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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지켜보는 게 얼매나 안타까운지..."
<팔공산 갓바위> "먹고살기 바빠서..." / "정치? 우리 편은 하나도 없어"
2011년 12월 27일 (화) 14:38:45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pnnews@pn.or.kr

   
▲ '갓바위'를 향해 절을 하는 사람들(2011.12.26 팔공산 갓바위)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새해를 닷새 앞둔 2011년 12월 26일, 대구 팔공산 갓바위 주차장의 기온은 영하 6도였다. 산 입구는 추위에 얼어붙은 물줄기를 드러내고 등산객을 맞이했다. 낮 1시20분쯤 산에 올라 2시30분쯤 정상에 도착했다. 영하의 날씨 탓인지 갓바위에는 50~70명가량의 비교적 많지 않은 사람들이 절을 하거나 풍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추운 날씨에도 등산객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이날 갓바위에는 방학을 맞이한 청소년들도 곳곳에 보였다. "재미있을 것 같아서요. 방학이에요. 옷 많이 입어서 춥진 않아요"라고 동시에 대답하던 건비(12)와 윤아(10)는 윤아의 아버지와 함께 산행을 즐기고 내려가는 길이었다. 사촌지간인 두 여자아이는 각각 사회와 체육을 가장 좋아하는 과목으로 꼽고 내년에는 꼭 좋은 성적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 (왼쪽)갓바위에서 내려가는 사촌 김건비(12),이윤아(10) 어린이...(오른쪽)불공을 드렸다는 박현숙(55)씨와 강희자(50)씨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산 중턱에 있는 쉼터 팔관정에서 박현숙(55,주부)씨와 강희자(50,주부)씨는 잠시 쉬며 차를 마시고 있다. 이들은 포항에서 아침 10시에 출발해 불공을 마치고 가는 길이라고 했다. "올해 뜻한 바를 다 못 이뤘어. 그게 좀 아쉽고. 그 일은 내년엔 꼭 마무리하게 해달라고 빌었어"라고 말했다. 이들은 몇몇 등산객에게 집에서 가져온 따뜻한 차를 건네며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먹고살기 바빠서...많이 힘들었어요"

   
▲ 박재왕(46).신용규(39)씨
박재왕(46,군부대 근무)씨는 "아쉬운 일이 많았죠. 먹고살기 바빠서 친구들도 못 만났고, 자식들은 부모보다 컴퓨터랑 핸드폰을 더 좋아하지"라고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또 "전날도 술을 마셨는데, 만나면 술이니 연말은 힘드네요"라면서 '음주산행'을 계속하겠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10년 전에 오고 두 번째로 왔네요"라던 신용규(39,회사원)씨는 아내 이미영(35,자영업)씨와 산등성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년엔 40살이에요. 감회가 새롭네요. 올해 장사를 그만두고 많이 힘들었죠. 요즘은 회사를 다니니 하루하루가 아깝게 느껴져요"라며 새해소망으로는 "제 딸아이들은 쌍둥이에요. 이제 6살인데 내년엔 꼭 한글을 다 익혔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책을 많이 읽어주고 싶어요. 그리고 아내가 하는 사업이 잘 됐으면 좋겠어요. 그것 말고는 없어요"라고 말했다.

"약사여래불~ 약사여래불"

   
▲ 연등 뒤로 보이는 팔공산 갓바위(2011.12.26)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험준한 남쪽 관봉 850m 정상에 갓바위가 모습을 드러냈다. "약사여래불"하는 염불소리가 주변을 가득 채운다. 목탁소리와 염불소리에 맞춰 불자들은 무릎깔개위에 앉아 기도를 드린다. 갓바위를 향해 절을 하는 사람, 염주를 돌리며 기도를 하는 사람, 손을 모아 기도를 하는 사람, 동서남북 사방을 향해 절을 하며 기도를 하는 사람. 가지각색의 방식으로 갓바위에  기도를 올리고 있다. 기도를 하는 사람들 뒤에는 시민들이 팔공산 산등성이를 바라보고 있다.

   
▲ 팔공사 관암사 산신각에 합장하는 여인...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내년엔 취업, 꼭!"

   
▲ 최지연(23).안상현(25)씨
갓바위 소원촛불 앞에 서 있던 최지연(23,취업준비생)씨와 안상현(25,취업준비생)씨는 연인사이다.

