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독점, 기득권 세력이 바뀌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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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오만 넘어선 몰상식" <영남> "싹쓸이 폐해...정치지형 바뀌어야"


기득권 지키기 요지부동...'꼼수' 수준 정당공천

선거의 계절이다. 전국적으로 봐도 마찬가지이지만 우리지역에서는 공천을 둘러싸고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세력의 저항이 치열하다. 지배정당도, 자치단체도, 심지어 시민의 지원을 울타리 삼아 성장한 일부 단체까지도 기득권 지키기에 요지부동이다.  

국회의원 금배지를 놓지 않으려는 것은 현직 국회의원이든, 금배지에 도전하는 예비후보이든 마찬가지이겠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공천과정에 대한 언론보도는 개별 차원의 금배지를 향한 노력과 마찬가지로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노력이 정당차원에서도 마찬가지임을 보여준다.

<매일신문> 2012년 3월 17일자 1면
<매일신문> 2012년 3월 17일자 1면
<영남일보> 2012년 3월 17일자 1면
<영남일보> 2012년 3월 17일자 1면

우리 대구 경북을 놓고 보면 매일신문이 보도하는「새누리당 대구지역공천 18일로 또 연기/오만함 넘어선 ‘몰상식 공천’」(3월 17일 1면 머리기사), 「특정 지역 인위적 교체․실력자 입맛대로…/새누리당 ‘私心공천’ 되나」(3월 3일 1면 머리기사),  영남일보의 「이러고서 공천혁명? 모두가 지쳤다/새누리 대구지역공천 오락가락 행보 거듭/…」(3월 17일 1면 머리기사) 기사는 이미 ‘공천’(公薦)이 유권자 속임수 즉 ‘꼼수’ 수준임을 보게 한다.

오만, 상식이하 태도...지역유권자 '일편단심' 원인 지적

유권자를 그야말로 ‘물’로 보지 않는다면 있을 수 없는 짓인데 우리지역을 지배하고 있는 지배정당-새누리당이 이 같이 오만방자한 독선적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은 ‘아무나 내세워도 당선된다는 오만’(「정치지형이 바뀌어야 산다」-영남일보 3월 27일 23면 오피니언 사설), ‘친박계가 상식 수준을 벗어나 자기들 입맛대로 하려다 보니 (빚어진) 무리수’(「대구경북 공천은 아무리 늦어도…/‘새누리 찍어준다’ 여기나?」-매일신문 3월 13일 1면 머리기사) 때문으로 언론은 일단 규정하고 있다.

매일신문은 그 이유와 배경을 ①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위 자체가 문제이고, ②지역유권자들의 새누리당에 대한 ‘일편단심’도 한 몫을 하고 있는 데서 찾았다. 영남일보의 진단은 다음과 같이 직설적이기도 하지만 매우 구체적이고 분석적이다.

새누리당의 공천오만은 새누리당이 독점하고 있는 정치지형에서 비롯된 산물에 다름이 아니다. 4.11 총선공천을 통해 일당 싹쓸이 정치구조의 폐해가 적나라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지금처럼 12개 선거구가 모두 새누리당이 독점하고 있는 정치구조로는 밀고 당기는 힘의 균형이 존재할 수 없다. 이는 지역정서가 도무지 정부정책에 반영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남일보 2012년 3월 17일자 사설 중에서)

