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 0번, 000!’
새로운 당을 꿈꾸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추위를 잊게 하는 열정으로 가득했다. 그 안엔 자신들이 내세우는 후보가 당선되기를 마음만이 담겨 있지 않았다.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에 앞두고 삶과 정치의 변화와 혁신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기대가 가득했다.
15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앞은 민주통합당 당대표 경선에 나선 후보 캠프의 응원전으로 떠들썩했다. 피켓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린 운동원들은 마지막까지 목이 터져라 후보의 이름을 연호했다.
명함과 선거홍보물을 연신 돌리며 마지막까지 한 표를 부탁하는 그들은 자신이 미는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국민의명령’ 회원들이 대거 충돌한 기호 7번 문성근 후보 측의 한 운동원들은 기자에게 ‘야, 크게 합치자’란 글씨가 새겨진 고무 팔찌를 끼워주기도 했다.
후보 측의 캠프는 색깔로 확 구별됐다. 기호 3번 이인영 후보 측은 강렬한 빨간색을 내세웠고, 기호 4번 이강래 후보는 녹색을 내세웠다. 주황색을 상징 색깔로 삼은 이학영 후보 캠프는 ‘시민이 만드는 첫 번째 당대표’를 구호로 내세웠다.
경선에 나선 후보들도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투표하러온 대의원들과 시민들을 만나고 있었다. 후보들이 운동원들과 함께 현장을 지나갈 때마다 그를 지지하는 시민들의 환호가 저터져 나왔다. 기호 8번 박지원 후보는 킨텍스 안 로비에 서서 속속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악수를 건네고 있었다.
이날 킨텍스를 찾은 대의원들과 시민들도 잔뜩 들떠 있었다. 자신의 한 표가, 오늘의 결과가 민주당을 바꾸고 정치를 바꿀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얼마 전 민주당에 가입했다는 조모(35·여)씨는 “혁신적인 당 대표를 선출했다으면 좋겠다. 국민이 원하는 열기를 담아낼 수 있는 혁신적인 변화를 기대한다”고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조씨는 “아직 민주당이 부족한 점을 많지만 진보세력이 중심에서 활동하기 위해서 차선책으로 가입했다”며 “주위에 모바일 투표를 권유했더니 너무 좋아하더라. 박원순 시장 당선을 계기로 ‘모이면 된다’는 것과 정치가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님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을 위해 전주에서 올라왔다.
경선에 대한 기대감은 새내기 당원뿐만 아니라 30년 이상 민주당을 지지한 노 당원도 마찬가지였다. 채윤수(50)씨는 “80년 이후부터 꾸준히 전당대회를 찾았다. 오늘은 특히 젊은 사람들이 많이 보여 긍정적이다”며 “시민통합당과 통합만큼은 오늘 골고루 선출돼 통합의 효과를 제대로 발휘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모녀가 대의원 자격으로 이날 경선 현장을 찾은 가족도 있었다. 아버지와 결혼한 두 딸, 총 3명이 대의원으로 있는 이 가족은 3명의 후보를 지지한다고 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미는 후보가 떨어지지 않게 작전을 짰다며 즐거워했다.
정명채(62)씨는 “독재할 사람은 뽑으면 안 된다”며 “인재를 고루 영입할 수 있는 사람이 당 대표가 됐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딸 정찬경(35)씨는 “자신의 이익보다는 국민을 위한 사람이 됐으면 한다. 그리고 멀리 내다볼 수 있는 사람이 뽑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대회장 입구에는 정봉주 전 의원의 무죄 석방을 바라는 ‘정봉주와미래권력들’(미권스) 회원들의 모습도 보였다. 피켓을 들고 마스크를 쓴 5명의 회원들은 “오늘 인터뷰를 모두 사절한다”면서 정 전 의원의 무고함을 알리는데 집중했다. 이날 200여명의 미권스 회원들이 경선 투표에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YTN해고자복직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도 모습을 보였다. ‘해고 1197일째’라는 팻말 등을 들고 있던 한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소속 한 조합원은 “많은 분들에게 아직 한국의 언론자유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서 나왔다”고 말했다. YTN 지부는 새해 초 해고자 복직 문제 등의 연내 해결을 위해 비대위를 꾸렸다.
그밖에도 외환은행 매각 반대, 한미 FTA 폐기, KTX 민영화 반대 등을 외치는 이들이 대회장 주변에서 각각 열띤 홍보전에 나섰다. 외환은행의 한 조합원은 “민주통합당 내에서 관심을 가지고 대응해달라는 뜻에서 나왔다”면서 “지난 13일 후보자들을 초청한 자리에 다섯 분이 오셨는데 모두 당선되면 우선적으로 (론스타 매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 2012-01-15 14:03 조수경·허완·박새미 기자 (미디어오늘 = 평화뉴스 제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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