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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분의 '도가니'와 언론
'도가니' 공론화 경로 / 총선 앞 '새마을단체' 특혜 의혹
2011년 10월 11일 (화) 10:17:59 평화뉴스 pnnews@pn.or.kr

영화 ‘도가니’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개인 안철수가 한국정치의 밑바탕을 흔들고 있다. ‘도가니’가 던지는 영상메시지를 보고 대중들은 아름다워야 할 한국주류사회의 일그러진 모습에 분노하며 결집하고 있다. 안철수가 미소 띤 얼굴로 청년들에게 던지는 한 마디가 정치권에는 천둥소리로 전파되었고 ‘도가니’의 메시지에 대중들은 깊이 공감하고 있다. 조․중․동과 같은 ‘미디어의 제왕들’이 외면한 현상인데도 말이다.

   
▲ <매일신문> 2011년 10월 6일자 1면
   
▲ <영남일보> 2011년 9월 30일자 4면(종합)

  '대구판 도가니' 탐사보도 외면

‘도가니’의 인권유린이 2005년 광주의 사실만은 아닐 텐데, 그리고 ‘도가니’를 본 사람들이 ‘많은 말을 하고 싶어’ 하는데도(영남일보, 9. 30. 4면, 「“짓밟힌 아이들…사람들 분노가 결집했다”」) 대구의 언론들은 ‘대구판 도가니’에 대한 탐사보도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매일신문은 일단 문제를 제기했으나(10. 6. 1면. 「대구도 ‘도가니’ 사건 덮여졌다?」) 본격 탐사보도와는 거리를 두었다). 이런 가운데 대구에서는 ‘새마을단체’ 편파 지원이 공론장에 올랐다. 후진적인 정치현상을 언론이 주목한 보도였다.

  국민이 공분하는 이유 '발견'

‘도가니’ 보도(‘안철수’ 보도도 마찬가지)에서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과연 새로운 사실을 전했는가? 한 마디로 대다수 언론이 추구하는 ‘새로운 사실’-‘뉴스’는 없었다. 그러나 새로운 ‘발견’이 있었다.

   
▲ <한겨레> 2011년 9월 28일자 3면(종합)

한겨레는 ‘도가니’를 본 국민이 ‘공분했다’고 보도했다(9월 28일 3면, 「‘공분의 도가니’ //‘장애인 성폭행’ 담은 실화영화의 충격 //「시민들 “재조사”」). 2005년 광주 인화학교에서 청각 장애인들에게 교장 등이 저지른 몹쓸 짓에 대한 ‘공분’이다. 경향신문은 경찰의 부패, 공무원의 무사안일, 종교집단의 광기, 법의 무능이 똬리를 튼 속에서 항거불능 상태에 빠진 장애인들에 대한 성폭행을 보고 국민들은 분노했다고 보도했다(9월 29일 1면 「세상을 바꾸는 영화의 힘」). 그리고 광주 인화학교의 ‘사실’은 과거의 ‘사실’로 그치는 것이 아니며, 이 시간에도 ‘여전한 현실’임을 언론은 앞 다퉈 보도하고 있다.

  꽉 막힌 구조 속에 갇힌 '나'

광주 인화학교 청각 장애인들이 당한 인권유린이 법질서를 세우는 수사기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공무원, 사랑을 강조하는 특정 종교 집단, 지역특권층이 얽히고 설켜 있고, 억울한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기대는 법원이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자행됐는데도 그 어느 곳 하나 장애인들의 항거에 귀 기울이지 않은 모순된 현실에 국민들은 공분하고 있다고 했다. 성폭행을 당한 광주 인화학교 청각장애인들의 당시 처지는 ‘항거불능’ 상태로 볼 수 없었다는 사법기관의 판단에 국민들은 아연하고 있다고 했다. 인화학교 청각장애인들이 바로 ‘나’일 수 있고, 그들을 울부짖게 한 꽉 막힌 구조 속에 ‘바로 내가 서 있다’는 것을 영화 ‘도가니’는 영상메시지로 전달했다(MBC, 9월 29일 뉴스데스크, 「‘도가니현상’ 왜 일어나나」). 장애인 성폭행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영화를 관람한 국민들은 바로 ‘나’의 문제일 수 있다는 절박함을 느낀 사실에 언론은 주목했다. 그 결과 ‘도가니 방지법’을 만들겠다는 정치권, ‘재수사’ 하겠다는 경찰, ‘우리 고장에도 장애인 성폭행이 있다’는 일부 언론 등이 화들짝 놀란 듯 야단법석을 떠는 변화상을 언론은 다뤘다. 인화학교 청각장애인들이 당한 성폭행-인간으로서의 자존심을 유린당한-을 국민 대중이 ‘나의 일’로 인식한 그 사실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할 일 못한 채 '합법' 타령  