<영남일보> 2012년 3월 17일자 사설
<영남일보> 2012년 3월 17일자 사설

'대구의 힘' 되찾기-시민역동성 회복

그래서 영남일보는 ‘유권자가 ‘대구의 힘’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 대구경북의 시․도민-유권자가 되찾아야 할 ‘대구의 힘’은 ‘비판적인 대구’, 그래서 어느 정당도 시․도민을 ‘얼마든지 동원할 수 있는 표밭’으로 인식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치구조를 만드는 데서 찾아야 한다. ‘대구의 힘’을 되찾는 것은 시민의 역동성을 회복하는 일이다. 실제로 대구가 ‘꼴통보수’ 도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것은 선거 때면 제멋대로 ‘공천’하고, 정책 대결로 자기 역량을 보여주려 하지 않고 지역정서를 자극하고 거기 기대어 손쉽게 금배지를 거머쥐는 ‘꼼수정치’를 지배정당이 대대로 구사해왔기 때문이고 더 구체적으로는 대구의 이른바 기득권 세력이 자기 이익 지키기에 똘똘 뭉쳐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바라는 것은 우리 대구시민, 경북도민의 정치수준이 향상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정강, 정책이 아니라 누구와 친하다는 것을 내세워 그것으로 유권자의 정서를 파고드는 정치집단(‘친박’을 표방, 강조한)이 이번에도 우리 지역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은 그 생생한 반증이다(이런 후진적이고 낙후된 정치구조가 과연 세계 어디에 다시 있을까?).

<매일신문> 2012년 3월 12일자 2면(종합)
<매일신문> 2012년 3월 12일자 2면(종합)

위안부역사관 건립 표류

문제는 그 기득권세력이 우리지역에서 점점 더 강고해지고 있고 더 확산돼 가고 있다는 데 있다. 위안부 역사관 건립이 3년째 표류하고 있다는 기사(매일신문 3월 12일 2면 종합, 「대구 위안부 역사관 건립 3년째 표류」, 매일신문 3월 13일 31면 오피니언 사설 「위안부 역사관 건립 표류, 민․관이 함께 성사시켜야」)는 구체적으로 우리지역 자치단체-대구시․대구시교육청은 물론이고 시․도민과 함께 해야 할 일부 단체까지도 내 이익을 위해서라면 시․도민과 소통하지 않으려는 정도가 어느 수준인지 그 얼개를 생생히 보여준다.

위 언론보도에 따르면 대구지역 시민단체에서는 일본군위안부 여성의 아픈 역사를 기록하기 위한 역사관 건립을 추진 중이지만 3년 째 표류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한 분이 ‘위안부역사관 건립에 사용해 달라’는 유언과 함께 전 재산 5천만원을 기탁하면서 지난 2009년 12월 ‘평화와 인권을 위한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건립 추진위가 구성됐다. 역사관 건립 추진위에 따르면 대구․경북에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된 할머니들은 모두 26명이고 이 가운데 19명이 세상을 떠났고 7명밖에 남지 않았다. 남은 분들이 세상을 떠나기 전 역사관 건립이 이뤄지지 않으면 일본군 위안부 역사가 땅속에 영영 묻힐 공산이 크다.

위안부 역사는 우리민족 수난사...방치하는 것은 '위헌'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의 문제이기 전에 우리민족의 수난사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인간의 존엄, 기본권과 관련한 문제이기도 하다. 국가와 국민이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그래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여성(청구인)들이 일본과의 분쟁 해결에 정부가 나서지 않는 데 대해 국가를 상대로 헌법소원을 제기하자 헌법재판소는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문제가 ‘재산권 및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라는 기본권의 중대한 침해가능성, 구제해야 할 절박성’ 등이 있다면서 국가가 ‘한·일 양국 간 해석상 분쟁’ 등을 이유로 그 해결에 나서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사건번호 2006헌마788, 사건명 대한민국과 일본국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 제3조 부작위 위헌확인, 2011년 8월 30일 선고).

국가가 방치하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의 기본권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것이지만 우리 대구로서도 당연히 이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의 역사는 당연히 우리 민족의 역사이자 우리 대구의 역사다(친일 대구군수 박중양이 일본인들을 위해 파괴한 대구읍성을 복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런데도 위 보도에 따르면 대구시, 대구시교육청, 2.28단체 할 것 없이 모두 손사래를 쳤다,

