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가 직접 광고?..."미디어 공공성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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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언론.시민단체 '미디어렙법' 제정 촉구..."보도편성과 광고 분리 원칙 지켜야"


'1공영 다(多)민영' 미디어렙을 허용하는 내용의 '미디어법' 추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대구에서도 열렸다.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와 대구경북진보연대는 1월 4일 오후 한나라당 대구시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방송 공공성 원칙에 부합하는 미디어렙법 즉각 제정" ▲"지상파방송사의 광고 직접영업 철회" ▲"공정한 미디어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는 단체 회원을 비롯해 30여명이 참가했다.

앞서, 국회 문방위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지난 1일, KBS와 EBS, MBC에 대해 1개의 '공영미디어렙'으로, SBS와 종합편성채널에 대해서는 '1사 1렙'으로 사실상 ‘다(多)민영미디어렙'을 허용하는 내용의 미디어렙법(방송광고판매대행사) 개정안을 처리했다. 특히, 민영 미디어렙의 경우 1개 방송사의 지분한도를 40%까지 허용해 사실상 방송사가 실질적 지배권을 가질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한나라당은 5일 국회 문방위 전체 회의를 열어 소위에서 넘어온 이 내용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미디어렙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2012.1.4 한나라당 대구시당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미디어렙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2012.1.4 한나라당 대구시당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그러나, 지역 단체들은 이 안이 "미디어 공공성과 한참 동떨어진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보도편성과 광고 분리'라는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와 방송의 공공성 원칙에 부합하는 미디어렙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상파방송과 동일서비스 효과를 가진 조중동 종편이 3년동안 직접 광고영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민영미디어렙에서 한 방송사의 소유지분을 40%까지 허용해 방송사의 실질적 지배권까지 내줬을 뿐 아니라, 지난 12월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보도편성과 광고 분리',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광고 취약 매체 지원 근거 마련'을 비롯한 3대 원칙도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허미옥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은 "1사1렙 법안이 통과되면 방송광고가 주요 방송사에 집중돼 소규모 방송사는 광고시장에서 외면받고 방송사와 광고주의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면서 "미디어렙은 하나의 방송사가 지배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1공영 1민영이 될 수 없다면 민영미디어렙 수는 최소로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허미옥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 임성열 민주노총 대구본부장, 문혜선 대구참교육학부모회 상담실장, 박인규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왼쪽부터) 허미옥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 임성열 민주노총 대구본부장, 문혜선 대구참교육학부모회 상담실장, 박인규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허 국장은 또, 기존의 방송광고 판매 대행사로 '정거장'역할을 했던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의 순기능을 얘기하며 "미디어렙은 광고주가 방송사에 직접 압력을 행사해 언론 공공성을 위협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종편을 비롯한 거대 방송국들이 하나의 미디어렙에 묶이기를 거부하고 1사 1렙을 지지하는 것은 이 순기능을 망가뜨리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임성열 민주노총 대구본부장도 "한나라당과 야합한 조중동의 영구집권을 위한 언론장악시나리오가 정점을 향해 달리고 있다"며 "신문과 방송 겸영을 허용하는 언론법 날치기 통과(2009)부터 이번 '미디어렙법' 제정 과정은 지역방송의 생존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혜선 대구참교육학부모 상담실장은 "우후죽순생길 민영미디어렙은 결과적으로 미디어생태계를 약육강식의 정글로 변화시키고 언론 본연의 가치인 공정성과 공공성을 훼손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3대 원칙을 깨고 종편에 3년간 직접광고를 허용한 점 등을 예로 들며 "민주당이 과연 야당인가? 한나라당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비판했다.

박인규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도 "미디어생태계를 승자독식의 시장논리로 내몰려는 한나라당은 민심의 심판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에는 원색적인 구호도 나왔다. 허미옥 사무국장은 "즐겁게, 재미있게 싸우자"며 3가지를 외쳤다. "한나라당 엉덩이를 팍 주~차삐까!, 한나라당 짜증 지대로다!, 한나라당 지랄하고 자빠졌네!". 이 구호에 기자회견 참가자와 지나가던 사람들이 웃으며 따라하기도 했다. 또, "이 추운 날씨에 이런 고생을 하는 것은 '나라님'을 잘못 뽑은 우리의 죄"라며 한나라당 대구시당을 바라보며 말했다.

한편, 이 날 기자회견은 대구 뿐 아니라 전북, 부산, 대전, 충남, 경기도를 포함한 6개 지역에서 열렸고, 광주, 전남, 경남, 강원, 충북을 포함한 5개 지역에서 논평을 발표했다.


기자회견문

지역 말살, 미디어공공성 파괴하는 한나라당의 언론장악음모 규탄한다.
-미디어공공성의 원칙에 부합하는 미디어렙법 즉각 제정하라!!-



정부여당과 야합한 수구세력의 영구집권 목적하에 언론장악시나리오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2009년 1월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하는 언론법 날치기 통과에 이어 2012년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법안 제정과정에 이르는 오늘까지 이들은 자신이 가진 권력을 남용하며 각종 불탈법 특혜를 동원해 영구집권에 유리한 미디어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언론이 지켜야 할 본연의 가치인 ‘공정성과 공공성’은 헌신짝처럼 내던져지고 있으며, 그 결과 미디어생태계는 약육강식의 정글로 변하고 있다.

