님들이 점점 줄고 있어 상인들은 죽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손님들 대부분 명절 장은 마트에서 보고 재래시장에는 하루, 이틀 전 필요한 것만 조금씩 사러온다"며 "대형마트에 비해 값도 저렴하고 상품도 좋은 만큼 손님들이 재래시장을 많이 찾아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 주차장과 가까운 서문시장 정문 쪽은 오가는 손님이 비교적 많았다 (2011.09.05)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 주차장과 가까운 서문시장 정문 쪽은 오가는 손님이 비교적 많았다 (2011.09.05)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시장 정문에서 생선을 팔던 한 50대 상인도 "손님들이 대부분 대형마트로 몰리는 바람에 도매가격이 예년보다 20~30% 올랐는데도 판매가격을 올리지 않았다"며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마진을 줄여 작년 이맘 때 쯤과 비슷한 가격에 팔고 있다"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이상기후, 대형마트..."추석 대목 사라진지 오래"

최근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값이 오른 과일 때문에 겪는 어려움도 있었다.
올해 추석이 예년보다 10일가량 일찍 찾아온 데다 최근 이상기후로 작황이 좋지 않아 과일을 판매하는 상인들은 울상을 지었다. 작년 이맘때쯤 한 상자(15kg)에 3~5만원하던 배는 5~7만원으로 가격이 1.5배가량 뛰었다. 사과의 경우도 작년에는 4~5만원이었지만 올해는 5~6만원으로 1만원가량 가격이 올랐다. 감의 경우 아직 출하되지 않은 상태다. 

서문시장 안 청과시장의 모습. 예년에 비해 10일가량 앞당겨진 추석과 최근 이상기온으로 과일 가격이 많이 올라 과일가게를 찾는 손님들의 모습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2011.09.05)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서문시장 안 청과시장의 모습. 예년에 비해 10일가량 앞당겨진 추석과 최근 이상기온으로 과일 가격이 많이 올라 과일가게를 찾는 손님들의 모습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2011.09.05)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서문시장에서 40년째 과일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조흥규(74)씨는 "올해 추석도 일찍 찾아온 데다 최근 날씨가 좋지 않아 과일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예년보다 과일을 찾는 손님들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마트보다 5천원~1만원가량 가격이 저렴한데도 손님들은 장보기 편한 대형마트를 선호한다"며 "추석 대목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라고 말했다.

이날 시장을 찾은 홍세은(53.중구 남산동)씨는 "추석을 앞두고 제수용품 가격도 알아볼 겸 반찬거리와 과일을 사러 나왔다"며 "본격적인 명절 장은 하루, 이틀 전에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일의 경우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 놀랐다"며 "제사상에 올리는 과일의 경우는 어쩔 수 없지만 가족들이 먹는 과일은 양을 줄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채소 가격은 예년과 비슷..."그래도 재래시장 손님 줄어 어려움"

가격이 오른 과일에 비해 채소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의 가격을 유지했다. 배추 1포기에 5~6천원, 무 1개당 3천원, 대파 1단 2천원, 열무 1단 2천5백원 수준으로 작년 이맘때쯤과 가격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내렸다. 최근 이상기후로 가격이 크게 뛰었던 상추와 깻잎 가격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 60대 상인은 "채소 가격이 예년과 비슷한데도 요즘 재래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추석을 1주일 앞둔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 (2011.09.05)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추석을 1주일 앞둔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 (2011.09.05)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한편, 그동안 최초 30분에 500원, 이후 10분마다 250원씩 받아왔던 서문시장주차장이 5일부터 구매고객들에 한해 무료로 운영된다. 3만원 이상 구매 시 1시간, 5만원 이상 구매 시 2시간까지 무료로 주차할 수 있으며, 하루 최대 무료이용시간은 2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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