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이상기온 현상에 따른 농작물 피해로 경북지역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전국농민회 경북도연맹에 따르면 경북도내 전체 과수면적 47,745ha(헥타르) 가운데 20%가량인 9,574ha가 냉해를 입었고, 특히 과일의 경우 사과 5,646ha, 포도 2,843ha, 자두 827ha, 복숭아 188ha를 비롯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밭작물 가운데 고추와 인삼의 경우 탄저병이 발생했고, 봉화군과 영주시에서는 농작물 피해율이 70%까지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농작물 피해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자 전국농민회 경북도연맹은 10월 10일 오전 경북도청 앞에서 '경북농민대회'를 갖고 이상기온 현상에 따른 농작물 피해 보상과 쌀값 생산비 보장을 촉구했다. 이날 농민대회에는 경북지역 농민 700여명이 참석했다.
이상기후 피해농가 '특별지원', '쌀값 보장' 촉구
농민들은 "이상기후로 생산량이 줄어 농산물 값이 올랐는데도 정부가 오히려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몰아 외국농산물을 무차별적으로 수입하고, 공공 비축미를 공급해 농가 경제가 파탄나고 있다"며 "심지어 물가관리라는 미명 하에 전국 농산물센터에 일선 공무원들을 파견해 공공연한 협박으로 농산물 가격을 통제하는 전근대적인 행정을 일삼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생산비에 못 미치는 생산량과 과수나무 괴사로 인한 내년 농사 차질로 소득감소와 영농자금 미상환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피해농가 농어촌진흥기금 특별지원금 지급, ▶2011년도 영농자금과 농자재 외상매입자금 상환 연기 및 신규자금 지원, ▶농업용 가계자금대출 상환 연기, ▶납품사과 수매량 확대 및 수매단가 인상, ▶벼 매입가격 40kg 당 6만원(쌀 직불금 포함 7만원) 보장을 비롯한 '5대 요구안'을 촉구했다.
"최소한 내년에 농사 지을 수 있을 만큼만 해결을"
봉화군자연대해대책위원회 임채광 원원장(봉화농민회 회장)은 "지난 6월 장마로 사과는 잎이 다 떨어지고 익지도 않고, 고추와 인삼은 탄저병에 걸려 다 썩었고, 벼는 쭉정이만 남았다"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될지 모르겠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어 “농민들이 일을 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며 "지금까지 국민들을 먹여 살린 우리 농민들의 어려움을 경상북도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농 경북도연맹 신택주 의장은 "농민들이 농사를 짓지 않으면 국민들의 입에 들어갈 곡식은 한 톨도 없다"며 "농민들을 잘 살게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내년에도 농사를 지을 수 있을 만큼만 해결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택주 의장은 또 "정부가 지난해 '풍년이지만 농민들을 위해서'라며 선심 쓰듯 쌀을 추가로 매입했다"며 "그러나 '풍년'이라던 정부의 말과는 달리 올 6월 달에 이미 2010년도 쌀이 다 떨어지는 바람에 지금 2009년 쌀을 시장에 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1년도 쌀이 나오는 시기에 굳이 2년 묵은 쌀을 공급하고 있는 것은 농민들에게 쌀값을 제대로 쳐줄 생각이 없는 것"이라며 "정부는 2011년도 쌀 40kg 당 6만원의 매입가격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농민회 이광석 의장은 "금년 초 통계청에서 농가소득이 44년 전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며 "지금 농민들 20%가 기초생활수급자라는 이름으로 수급비를 받아야만 겨우 먹고 살 수 있는 절대빈곤층으로 몰락했다"고 말했다.
경북도청, "피해농가 '특별지원금' 지급, 예산 범위 내에서 지원할 계획"
이 같은 농민들의 요구에 대해 경상북도 농업정책과 임주승 농촌인력복지담당은 "농민들과 면담을 통해 이상기후 피해 농가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뒤 '농어촌진흥기금'의 가용재원 내에서 특별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영농자금과 농자재 외상매입자금, 농업용 가계자금대출 상환 연기에 대해서는 "재해지역으로 인정 될 경우 상환을 연기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이상기후에 따른 피해'는 관련법에 명시돼 있지 않아 현실적으로는 어렵다"며 "다만, 농협과 협의를 통해 피해농가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납품사과 수매단가 인상 요구에 대해 임주승 담당은 "사과 주산지 시군인 영주와 봉화, 안동의 경우 특별지원건의문이 채택된 상태"라며 "가공품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과일의 경우 수매단가를 최대한 보상해 매입할 수 있도록 건의문을 작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쌀값 생산비 보장 요구에 대해서는 "지난 연말 농가 당 26만원씩 특별지원금을 지급했었다"며 "올해 시장에 형성된 쌀값을 감안해 의회와 협의한 뒤 예산 범위 내에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농 경북도연맹 신택주 의장과 권오현 부의장을 포함한 농민 대표 5명은 이날 오전 '경북농민대회'가 끝난 뒤 이주석 경상북도 행정부지사와 면담을 갖고 '5대 요구안'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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