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신문은 한나라당 신문인가? 신문과 방송은 뉴스인가 ‘찌라시’인가? 언론사는 뉴스 공장인가? ‘꽈배기공장’인가? 우리 언론은 미국언론인가? 독자와 시청자들이 여전히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미국 해병대 병사들의 탈레반 전사 시신에 대한 방뇨 모독 행위 보도, 아직은 독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정치관련 기사를 보면서, 그리고 언론의 노회한 보도 ‘솜씨’를 보면서 품지 않을 수 없는 의문이다.
정연주 전 사장 무죄확정 보도
정연주 전 KBS 사장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확정 판결과 관련한 공중파TV 세 채널의 보도는 정체성과 관련해서 다시 한 번 의문부호를 던지게 했다. 미디어랩 관련 법안 국회 처리가 한국 공중파TV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고, ‘문제적’ 종편에 대한 광고 등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으며, 정연주 사장 해임을 주도한 것으로 지목되고 있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측근 비리가 터지는 등 MB정부의 언론장악 노력이 연일 다방면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는 시점이어서 이번 대법원의 정 사장 무죄 확정 판결은 더욱 관심을 모았다.
MBC는 정연주 KBS 전 사장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확정 판결을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제목으로 주요뉴스로 보도했다(1월 13일 뉴스데스크). MBC는 이 보도에서 ‘2009년 1심판결에서 정 전 사장이 무죄판결을 받았을 때, 최종심에서도 무죄가 확정되면 ‘책임질 것은 책임지겠다’고 최시중 위원장이 발언한 것을 환기하고,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최시중 위원장은 자신의 ‘사퇴여부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고 최시중 위원장의 행보(인물 됨됨이)를 비판했다.
KBS는 보도 안 해...알권리와 담 쌓은 정파적 보도
SBS는 이날 메인뉴스(8시뉴스)의 맨 끝 꼭지(자사 기자 수상, 날씨 기사 직전)에서 딱 2백자 원고지 1장으로 단신 처리, 상업방송의 면모를 잘 드러냈다(「정연주 전 KBS 사장 '무죄' 확정」). 반면 KBS는 이날 메인뉴스에서 정연주 전 사장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확정과 관련해 단 한 마디도 다루지 않았다. 자사와 관련한 것이어서 다루지 않았는지는 모르지만 KBS가 국민의 시청료로 운영되고 있고 지금 이 시각에도 시청료 인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최소한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라도 다뤄야 했다.
결국 KBS의 이 같은 보도행태는 KBS가 국민의 알 권리와는 담을 쌓은 채 자사이기주의에 빠져 국민의 전파를 사유/사용(私用)하고 있다는 비난을 자초했고 나아가 KBS의 뉴스보도-보도의 정체성-가 근본적으로 얼마나 정파적, 자의적인지도 보여줬다.
매일신문의 뒤틀린 '돈 봉투' 사설
이런 뒤틀린 보도자세는 대구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언론으로부터 한나라당을 어쩔 수 없는 ‘차떼기’ 정당으로 비판받게 한 이른바 ‘돈 봉투 전당대회’ 사건과 관련해 매일신문의 사설 (「여야, 돈 선거 진상 모두 밝히고 스스로 책임지라」, 1월 10일, 31면 오피니언)은 이 신문 같은 날 3면(종합) 보도가 「한나라당, ‘상황 통제 불능’」이라고 진단한 한나라당을 어떻게든 구해보려는 ‘한나라당 구하기’였다. 매일신문의 이날 사설은 모두 다섯 문단-‘문제제기-민주통합당 돈 봉투 돌리기-한나라당 돈봉투 돌리기-맺음’-으로 구성됐다.
돈정치를 없애 정치를 혁신해야 한다는 주장에 이의를 달 독자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 사설의 꽈배기 식 논법에 있다. 한나라당의 ‘돈 봉투 전당대회’를 신문과 방송 보도를 통해 접한 국민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살이에 한나라당의 돈 잔치(‘돈봉투 전당대회’)에 분개하고 있다. 그런데 총선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 때마침 당대표 선출을 위한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에 돈봉투 의혹이 일각에서 일었고 매일신문은 이를 절호의 호재로 여겨 기사와 사설에서 부각한 것이다.
야당 의혹에 초점 맞춘 전단 제목
매일신문의 이 같은 보도태도는 3면의 기사 제목-「‘돈 봉투 폭탄’ 야野도 터졌다…정치불신 짙어진 먹구름」-에서 잘 드러난다. 보도의 주된 흐름은 한나라당을 통제 불능 상태로 빠뜨린 ‘돈 봉투 전당대회’. 민주당의 돈 봉투 의혹은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아직 ‘의혹’ 상태이고, 이날 매일신문도 버금으로 다뤘다. 기자의 기사는 이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이날 보도의 핵심은 누가 봐도 야ㅤㄷㅑㅇ의 ‘돈봉투 폭탄’이다. 눈에 확 들어오는 제목을 전단에 걸쳐 그렇게 달았기 때문이다. 바쁜 세상에 기사를 일일이 읽는 독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
3면 기사의 제목은 분명 돈 봉투 정치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꼭 같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보도 자세는 같은 날 사설로 이어졌다. 사설의 논법은 이렇다.
