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TK', 누구를 주목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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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언론의 '토종TK'...구호성 외침, 구체적 근거나 쟁점은 부족


'토종 TK'론, 4.11총선쟁점으로 다소 실패한 화두입니다. 지난해 연말부터 3월 내내 지역언론은 새누리당의 공천과정을 비판하고 ‘토종 TK'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각종 여론조사 등에서도 '현역의원 교체'와 '토종 TK'에 대한 지역사회 바램을 주요하게 전달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새누리당은 공천 거의 막바지에 ‘강남 TK'를 대구경북권에 이리저리 꿰맞춰서 낙하산처럼 꽂았습니다. 그들 대부분은 지역사회에 대해 연구한 바가 없기 때문에 TV토론도 거부하고 있습니다. 지역유권자들은 단 20여일만에 이름도 익숙하지 않은 후보 중 누군가를 국회의원으로 선택해야 하는 애매한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낙하산 인물이 지지율이 1위를 달리는 다소 황당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영남일보> 2012년 3월 8일자 '영남타워'
<영남일보> 2012년 3월 8일자 '영남타워'

언론이 그토록 주장했던 ‘토종 TK'화두는 새누리당 공천과정에서 영향력이 없었고,  ‘토종 TK'가 지역사회의 간절한 바람이라던 언론의 주장에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정치적 다양성‘ vs ‘토종 TK'

총선에서는 다양한 쟁점이 충돌하게 됩니다. 정치학자들은 ‘선거는 프레임전쟁’이라고 말합니다. 각 정당에서는 선거쟁점을 특정 프레임을 정해두고, 그 화두에 맞춰 선거 전반을 기획합니다. 예를 들어 민주통합당은 이번 총선을 ‘MB정부 심판’이라고 규정지었고, 새누리당은 ‘새로운 변화를 국민과 함께’라며 ‘MB정부와 차별화’를 부각하게 되는 거죠. 대부분 언론은 이 프레임에 편승해 선거쟁점을 나누기도 하고, 이런 쟁점에 문제를 제기하며 새로운 화두를 발굴하기도 합니다.

지난 2008년 총선에서 언론 특히 지역언론과 정치지형의 프레임은 비슷했습니다. 바로 ‘박근혜 현상’인데요. 2007년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한 이명박 정부가 2008년 총선 공천과정에서 박근혜 라인을 대거 솎아 내게 됩니다. 정치 보복이라는 반론이 컸고 당시 박근혜 의원은 ‘살아서 돌아오라’는 메시지를 남겼고, ‘친박연대’, ‘친박 무소속’이라는 이름으로 들 중 다수가 회생하게 됩니다.

2012년 지역언론이 내세운 프레임은 새누리당의 프레임과는 달랐습니다. ‘강남 TK,' '무늬만 TK'를 넘어선 ‘토종 TK’를 이번 총선의 주요한 공천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역언론이 ‘토종 TK’론을 제시하는 이유는 “지난 수십년간 이 지역국회의원은 불성실, 나태함으로 일관했고, 더 이상 동일한 실수가 반복되어서는 안된다”는 평가이며, 그 대안으로 공천권자 및 유권자의 선택기준을 ‘토종 TK’로 제시하게 된 것입니다.

공천기준에 새로운 화두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는 있지만, 그것이 별다른 영향력을 미지지 못했다는 점에서 ‘토종 TK'론은 좀 더 다듬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토종 TK론’을 제시한 지역언론의 판단에는 98% 부족한 점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 지역 국회의원의 불성실, 나태함의 원인에 대해 지역언론은 이렇게 진단하고 있습니다. “기존 국회의원은 이 지역에 살고 있지 않고, 이 지역에 관심이 없는 무늬만 TK”라며 이 때문에 지역사회가 경쟁력도 떨어지고, 경제상황도 전국 꼴찌다. 결국 지역출신, 지역에서 살고, 지역을 위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인물이 공천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역으로 “지역에 살고, 지역을 위해 무엇인가 한 인물”을 국회로 보내면 그들은 과연 열심히 할 수 있을까요? 기존 ‘무늬만 TK'처럼 또다시 나태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요? 지역언론은 이런 질문에 답해야 합니다.

정치적 다양성, 경쟁력 있는 정치문화 필수

성실한 국회의원, 지역을 생각하는 국회의원을 만들기 위한 조건은 ‘지역 출신,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도’보다는 ‘경쟁력 있는 정치구도’가 훨씬 더 설득력 있습니다. 4년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지 않으면 그다음 미래가 보이지 않는, 정치색이 다른 경쟁자와 선의의 경쟁을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이를 통해 유권자의 합리적 표심을 유도할 수 있는 정치문화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영남일보> 2012년 3월 27일자 3면
<영남일보> 2012년 3월 27일자 3면

물론 지역언론도 이 문제를 언급하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시점이 문제입니다. 연초부터 ‘토종 TK'가 필요하다는 화두를 제시했지만 공천과정에서 별 영향력을 미치지 못했고, 그 이후 ’낙하산, 돌려막기‘ 공천을 보면서 “대구경북민을 물로 아는 것 아닌가?, 중앙정치판에서 대구경북을 이리도 홀대하는 이유는 ’막대기만 꽂으면 당선‘이라는 오만함 때문’”이라며 “이 참에 유권자의 현명한 판단으로 다양한 정치구도를 만들자”고 주장을 펼치는 것입니다.