언론 보도가 던진 메시지는 무엇이었나?
‘도가니’ 관련 일련의 보도는, 경찰은 경찰대로, 검찰은 검찰대로, 교육공무원들은 그들대로, 법관은 그들대로 다 할 말이 있고, 본령을 다하려니 너무나 합법적인 장애요소가 많다는 점을 토로했다고 보도했다(KBS, 9. 29. 뉴스9, 「10년간 고통받았지만…」, MBC, 9. 29.  뉴스데스크, ‘항거불능’ 잣대 오락가락」, SBS, 9. 29. 「장애인 울리는 ‘항거불능’」, 한겨레, 9. 29. 1면, 「도가니 피해자 두 번 울린 ‘항거불능’ 조항」). 그래서 장애인 성폭행범들은 공소시효 만료로, 초범이어서, 보호자들이 합의해줘서 … 등 이런저런 이유로 풀려나거나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데 그쳤다. 인권을 유린당한 장애인들만 억울할 뿐이다. 그리고 그 장애인들은 유린당한 멍에를 평생 짊어지고 ‘운명적’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 그런데 그들은 우리 사회의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이것이 언론이 전하는 ‘도가니’ 담론이다.

   
▲ <한겨레> 2011년 9월 29일자 1면

  중산층 몰락 등 배경 분석

경향신문의 분석은 매우 치밀했다. 이 신문은 사회학자 분석을 인용해 ‘도가니’ 에 공분하는 국민 대중은 ‘소수자’들인데 그들은 여성․장애인 그리고 지방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밑바탕에는 하류층으로 이동당한 중산층이 그 동안 겪지 못한 차별과 계층갈등을 경험하면서 소수자에 대해 자각하게 됐다고 했다. ‘대중의 분노’로 본 것이다(9월 29일 2면 「영화 ‘도가니 현상’ 왜?… 여성․장애인․지방 소수자에 ‘공감’」). 

‘도가니’ 공론화 경로

그러나 여기서 또 한 한 가지 눈여겨볼 대목은 ‘도가니’의 메시지가 오늘 이 시점에서 공론화되기까지의 과정-경로이다. 그것은 ‘국민을 공분케 하는 사건’은 어느 때든지 일어날 수 있지만 언론/언론인이 그 본령인 ‘국민의 기본권 지킴이’ 로서 얼마나 긴장하고 있느냐 여부에 따라 사건과 관련을 맺고 있는 여러 기관들의 태도(되레 피해 장애인을 질타․매도하는 구조)는 달라질 수 있고, 국민의 삶의 수준이 ‘천당’․ ‘지옥’을 오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도가니’의 메시지가 공론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모으게 된 경로를 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2005년 광주 인화학교의 장애인 인권유린→공지영 작가의 실화소설 발표(창비, 2009. 6.)→‘도가니’ 영화화 제의․제작→언론보도.
또 한 가지 확인되는 것은 광주 인화학교 장애인 인권유린→시민단체의 관심과 호소․투쟁→MBC PD수첩 보도(2005. 11. 1. 「은폐된 진실-특수학교 성폭력 사건」, 2007. 6. 5. 「우리는 패륜이 아니다-어느 청각장애 학생들의 소리 없는 절규」)의 경로이다(MBC의 지속적인 관심은 10월 4일 PD수첩 「도가니, 영화보다 아팠던 이야기」에서 대략의 상황을 볼 수 있다).