최악의 상황을 자초한 원인 중 가장 으뜸은 정교하게 구성된 정부여당의 언론장악 시나리오였다.

미디어렙법은 방송광고 판매 대행사에 관한 법률이다. 이런 대행체제는 방송사의 운영재원을 조달해주는 기능도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방송사가 광고를 얻기 위해 광고주에게 압력을 가하거나 자본가인 광고주가 광고를 빌미로 방송사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해주는 즉, 방송의 공공성이라는 가치를 실현해주는 법제도적 장치인 것이다
 
미디어렙법 협상과정에서 한나라당이 보여준 행태는 ‘미디어의 공공성, 공정성’과는 한참이나 동떨어진 것이었다.
 
지난해 12월 20일 여야원내대표는 연내에 미디어렙법의 입법을 완료키로 했으며, 이 과정에서 ▲보도편성과 광고분리의 원칙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 ▲광고 취약 매체 지원 근거 마련 등 3대 원칙에 합의했다.

하지만 해를 넘긴 지금,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은 ‘연내 입법’이라는 목표도 달성하지 못했고, 원내여야대표가 합의한 원칙 즉 보도편성과 광고분리,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 등도 지키지 못했다.

지난 2012년 1월 1일 문방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미디어렙 법안은 '1공영 다(多)민영'체제로 KBS, MBC, EBS는 공영, SBS와 종편은 민영에 포함시키되 종편의 의무 위탁을 채널승인 시점으로부터 3년 유예하기로 했다. 민영 미디어렙의 경우 1개 방송사의 지분한도는 40%까지 허용했다. MBC에 대한 공영렙 위탁과 취약매체에 대한 연계판매 방안이 명시되었다고는 하지만 지상파방송과 동일서비스 효과를 가진 조중동 종편이 3년 동안 직접 광고영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민영미디어렙에서 한 방송사의 소유지분을 40%까지 허용하면서 민영미디어렙에 대한 방송사의 실질적 지배권까지도 내줘버렸다.

 이 마저도 언제 처리될지 알 수 없는 형국이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여야 협상과정에서 국민들의 거센 저항에 밀려 실패했던 KBS 수신료인상안 연계처리 주장을 들고 나왔는가 하면, 종편사업자에 대한 미디어렙 적용을 2년에서 승인일 기준 3년으로 후퇴시키는 안을 강요하기도 했다. 한 미디어렙에 두 개 이상의 방송사가 지분투자를 함으로써 취약매체에 대한 연계판매 보장 및 한 방송사에 의한 미디어렙 지배를 방지하고자 한 야당의 요구도 거부했다.  

  그들의 의도는 처음부터 미디어렙법을 제정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조중동종편 살리기와 수구기득권세력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고 있었을 것이다.

이런 벼랑끝 상황을 초래한데에는 공당으로서의 최소한의 원칙과 신의도 없는 무늬만 야당인 통합민주당과, 미디어공공성은 외면한 채 자사이기주의에만 매몰된 MBC, SBS, KBS 등 지상파방송사들의 탐욕의 결과라는 점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실제로 SBS와 서울MBC의 독자광고영업 선언은 정부여당과 수구언론의 ‘장기집권’ 야욕에 저항하며 미디어공공성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던 이 땅의 깨어있는 시민들의 열망을 무참하게 짓밟은 것이며, 고사위기에 내몰린 지역방송, 종교방송에게 ‘연내입법’이라는 불가피한 선택을 강요한 주범이기도 하다.

■ 우리의 요구
  우리는 지금이라도 1.방송의 공공성의 원칙에 부합하는 미디어렙법의 즉각 제정을 촉구한다. 미디어렙법은 보도편성과-광고 분리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지난 12월 20일 여야 합의, 그리고 미디어공공성과 공정성이라는 가치가 실현되는 방향에서 제정되어야 한다. 

  아울러 2.지상파방송사들은 광고직접영업 방침을 즉각 철회하라. 국민들은 아직까지 지상파방송사들에게 기대를 갖고 있다. 급변하는 미디어환경에서 지상파방송이 살아남는 길은 ‘자사의 탐욕과 이기주의’가 아니라 ‘미디어의 공공성, 공정성’을 바라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다. ‘소탐대실’의 어리석음을 즉각 중단하라!!

  마지막으로 3. 한나라당에게 경고한다.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언론장악 시나리오는 결코 완성될 수 없을 것이다. 대구경북 시민들을 비롯한 대한민국 살아있는 민심은 다가오는 총선에서의 심판을 다짐하고 있다. 미디어생태계를 승자독식의 시장논리로 내몰려는 한나라당의 꼼수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심판, 바꿔’ 의지를 더욱 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현재까지 자신들의 행태를 참회하고 변화의 진정성을 국민에게 인정받고 싶다면 제대로 된 미디어렙법 제정에 적극 나서라. 

2012년 1월 4일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대구경북진보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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