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성로의 재발견 'cafe 삼덕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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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재발견> 근대건축물 리노베이션 프로젝트..."근대와 현대의 공존"

 

지금은 '돼지불고기', '우동', '공구골목'으로 유명한 대구 북성로는 해방 전 대구읍성 북쪽 성곽이 허물어진 뒤 처음 등장한 신작로였다. 수은가로등이 설치되고 양복점과 기모노점, 술집, 쌀집, 여류판매점, 채소판매점이 들어서면서 '모도마찌(元町)'로 불리던 대구지역 최대 상권지였다.

해방 이후 미군부대에서 버려진 폐공구를 모으던 수집상들이 달성공원 입구에서 장사를 시작하면서 '북성로'에 상인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이 일대에 '공구골목'을 형성하게 됐다. 그 뒤 지난 1970년대 '제3공단'과 '이현공단'을 비롯한 산업단지가 대구에 들어서면서 이곳 북성로 '공구골목'은 전성기를 맞았다.

'북성로의 재발견' 프로젝트의 첫 결실인 'cafe 삼덕상회' 오픈식에 참석한 사람들이 가게 밖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일본식 건물 가운데 흰색으로 말끔히 단장된 곳이 'cafe 삼덕상회' (2011.10.27)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북성로의 재발견' 프로젝트의 첫 결실인 'cafe 삼덕상회' 오픈식에 참석한 사람들이 가게 밖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일본식 건물 가운데 흰색으로 말끔히 단장된 곳이 'cafe 삼덕상회' (2011.10.27)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그러나 1990년대 IMF와 경기침체의 이중고를 겪은데다 지난 1998년 검단동 유통단지가 형성되면서 북성로는 침체기에 들어섰다. 그 결과 지금은 낡고 때묻은 건물에 허름한 공구상점, '돼지불고기'와 '우동'을 파는 포장마차만이 그나마 '북성로'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북성로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구지역의 건축가와 미술가, 인문학자를 비롯한 10여명으로 구성된 <대구의 재발견>은 올해 초 '북성로의 재발견'이라는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북성로의 빈 점포 가운데 보존가치가 있는 건물을 리노베이션을 통해 근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문화공간으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 프로젝트의 첫 결실인 'cafe 삼덕상회'가 10월 27일 저녁 문을 열었다.

중구 북성로2가 47-2번지 옛 '삼덕상회' 건물을 새롭게 단장한 'cafe 삼덕상회' (2011.10.27)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중구 북성로2가 47-2번지 옛 '삼덕상회' 건물을 새롭게 단장한 'cafe 삼덕상회' (2011.10.27)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삼덕상회'는 1930년대 지어진 건물로 1층에는 상점과 2층에는 가옥이 들어선 전형적인 일본식 근대 건축물이다. 이곳은 올해 7월 세상을 떠난 고(故) 김성운씨의 선친이 지난 1953년 '철원상회'라는 이름으로 공구철물점을 열었고, 김씨가 '삼덕상회'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철사와 로프를 비롯한 공구자재를 팔았던 가게다. 그러나 건물이 낡고 오래된데다 김씨의 아들이 맞은 편에 다른 공구점을 열면서 이곳은 한동안 빈 점포로 남게됐다.

<대구의 재발견>은 올해 3월 '북성로의 재발견'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이곳 '삼덕상회'를 복합문화공간 형태의 까페로 리노베이션하기로 결정했다. 그 뒤 '삼덕상회' 건물주 김성운씨를 설득해 허락을 받아냈고, 까페 운영은 지역 대학에서 근대건축을 전공한 <대구의 재발견> 회원 최지애(30)씨가 맏기로 했다. 최씨는 '철원상회'와 '삼덕상회'에 이어 이름을 바꾸지 않고 'cafe 삼덕상회'로 이 공간을 새롭게 대를 잇는 사람이 됐다.

(왼쪽) 'cafe 삼덕상회' 안마당 쪽에서 1층과 2층을 바라본 모습과 (오른쪽)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옛 '삼덕상회'의 모습을 담은 사진으로 꾸며놓은 2층 벽면 (2010.10.27)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왼쪽) 'cafe 삼덕상회' 안마당 쪽에서 1층과 2층을 바라본 모습과 (오른쪽)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옛 '삼덕상회'의 모습을 담은 사진으로 꾸며놓은 2층 벽면 (2010.10.27)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cafe 삼덕상회' 리노베이션은 대구 <중구 도시만들기지원센터>가 설계지원비 150만원을 지원하고, <대구의 재발견>과 까페 운영자 최지애씨가 9천여만원을 공동 투자해 지난 7월 공사를 시작했다. 3개월가량 공사를 통해 새단장 된 'cafe 삼덕상회'는 일부 보강이 필요한 부분을 제외하고 목재 트러스와 기둥을 비롯한 골조와 기와지붕을 원형 그대로 살린채 현대적 감각을 덧씌웠다.

중구 도시만들기지원센터 권상구 사무국장은 '북성로의 재발견' 프로젝트에 대해 "단순히 오래된 건물을 허물고 새 건물을 짓는 방식이 아닌 근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리노베이션 할 수 있다는 것을 시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며 "근대 건축물 리노베이션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자 했다"는 취지를 밝혔다.

목조 트러스와 골재를 원형 그대로 살린 2층 지붕 안쪽의 모습 (2011.10.27)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목조 트러스와 골재를 원형 그대로 살린 2층 지붕 안쪽의 모습 (2011.10.27)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2층 다다미방 안에서 도현학 영남대 건축학부 교수와 제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1.10.27)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2층 다다미방 안에서 도현학 영남대 건축학부 교수와 제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1.10.27)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북성로의 재발견' 코디네이터 <대구의 재발견> 김주야 공동대표는 "일제시대 건물이라는 점 때문에 비판을 하는 분들도 있지만 어쨌거나 우리 역사의 일부분이고, 북성로 일대의 건물들은 격동과 수치의 시간을 함께 기억하고 있다"며 "이것이 우리가 북성로 건물들의 원형과 의미의 가치를 들춰내고 조명해야할 이유"라고 말했다.

낡고 허름한 모습으로 방치됐던 '삼덕상회'는 이제 새로운 문화복합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공구재료상으로 사용되던 1층은 전면부를 넓게 틔워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했고, 2층은 일본식 건물의 특징인 다다미방 한 칸을 원형 그대로 살려 작은 세미나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흰색으로 칠해진 1층과 2층 벽면은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중구 도시만들기지원센터> 권상구 사무국장(왼쪽)과 <대구의 재발견> 김주야 공동대표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중구 도시만들기지원센터> 권상구 사무국장(왼쪽)과 <대구의 재발견> 김주야 공동대표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삼덕상회'의 대를 잇게 된 까페 운영자 최지애씨는 "이 곳은 커피 뿐만 아니라 공간도 함께 파는 곳"이라며 "까페 내부 공간을 아마추어 작가들의 작품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고, 2층 다다미방은 학생들의 세미나실과 회의공간으로 대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곳에서 커피를 팔아 수익을 내기 보다는 보존가치가 있는 건물을 리노베이션을 통해 근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문화공간으로 바꾸고 싶었다"며 "북성로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afe 삼덕상회' 운영자 최지애(30)씨 (2011.10.27)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cafe 삼덕상회' 운영자 최지애(30)씨 (2011.10.27)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한편, <대구의 재발견>은 'cafe 삼덕상회'에 이어 '구) 야마구찌 도예점'과 '구) 꽃자리 다방', '이기붕 부통령 박마리아 옛집' 건물도 건물주를 설득해 리노베이션을 통한 근대건축물 복원과 상가활성화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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