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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젊은이들, 새해엔 취업 꼭 됐으면"
앞산에서 만난 시민들..."모쪼록 아프지 않고 평화로운 새해를"
2011년 12월 31일 (토) 01:29:58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pnnews@pn.or.kr

   
▲ 앞산에서 대구 전경을 내려다 보는 등산객(2011.12.30)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새해를 앞둔 28일과 30일 대구 앞산을 찾았다. 지난 주 동안의 한파가 풀리고 바람 한 점 없는 맑은 날씨 덕분에 이틀간 산을 오르는 이들의 얼굴은 밝았다. 등산객들은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며 서로 손을 잡아끌어 주기도 하고, 로프를 잡고 올라가기도 했다.

앞산을 찾은 첫째 날인 12월 28일 오후. 영상 6도의 따뜻한 날씨 속에 얼었던 냇물이 작은 파장을 내며 깨졌다. 앞산공원의 큰골을 따라 새해를 맞이하는 사람들의 솔직한 심정을 듣고 싶었다. 그러나 큰골은 앞산의 8개 골 중 산새가 험한 지역이라 그다지 등산객이 많지 않았다. 큰 바위로 이뤄진 큰골은 등산객들을 중간에 돌아서게도 했다. 30분가량 큰골에 혼자 남겨져 등산을 하고 있자니 스산한 기운이 느껴졌다.

이틀 후 30일 아침. 다시 앞산을 찾았다. 이날은 큰골이 아닌 안지랑골을 통해 앞산을 찾은 사람들을 만났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사람들의 모습에서 활기를 느낄 수 있었다. 아침 8시 이전에 온 사람들은 운동을 마치고 하산하고 있었고, 그 후에 온 사람들은 등산 준비운동을 하고 있었다.

산 밑 도시에서 들려오는 소음이 점점 커지고 아침 10시가 되어도 앞산을 찾은 등산객들은 30명이 채 되지 않았다. 새해 이틀 전, 사람들의 표정은 평온해 보였다. 등산객들은 새해에 각자 실천할 수 있는 개인적인 일들이 이뤄지거나, 올해 있었던 사회적 문제들이 해결되기를 바랐다.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일 있기를"

뒷걸음으로 산을 내려오던 김모씨(63,여)는 앞산 중턱에 있는 안일사를 방문한 뒤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모쪼록 새해에는 평안하고 평화로웠으면 좋겠어요. 올해엔 안 좋은 일이 많았지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일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되길 기도 할게요"라며 합장을 한 뒤 산 입구를 향해 내려갔다.

안지랑골 오르막길을 천천히 올라가던 강현숙(59,여)씨는 몇 발자국을 가다 멈추고 벤치에 앉았다. "개인적으로, 국가적으로 나쁜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라며 "지난 해에 수술만 2번했어요. 많이 힘들었죠. 새해에는 무엇보다 건강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덧붙였다.

   
▲ (왼쪽) 강현숙씨와 김상순씨...이 날 앞산에서 처음 만났지만 10년 지기 친구처럼 다정했다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강현숙씨가 쉬던 벤치를 지나가던 김상순(61,여)씨는 "내년엔 둘째 딸이 결혼했으면 좋겠어요. 또 첫째 딸의 손자도 보고 싶어요"라고 했다. 두 사람은 이날 등산로에서 처음 만났지만 마치 10년 지기 친구처럼 각자 가지고 온 커피와 과자를 나누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또 이들이 앉은 주변으로 꿩 한 마리가 다가오자 "새해에는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다"며 신기해하기도 했다.

등산객들에게 정치나 국가에 바라는 것은 없냐고 묻자 "우리 같은 사람들이 말해서 뭐하겠어. 얘기한다고 해서 들어주는 것도 아니고 바뀌는 것도 없는데"라고 했다. 새해에도 정치에 대한 불신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았다.

  "대구 젊은이들, 새해엔 취업 꼭 됐으면"

   
▲ 앞산을 오르는 사람들과 내려오는 사람들(2011.12.30)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앞산을 찾은 등산객들은 '건강' 다음으로 젊은 세대의 '취업난'과 '교육문제' 해결을 새해 소원으로 많이 꼽았다.

