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권 신공항'과 지역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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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재추진 목소리 내자" / "찬.반 입장 충분히 소개해야"


신공항 제2라운드가 시작되는 것일까요? 총선에서 ‘표밭’을 관리하겠다는 정치권의 꼼수에 지역언론과 지역사회가 또다시 갈등국면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2010년~2011년 3월까지 부산vs경남․대구경북울산간에 극심한 갈등을 낳았던, 지방자치단체만큼이나 지역언론간에 감정도 격하게 달아올랐던 신공항 문제. 2라운드의 전초전이 2월 10일, 11일을 거치면서 숨가쁘게 진행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남부권 신공항의 전신인 동남권 신공항은 2007년 이명박 후보의 대선공약이었지만 결국 ‘사업타당성이 없다’는 이유로 2011년 3월 백지화된 것입니다. (물론 지역사회는 이 결정에 동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거 동남권신공항을 주도했던 그룹이 ‘남부권 신공항 범시도민 재추진위원회’ (이하 신공항 재추진위)를 결성하고, 이번에는 충청과 호남권까지 연계하는 ‘남부권 신공항’을 화두로 공약채택을 요구하며 제 정치세력을 만나는 등 발빠른 행보를 하고 있는데요.

<매일신문> 2012년 2월 10일자 1면
<매일신문> 2012년 2월 10일자 1면
<부산일보> 2012년 2월 11일자 1면
<부산일보> 2012년 2월 11일자 1면

이에 호응한 것일까요?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9일 지역기자와 간담회에서 “남부권 신공항을 4.11총선, 대선공약으로 채택해서 추진하겠다”고 했다가, 부산지역의 반발에 부딛혀 ‘남부권’표현은 삭제하는 등 갈팡질팡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새누리당의 우왕좌왕도 문제지만, 중요한 것은 지난 2010~2011년 신공항 보도에서 보인 지역언론의 지나친 열정이 오히려 ‘집착’으로 느껴졌던, 저널리즘이라고 부르기에는 원칙에서 한참 벗어났던 ‘지역이기주의’식 보도태도,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 및 검증없이 마치 ‘주장을 사실인 것’처럼 보도하는 태도가 이번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남부권 신공항' | 충청권 '심드렁'

<매일신문>은 지난 2월 8일 <남부권 신공항, 지금도 급하다>, 9일 사설 <빗나간 예측 근거 백지화 신공항, 재추진 목소리 내자>, 10일 <박근혜 “신공항 총선․대선 공약”> 등의 기사를 잇달아 쏟아내면서 충청과 호남권을 포괄하는 이 공항의 필요성을 지면을 통해 주요하게 편집했습니다.

<매일신문> 2012년 2월 8일자 1면
<매일신문> 2012년 2월 8일자 1면
<매일신문> 2012년 2월 9일자 사설
<매일신문> 2012년 2월 9일자 사설

그런데, 정작 충청도와 호남권에서는 대구경북권의 이런 반응에 시큰둥해합니다.

일단 신공항 재추진위원회에서는 충청권의 지지를 얻기 위해 지난 1월 17일 이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자유선진당 대표와 주요 인사들을 초청,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 참석자는 심상억 자유선진당 정책연구원장과 이창수 대표 비서실장 정도였습니다.

2월 7일 자유선진당에서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공약(空約)’의 굿판‘을 걷어치워라>라는 논평을 발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제시하고 있는 △ 무상급식 △ 남부권 신공항 등은 - 빌 공(空)자 즉, ’헛공약‘에 불과하다는 것인데요.

이 반응만 보더라도, 충청권 정치인은 ‘신공항’문제에 관심이 별로 없습니다.

'남부권 신공항' | 호남 자치단체장 "영남권 현안 공동 안건 부적절"

호남쪽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1월 31일에 영호남 시도지사협의회에선 ‘수도권 규제완화에 반대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지방발전 정책을 추진하자’는 공동성명서를 채택했습니다.

이날 회의에서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가 ‘동남권 신공항’을 호남지역까지 포괄하는 ‘남부권 신공항’으로 추진하는 안건이 거론될 예정(지역의 <매일신문>, <영남일보> 등에서는 뉴스를 통해 대구경북 자치단체장을 안건 채택을 압박(?)하는 형국이었습니다)이었지만, 호남지역 자치단체장은 ‘불편하다’며 “영호남 시도지사회의에서 영남쪽 현안을 안건으로 삼기에는 부적절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그날 안건에서 빠질 수 밖에 없었는데요.

어쨌든 이날 합의된 내용은 다음 모임에서 이 문제를 논의해본다는 것인데요. 영호남시도지사협의회는 1년에 한번, 다음번이라면 내년 2월 즉, 대선이 끝난 이후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역시 호남쪽 자치단체장도 ‘남부권 신공항’에 대해 심드렁합니다.

신공항, 제주도도 요구하고 있다.