  깨어 있는 소수의 '무게'

이 ‘경로’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깨어 있는 소수의 관심이 공론화할 만한 것을 공론화하는데 가지는 ‘무게’이다. 그 점에서 ‘도가니’ 보도를 조․중․동이 철저히 무시했다는 사실은 역으로 ‘차별과 폭력 없이 인간답게 사는 문제’에 대중이 깨어 있지 못하게 하는데 이들 언론이 가지는 ‘무게’를 가늠하게 한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한 현상이었다.

   
▲ <경향신문> 2011년 9월 29일자 1면

덧붙일 수 있는 점은 ‘도가니’가 영화가 ‘몰입’이라는 영화 매체 특성을 통해, 사회를 바꾸는 계기를 마련하거나 바꾸는 대중매체로서 가지는 힘 또한 언론보도가 확인시켜줬다(경향신문, 9. 29. 1면, 「세상을 바꾸는 ‘영화의 힘’」, SBS, 9. 29. 8시 뉴스, 「세상을 바꾸는 영화의 힘」). 인권이 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받거나 유린될 수는 없다는 영화 ‘도가니’의 메시지는 어디서나 보편적인 것인데도 대구의 장애인/약자 인권유린 상황에 대해 대구의 신문‧방송들은 강 건너 불 보듯 했다.

  정치적 특혜 의혹 초점

   
▲ <영남일보> 2011년 10월 4일자 2면(종합)

영남일보가 지난 4일 2면(뉴스 & 이슈) 「사회단체보조금, 특정단체 쌈짓돈이냐」 제목의 머리기사로, 대구MBC가 지난 4일 뉴스데스크 머리기사로 보도한 「정치적 특혜 의혹」은 새마을회에 대한 기초의회 차원의 특혜 편파지원 움직임을 대구․경북 지방의 낙후된 정치구조에 초점을 맞춰 공론화한 점에서  주목받았다. 대구MBC 보도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대구MBC> 뉴스데스크(2011.10.4)


◀ANC▶최근 전국 자치단체마다 특정 단체를 지원하기 위한 조례 제정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대구에서는 새마을운동 조직을 지원하는 조례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특정 단체를 위한 조례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어서 다른 단체와의 형평성 논란과 함께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목적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일고 있습니다.
◀END▶◀VCR▶대구 중구의회는 최근 새마을 운동조직 지원조례를 입법예고했습니다. 지난 5월 대구시 조례 제정에 이은 두 번 째로 각종 사업경비와 운영비 등에 예산지원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당장 보조금 지급을 받는 다른 단체와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INT▶이훈 부의장/대구시 중구의회“단체가 36군데 있는데, 지금 현재 최고 많은 혜택을 주고 있는데 형평성 논란이 있을 수 안 있겠나 그런 우려도 하고 있습니다.”1970-80년대에 제정한 새마을운동육성법과 장학금지급조례를 근거로 대구에서만 3억 4천 여 만원의 장학금이 해마다 새마을단체 회원자녀에게 지원되고 있습니다. 특히나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어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INT▶박인규 사무처장/대구참여연대“우호적인 관계를 강화하려는 정치적 목적인 깔린 것으로 충분히 우려할 수 있습니다.”중구의회의 조례 입법발의에 이어 다른 구·군에서도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논란은 커질 전망입니다.
(S/U)총선과 대선을 앞둔 가운데 지자체마다 특정단체에 대한 지원조례가 잇따르면서 정치적 목적을 염두에 둔 특혜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습니다. mbc뉴스 △△△입니다.


대구MBC의 이 보도가 강조하고 있고, 또 주목하고 있는 사실은 대략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새마을회 특혜 지원은 영남일보가 4일 조간 보도로 대구MBC보다 앞섰다. 그러나 그 초점은 새마을회가 다른 관변단체와 비교해 대구시가 지원하는 금액이 4상위에 랭크돼 있는 점(5.49%의 단체가 지원금액의 26.68% 차지), 그나마 진보성향 단체들은 아무리 좋은 사업을 해도 지원액은 관변단체와는 비교가 되지 않아 아무리 많아도 몇 백 만원에 그치고 있어 다양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시민이 낸 세금을 형평에 맞게 지원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점에서 대구MBC 보도와 지향점이 다르다).