"초등학교 이후 처음으로 갓바위에 왔습니다. 신기하고 불교역사를 느낄 수 있어 좋은 것 같네요"라던 안상현씨는 기독교인이라 갓바위를 보고 기도를 하지는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제가 용띠에요. 내년은 흑룡해잖아요. 좋은 일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아직 취직을 못했지만 내년엔 꼭"이라 말했고, 또 "보건직 시험 준비 중이에요. 내년에 합격했으면 좋겠어요."라고 최지연씨도 이어 말했다.

"자식을 옆에서 지켜보는 게 얼매나 안타까운지..."

대웅전과 갓바위 사이 작은 간이 건물에는 수십 장의 기와가 쌓여 있다. 짙은 회색기와에는 알 수 없는 흰색 글씨가 적혀있다. 이름을 밝힐 수 없다던 중년 부인은 "아들이 20대 후반인데 아직 취업을 못했어. 그래서 내년에 취업하게 해달라고 소원 빌라고 기왓장에 쓰는겨"라며 "자식을 옆에서 지켜보는 게 얼매나 안타까운지... 기왓장에 쓰면 좀 덜해질까"라고 덧붙였다.

   
▲ 기와불사 앞에서.../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정치? 우리 편은 하나도 없어"

   
▲ 김태겸(50)씨
자주 팔공산에서 불공을 드린다는 김태겸(50,자영업)씨는 "자식 둘은 취업했고, 막내딸이 중2야. 얼마 전에 전교1등 했어. 갓바위에  기도드리고 열심히 산 덕분인 것 같아"라며 "내년도 올해만큼만 좋았으면 좋겠네"라고 말했다. 덧붙여 "여기에 불공드리러 오는 사람들은 다 착한 사람들이야. 반성도 하고 기도도 하고 얼마나 착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인에 대한 물음에는 "인간될 놈이 하나도 없다"며 "국민을 위해, 서민을 위해 일하는 놈이 어디있노? 세금만 낭비하고, 밥그릇 싸움이나 하지. 대구 사람들도 정신 차려야 한다. 대구 경제를 좀 돌아봐라. 언제까지 한나라당 찍을래?"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팔관정에서 만난 이름을 밝힐 수 없다던 전직교사들 모임 진우회의 한 어르신도 "나는 본디 얼굴도 말도 없는 사람이요. 그런데 정치인들 이야기만 하면 속에서 불이나"라며 "우리나라에 정치인이 있기는 있습니까? 당선되기 전에는 그렇게 열심히 할 것 같이 떠들더니 당선되면 일을 안 해. 국민편이, 우리 편이 하나도 없어. 잘 좀해라!"라며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 팔공산 갓바위 등산객들...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내년엔 건강했으면...자식들한테 짐이 안되야재"

산 입구에 앉아 숨을 몰아쉬던 서정렬(73,대구 내당동)씨는 이날  탁구동호회 회원들과 팔공산을 찾았다고 말했다. 할아버지는 "5월에 했던 지방종수술 때문에 후유증이 심해"라며 "진통제를 먹어도 너무 고통스럽지. 내년엔 무엇보다 건강 했으면 좋겠네"라고 답했다.

갓바위 '애자모 지장굴' 앞에서 만난 예용순(65,경산 옥산동)씨는 "부처님 덕분에 지금까지 잘 살았는데 부처님한테 더 욕심내면 안돼. 그래도 있다면 딱 2개 밖에 없어. 애들 직장 잘 다니며 지들 마음먹은 대로 소원성취하고, 내 죽을 때까지 잘 있다가 죽는 거. 그거 이외에는 더 바랄 것도 없어"라고 했다.

   
▲ 서춘자(70) 할머니
예용순 할머니가 오늘 팔공산에서 만난 길동무 서춘자(70)씨는 예용순 할머니 말대로라면 '갓바위 열혈 팬'이다.

"매일 아침 6시 5분 되면 산에 기도드리러 오재"

그러나 지난 22일 서춘자 할머니는 눈길에 미끄러져 손에 심한 멍이 드는 바람에 3일 동안 갓바위를 보러 오지 못했다고 전했다. "못 오면 을매나 속이 답답한지 아나"라며 그때 마음을 표현했다.
내년 소원을 물어보자 "갈 때 (죽을 때) 자식들한테 짐이 안되야재. 건강해야하고 다른 건 자식들 잘되는 거, 그것밖에 없지. 더 빌 것도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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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어멍
(121.XXX.XXX.229)
2011-12-31 02:44:33
기사 멋진데요~
사진, 글 모두 참 좋군요~ 고생하면서 쓴 보람이 있네요~ 와~~ 수습 맞어? ^^
전체기사의견(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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