28 일 큰골 대피소에서 만난 이모씨(60,내당동)는 "이 나이에 새해라고 따로 원하는 것도 없지만 대구에 있는 젊은이들 취업은 내년엔 꼭 좀 해결됐으면 좋겠어"라며 "취업 면접을 보러 가서 또 떨어졌다는 친구 아들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안좋아"라고 했다.

같은 날 큰골 입구 체육공원에서 만난 윤모씨(75,대명 5동)는 "다른 것 보다 새해에는 학교폭력 그건 절대 있어서는 안돼"라며 최근 대구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교육 문제를 언급했다. 덧붙여 "어린 학생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하고 말끝을 흐렸다. 이날 윤 할아버지는 감기에 걸려 기침을 하면서도 마스크를 끼고 앞산을 찾았다. 연말에 집에 혼자 있는 것이 싫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산에 왔다는 그의 말에 쓸쓸함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건강...술.담배 꼭 끊어야죠"

   
▲ 앞산 전망대를 향해 등산하는 주부들..."예쁘게 찍어줘"라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앞산 안지랑골 안일사 옆 약수터. 백근규(45,건설업)씨는 모처럼 쉬는 날이라 방학을 맞은 딸 예지(대명초 3년)양과 함께 등산을 왔다. 이들 부녀는 약수터에서 물을 마시며 서로의 등을 다정하게 두드려 등산의 긴장을 풀어주고 있었다. 다가가 새해소원에 대해 묻자 "사업이 좀 잘 풀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올해 실패한 술.담배 끊기도 성공해야죠"라고 했고, 딸 예지양은 "내년에도 학급에서 회장이 되고 싶어요"라며 볼을 붉히며 당차게 말했다.

   
▲ 아빠와 함께 앞산에 놀러와 신난 예지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오전 10시 30분쯤 직장 상사들과 앞산을 찾은 박성렬(34,남)씨는 "가족 건강이 첫 째 소원이죠. 그리고 1년째 사귀고 있는 여자 친구와 결혼했으면 합니다"라고 멋쩍어하며 말했다. 그의 말에 옆에 있던 상사들이 놀리기도 했다. 덧붙여 "이룰 수 있다면 내년에 한라산 등반도 성공하고 싶습니다"라며 구체적인 새해 계획을 설명하기도 했다.

  "국민 생각하는 정치, 민생 돌보는 정치를"

앞산 정상 헬기장에서 만난 김근철(50,남)씨는 경남 창원에서 부인과 함께 고향 대구를 찾아왔다. "새해에는 정치인이 국민들 생각을 좀 했으면, 그래서 좋은 방향으로 통합해서 쭉 가는 그런 나라가 됐으면 합니다"라며 정치인들이 민생을 잘 돌봐주기를 희망했다.

   
▲ 앞산 안지랑골에 있는 안일사를 지나 등산하는 사람들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안지랑골의 구불구불한 길은 돌계단으로 이뤄져있다. 등산객들의 발걸음이 느려지고 무거워 지는 때가 바로 이 길을 지날 때다. 산 정상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길은 험해졌고 그럴 때마다 산을 오르는 이들의 얼굴은 힘들어 보였다. 그러나 이 길을 지나야만 산 정상으로 갈 수 있고 대구의 전경을 내려다 볼 수 있다.

힘겹게 앞산 정상에 도착한 사람들은 카메라나 핸드폰을 꺼내 대구 전경을 찍거나, 뒷짐을 지고 말없이 도시를 쳐다보기만 했다. 사람들의 표정에서 올해가 많이 힘들었음을, 그리고 다가오는 새해가 좀 더 희망차기를 바라는 심정을 읽을 수 있었다. 새해를 맞이하는 것은 다시 정상까지 올라야하는 과정과 비슷하지 않을까. 정상이 가까워지면 길은 더 험해지고 몸은 무거워진다. 마치 한해가 끝나 새해가 오기 전 오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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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어멍
(121.XXX.XXX.229)
2011-12-31 03:04:49
사진 참 좋아요~
사진이 예사롭지 않아요~ ^^ 많은 사람들 만나면서 기분도 새로워지겠지요? 새해엔 수습 딱지 떼고 어엿한 기자로서!!!!!
전체기사의견(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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