토종 TK, 누구를 주목했나?

‘토종 TK'는 구호성 주장만 있었을 뿐,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나, 그 화두에 맞는 쟁점을 제대로 구성하지 못했다는 지적에서 언론은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즉 ’토종 TK‘가 쟁점으로 형성되길 바란다면 그 화두를 중심으로 뉴스를 재구성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를들어 ▲ ’토종 00지역‘인물과 ’낙하산, 무늬만 00지역‘인물이 섞여 있는 지역 국회의원 의정활동을 비교한다거나 ▲ 시의원, 시장, 도지사 등 풀뿌리 선출직 의원을 지냈던 인물들의 의정활동을 평가하거나 ▲ 18대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평가하는 각종 지표를 제시해주거나 ▲ 유권자가 원하는 ’토종TK‘의 조건과 내용이 무엇인지 등. 

하지만 지역언론은 ‘토종 TK'의 필요성은 외쳤지만,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나 분석된 자료는 거의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지역언론은 지면에 '토종TK'인물에 대한 주목도 부족했습니다. 예비후보로 등록한 인물들 중 언론에 노출빈도가 많았던 인물 중 이 화두에 부합한 후보는 2명 정도였습니다.

<매일신문>, <영남일보>, <대구일보> 예비후보 보도량 / 분석. 참언론대구시민연대
<매일신문>, <영남일보>, <대구일보> 예비후보 보도량 / 분석.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언론모니터팀에서 <매일신문>, <영남일보>, <대구일보>지면에 후보자 소개코너(총선을 향해 뛴다/4.11총선 브리핑/4.11현장속으로)를 분석해봤습니다. 2월 20일~3월 20일까지 약 한달간 세 신문에서 예비 후보 소개코너에 언급된 인물의 보도량을 계산했더니 박영준(중남구, 새누리당 탈당, 무소속) 예비후보가 12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토종 TK’를 주장했던 지역언론 지면에 가장 많이 부각된 인물이 현 정부 실세 중 하나인 박영준씨였던 것입니다. 그가 이 화두에 적합한 인물이 맞습니까?

마지막으로 대구를 떠나 서울 종로구에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하는 홍사덕씨에 대한 <영남일보>의 시각입니다.

홍사덕 의원은 ‘지역구 철새’로 불릴만큼 지역구를 바꾸고, 소속당도 여러번 바꾼 인물입니다. 몇몇 언론에서 보도한 내용을 요약하면 “11대 국회 때 경북 영주·영풍·영양·봉화에서 당선된 뒤 서울 강남을(13∼15대), 경기 고양 일산갑(17대), 경기 광주(17대 보궐선거), 대구 서구(18대) 등을 차례로 옮겨 다니며 당선과 낙선을 반복했다”는 점입니다.

또한 정당도 많이 옮겨다녔는데요. “민주한국당으로 시작해 통합민주당을 거칠 때까지 3선을 중도진보정당에서 지냈고 15대 때는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낙선했으며 16대부터 보수당인 한나라당으로 옮겨 지금의 새누리당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지역구 철새‘, ’철새 정치인‘으로 불려야 할 홍사덕 후보에 대해 <영남일보>는 따뜻한 칭찬과 배려(?)로 지면을 구성했습니다. 3월 14일 <“대구·서구와 인연은 계속..현안 지켜보겠다”>에서 홍사덕 의원은 ’전국구 의원‘으로 ’박근혜 위원장의 대통령 만들기 최전선 인물‘로 부각되고 있는 것입니다.

<영남일보> 2012년 3월 14일자 2면
<영남일보> 2012년 3월 14일자 2면

자신의 필요에 따라 지역구를 6회나 바꾸고, 당선과 낙선의 과정속에서 소속정당도 여러번 바꾼 인물이, ‘토종 TK'의 중요성을 말하는 언론에 의해 ’전국구 의원‘, ’대통령 만들기 선봉장‘인물로 포장되고 있는 것입니다. 

총선을 지역이라는 관점에서 재해석하려고 했던 지역언론의 노력에는 박수를 보냅니다. 하지만 현재 지역언론이 내세운 '토종 TK'라는 화두는 탄탄한 근거와 기획성도 없는 ‘구호성 외침’뿐이었고, 언론 지면에도 해당 화두가 들쭉날쭉했다는 점입니다.

지역언론의 경쟁력은 ‘목소리만 크다’고 형성되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특정 이슈만 부각시켜 마치 그것이 ‘여론’인냥 포장하기 보다는 차분하게, 논리적으로, 일관성 있는 화두를 제시하면서 유권자를 설득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평화뉴스 미디어창 178]
허미옥 /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 pressangel@hanmail.net

※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총선모니터팀(김보람, 박민영, 이민정, 임지수)과 함께 자료를 조사하고, 토론한 내용을 글로 엮었습니다 -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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