(1)새마을회에 대해 대구 중구청이 다른 단체와의 형평성을 무시하고 편파적인 재정 지원 조례 발의를 입법 예고했다.
(2)그 편파적인 재정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는 조례를 중구의회 뿐만 아니라 대구시의회 등 다른 의회에서도 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3)이미 각 지자체는 시대흐름에 맞지 않는 1970-80년대에 제정한 새마을운동육성법과 장학금지급조례를 근거로 특혜적인 지원을 해왔다.
(4)그런데 편파적인 재정지원이라는 지적이 불 보듯 빤한데도 불구하고 지자체마다 이런 무리수를 강행하려는 것은 총선과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치적 목적을 염두에 둔 특혜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특혜 조례는 "의원 의중 입법화"

대구MBC의 이 보도 행간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국민이 마음대로 말할 수 없었던 박정희․전두환 군부 권위주의 통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새마을운동 지원을 민주화 시대에도 원용해온 공무원들의 구태의연한 태도를 문제점으로 깔았다는 점이다.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영남일보, 10. 5. 2면, 「사회단체보조금, 특정단체 쌈짓돈이냐」).

   
▲ <영남일보> 2011년 10월 5일자 2면(종합)

그런데 이런 편파적인 새마을 특혜 조례는 기초․광역의회 의원들이 발의, 통과시키게 되는데, 이들 기초․광역의회 의원들의 공천권은 거의 해당 지역 국회의원들이 장악하고 있다. 당연히 이들 의원들은 공천을 보장받기 위해 공천권을 쥐고 있는 국회의원의 의중을 헤아려 조례라는 이름으로 입법화하기 마련이다.

  '총선․대선 위한 포석' 의혹 제기

대구MBC의 이 보도는 기초․광역의회가 풀뿌리 정치라는 본령을 벗어나 국회의원의 의사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현재의 정치 구조에서 기초․광역의회 차원에서의 새마을회 특혜 지원 조례 제정 움직임은 내년 총선․대선을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의혹을 공론화 했다. 다시 말해 새마을회 특혜 지원은 기초․광역의원들을 통해 새마을조직에 정치적 영향을 미치려는 총선․대선 전략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기자가 강조한 ‘정치적 목적’은 현장 정치 상황으로 볼 때 결국 이들 의원들을 공천한 한나라당의 정치적 목적을 가리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다수 대구 신문․방송 '침묵'

새마을회 특혜 지원 조례 제정 움직임에 대해 KBS 대구․TBC는 단신으로 다루거나 침묵했다. 특혜 조례 제정 움직임이 현재의 지방정치 구조로 볼 때 정치적 목적/의도와 무관할 수 없고 특히 총선․대선을 앞둔 정치의 시기란 점에서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 <매일신문> 2011년 10월 5일자 4면(사회)

매일신문은 서구청장 선거비용과 관련해 간접적으로 다루었다(매일신문, 10. 5. 4면. 「선거 치를 돈도 없다던 서구청이…//민간단체에 추경할 돈은 있었나」). 대구MBC‧영남일보를 제외한 대구지역 주요 언론사가 새마을회 편파‧특혜 지원 의혹에 보인 보도태도는 정치민주화나 풀뿌리정치 발전과는 거리를 둔 것이었다.

  '뉴스선택권' 제한


이 점은 의제설정의 보편성이란 면에서나, 독자‧시청자들의 뉴스선택권을 제한한 점에서나 성실하지 못했다. 분명 이런 보도태도는 총선‧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우려스런 조짐이 아닐 수 없다. ‘독주하는 언론 권력’-독자․시청자들은 관변 단체 앞에 머리 숙인 오늘의 대구 언론을 그렇게 부르려 할 지 모른다.

   





[평화뉴스 - 미디어 창 155]
여은경 / 대구경북민주언론시민협의회 사무처장. 전 대구일보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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