‘…민주통합당은 한나라당 돈 봉투 의혹을 압박만 할 것 아니라 엄정한 조사로 이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란 둘째 문단 주장에 이어 세 번째 문단에서 ‘한나라당 역시 300만원 돈 봉투 폭로로 인한 전 당대회 돈 선거는 물론, 비례대표 돈 공천에 이르기까지 모든 의혹을 낱낱이 진실을 밝혀야 한다.…’
'물타기', '꽈배기' 사설
민주당에 먼저 독자의 관심을 유도한 뒤 ‘한나라당 역시’라는 논법은 전형적인 물타기 보도/꽈배기 보도 구태이다. 민주당이든, 한나라당이든 돈 선거는 뿌리 뽑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언론의 논법은 공정무사해야 한다. 결코 ‘물타기’나 ‘꽈배기’가 돼서는 안 된다.
최근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이 재단이 행한 세미나 결과를「한국뉴스미디어 2011/디지털 기술의 진화와 저널리즘」 제목으로 요약 발표했는데, 이 세미나의 신문저널리즘 책임연구자(대구대 신문방송학과 김성해 교수)는 지역신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지역지 위기는 ‘내부자 게임’ 보도 때문
“다수의 지역지는 물론 중앙지와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신문과 직접 이해관계에 있는 특수집단(지역 정치인 및 지방정부)에 더욱 의존하게 되는 구조도 변할 것 같지 않다. 따라서 언론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도는 하락하고, 신문이 제시하는 어젠다와 일반시민이 요구하는 어젠다 사이에 괴리가 생겨 신문은 점차 일부 기득권층의 ‘내부자 게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 세미나의 공중파(지상파)TV 보도 부문 역시 ‘공영방송의 공정성 제고를 위한 노력’, 구체적으로는 '정치적 변화에 따른 공정성 시비 해결을 위한 노력'이 과제로 제기됐다.
공정하지 못한 신문․방송이 ‘보도’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우리들의 천국’(내부자 게임) 합창은 변하지 않는 신문․방송의 ‘장송곡’이 될 것이다. 독자, 시청자들의 철저한 외면 속에 ‘물타기/꽈배기 여론’의 해독을 끼치면서….
미 해병부대원들의 탈레반 전사 시신 모독 보도
지난 13일 한국의 주요 공중파TV 채널은 미국 해병대 병사들(저격부대원)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사살된 탈레반 전사들의 시신(얼굴부분)에 방뇨하는 동영상과 관련한 기사를 일제히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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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민의 주요 뉴스원(3대 공중파TV)이 일제히 쏟아낸 보도=메시지가 얼마나 판박이인지는 방송 3사가 뉴스라고 다룬 내용이 한 결 같이 뉴스소스(출처), 미국-탈레반 평화협상에 대한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한 미국의 발 빠른 대응을 중심으로 다룬 것만 봐도 분명하다. 이 보도 내용은 이미 한국 뉴스소비자들이 ‘세계의 주요 언론사’로 알고 있는 뉴욕타임스(Video Inflames a Delecate Moment for U. S. in Afghanistan(1. 12.), L. A. 타임스(Video of Marines Outrages U. S., Afghan Officials(1. 12.), 영국의 데일리 메일((Mailonline) 'Disgusting Video' is 'recruitment tool for the Taliban' : Outrage across the world after footage emerges showing U. S. troops 'urinating on dead Afghan bodies'(1. 13.))이 문제의 동영상을 링크해 다룬 기사와 맥락이 정말 같다. 결국 한국의 주요 공중파TV는 한국의 국민에게 미국(또는 영국)의 시각을 심은 것이다.
만행을 제3자 시각으로만 보게 해
이 보도에는 왜 미국 해병대원들의 만행을 한국 국민들이 시청해야 하는지 이유가 없다. 왜 미국이 그처럼 발 빠르게 대응하는지 미국의 시각에서만 다루고 있다. 한국 국민들로 하여금 미국 해병대원들의 야만행동을 제3자적 시각에서 바라보게 할 뿐이다.
'미선 효순' 기억 생생한 데…
미 국 해병대원들의 탈레반 전사 시긴 모독 관련 보도의 큰 특징은 여기에 있다. 미국이 구 소련의 아프간 침공에 대한 대응으로 전력을 기울여 지원해 정권을 장악하게까지 한 탈레반을 왜 미국이 뒤돌아서서 섬멸하려 하는지 배경을 알려하는 것은 시청자들의 호사스런 요구일 뿐이다. 미군 탱크에 의한 미선 효순 두 여중생 압사사건을 경험한 한국 국민으로서 왜 미군의 야만행동이 되풀이되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을 텐데 한국의 공중파TV 보도에서는 그 어떤 시사도 찾을 수 없다. 그나마 KBS는 해외 사건사고 보도 묶음의 하나로 처리해버리고 말았다. 미국과 관련한 보도에서 한국의 공중파TV와 미국 언론의 차이점은 과연 무엇인가? 한국 언론의 정체성이 과연 무엇인지를 미국 해병대원들의 탈레반 전사 시신 모독 관련 보도는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다.
[평화뉴스 - 미디어 창 169]
여은경 / 대구경북민주언론시민협의회 사무처장. 전 대구일보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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