대구시관계자는 “위안부문제는 정부가 국가적 차원에서 대책을 수립해야 하는 것이어서 지자체가 나서서 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구시교육청도 소극적이기는 마찬가지. “지난해 동구 지저동의 옛 해서초교 건물에 세우자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초등교육시설에 위안부 역사관을 건립하는 것은 교육목적과 맞지 않다”고 말했다. 마치 민원인을 오만가지 구실을 붙여 ‘뺑뺑이’ 돌린 행정구태를 다시 보는 것 같다. 역시 위 보도는 2.28단체의 입장을 이렇게 전한다. 건립추진위가 2010년 중구 남산동 명덕초등학교부지 2.28민주운동기념회관에 역사관을 짓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일부단체’가 “위안부와 2.28운동은 역사적 의미가 다르다”고 반대해 무산됐다. 서울과는 딴판이다(이 기사는 서울에서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시민모금으로 20억원을 모아 오는 5월 5일 서울 마포구 상신동에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을 개관한다는 사실을 전하고 있다).

2.28, 언론의 '찬물'과 시인.참언론인의 희생적 참여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의 역사관 건립이 이들의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2.28학생시위가 일어났을 때 대구의 언론은 「학생들의 자중을 거듭 요망한다」고 다음과 같이 찬물을 끼얹었다

…그들(대구시내의 학생들)의 심리를 따져보면 다른 학교에서는 『데모』를 감행했는데 우리학교에서 못한 것은 수치가 아니냐는 그러한 것이 없는바 아니요 그러니까 우리도 『데모』를 해야 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대구일보 1960년 3월 1일 1면 사설)

한마디로 기득권 세력인 그들에게 학생시위는 가당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시위 당일인 2월 28일 칠성시장에 콩을 팔러 대구에 왔다가 정말 우연히 시위현장을 목격하고 피가 터지는 시위에 합류했던 시인(김윤식)은 교육당국의 이해할 수 없는 처사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학생들의 열정을 「아직은 체념할 수 없는 까닭」이란 시로 형상화했고(근처 다방(향촌동 호수다방)에 들어가서), 이 시를 전해 받은 대구일보의 문화부장(李根雨)이 당일 오후 편집국장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문선, 조판을 시켜 신문에 게재(대구일보 1960년 3월 1일 4면)함으로써 2.28 학생 시위의 의로움은 다음날 아침 시민들 사이에서 공감대를 확산시킬 수 있었다(김윤식 시인은 3월 1일 형사대에 연행돼 고초를 겪었고 그 후 말할 수 없는 가시밭길을 걸었다. 이근우 문화부장도 경상북도경찰국에 연행돼 문초를 당하고 결국 사직했다. 이들의 희생적 참여는 그 한 사례일 뿐이다).

대구 2.28 학생시위가 이승만 독재체제를 거꾸러뜨리는 4월혁명의 활화산으로 타오르게 되는 우리 민족․민중․학생운동의 거대한 흐름이 된 ‘역사적’ 과정을 생각하면 ‘역사적 의미가 다르다’ 운운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그리고 도대체 초등학교에서 가르쳐야 할 역사는 어떤 역사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묻지 않을 수 없다(혹시 ‘아픈 역사’는 가리고 ‘영광스러운 역사’는 드러내야 한다는, 일본우익들이 즐겨 사용하는 ‘피학의 역사’를 생각한 것은 아닐까?).

'사심' 공천-일당독점 정치지형-기득권 상관관계

현재 우리 대구에서 전개되고 있는 것과 같은 오만하고 몰상식한 ‘공천’이 일당독점의 대구 정치지형을 만들었지만 역으로 시민․도민 위에 군림하는 일당독점 구조가 건재하는 한 ‘사심’(私心) 공천은 얼마든지 가능하고 또 반복될 수 있다. 그 배후에 기득권 세력이 건재하는 한 말이다. 기득권 세력이 바뀌지 않는다면 위안부 피해여성의 민족수난사도, 신공항문제도, 4대강사업도 ‘그저 그렇게’ 넘어갈 뿐이다. 현재의 정치과정은 그런 점에서 기득권 세력의 ‘철밥통’을 견제할 수 있도록 정치지형을 바꾸는 것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의제를 만들고 공론장에 올리는 언론의 열린 역할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고 기대된다.  






[평화뉴스 - 미디어 창 177]
여은경 / 대구경북민주언론시민협의회 사무처장. 전 대구일보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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