남부권 신공항에 거론되지 않는 제주도 또한 새누리당의 공약채택 여부에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제주도의 경우도 2007년 대선 공약으로 신공항문제가 거론되었지만 지금은 유야무야되고 있다는 점인데요.

2월 7일 지역인터넷 신문 <제주의 소리>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때 제주를 방문해 신공항 건설을 약속했지만 정부는 2014년에 가서 타당성 여부를 검토하겠다며 미루고 있다”고 주장하고, “남부권 신공항이 추진될 경우 제주신공항은 좌초 또는 또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를 전하고 있구요. 결국 “우근민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지난 1일, 전국 시도지사회의에서 제주 신공항건설을 조기 추진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남부권 신공항' | 검토는 해봤는가?

‘남부권 신공항 추진위원회’라는 단체에서 신공항이라는 공약을 요구는 할 수도 있습니다. 선거기간에는 시민단체를 비롯한 각종 이해집단에서 정책과 공약을 두고 논쟁을 벌이며 향후 한국사회 또는 지역사회 미래를 설계하는 기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언론의 역할은 그들의 입장을 중재하고 검증하는 등 미래사회 설계에 대한 토론이 좀 더 활성화되고, 건강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마당을 펼쳐줘야지, 자신이 어느 한쪽의 입장에 편승해서 맹목적으로 여론몰이에 나서면 안되는 것 아닐까요?

충청과 호남권을 포괄하는 신공항에 대해, 정작 해당지역에서는 별반 반응이 없는데, 유독 대구경북지역에서 자치단체와 언론사가 합심해서 이 문제를 몰아붙이는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매일신문> 신공항 보도에 대한 독자위원들의 제언 | 지키고 있나?

지난해 신공항문제로 부산v대구경북경남울산지역 뿐만 아니라 언론간에 감정이 격하게 달아올랐을 때 <매일신문> 독자위원들은 신공항과 관련된 보도에 대해 애정어린 비판으로 ‘개선’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2010년 12월 22일 <매일신문> 독자위원이었던 김인현 변호사는 <온라인 칼럼>에서 “주요 사안에 대한 찬·반의 입장을 충분히 소개하고, 직접 취재를 통해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확인하여 보도하여야 한다. 무분별한 애향심이나 지역 이기주의와 정치적인 고려는 철저히 배제되어야 한다. 지역 언론이 관련 기관이나 단체, 또는 정치인의 입장이 아닌 건전하고 합리적인 여론 형성을 주도하길 바라는 독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 찬·반의 입장이 분명한 낙동강 살리기 사업과 천문학적인 국민세금이 투입되는 신공항 사업 등이 좋은 예일 것이다”고 제시했고,

<매일신문> 2011년 4월 7일
<매일신문> 2011년 4월 7일
2011년 4월 17일 <매일신문> 독자위원장 홍덕률 (대구대) 총장은 “첫째는 신공항이 단지 영남권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위해서도 왜 필요한지를 차분하면서도 냉정하게 제시하는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나”라고 지적하고,

"매일신문은 대구경북의 신문이지만 넓게 보면 지역언론이다. 대구경북을 포함해 호남과 충청과 강원도를 아우르는 비수도권 공통의 어려움과 과제에 대해서도 평소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당연히 국가 균형발전에 대해 구조적 문제의식을 가져야 하고, 국가 균형발전 정책을 중앙정부 차원에서 구현하기 위한 중장기 노력도 병행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노력이 부족한 채 대구경북에 직접 관련 있는 국책 프로젝트에만 관심을 집중할 때, 자칫 지역과 국가의 경쟁력을 함께 고민하는 충정으로 받아들여지기 보다는 지역 이익을 대변하는 것으로만 폄훼될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고 제시했습니다.

즉 <매일신문>이 가진 ‘지역’의 개념이 자신이 발딛고 있는 대구경북이 아니라 수도권과 대응하는 ‘지역’의 문제로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었습니다.

신공항이라는 정책이 짧은 시간에 ‘목소리 높여 여론몰이’를 통해 ‘채택’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장기간, 폭넓은 시각에서 다수가 참가하는 토론을 통해 ‘논의’될 사항입니다.

그 논의가 특정 지역, 특정 계층만 모여서 ‘끼리끼리 논의해 정말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찬반양론자들이 전체적으로 모여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토론과 전망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정치권은 ‘표’만 계산하고, 특정 집단은 자신의 이해관계에만 집착해 ‘특정 여론몰이’에만 집착할 때, 이들의 행보를 비판하고 공론의 장에서 치열하게 논쟁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입니다.

<매일신문>, 왜 '신공항'을 요구하나?

<매일신문>이 협소한 의미의 ‘지역’이라는 화두에 갇혀, 사실관계 확인이라는 저널리즘의 가장 큰 원칙을 뒤로 한 채 신공항 건설이라는 여론에 ‘몰입’하는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요?

자꾸만 걸리는 뉴스가 있습니다. 지난해 3월 31일 ‘신공항 백지화’발표가 나던 날,

<매일신문> 2011년 3월 31일자 1면
<매일신문> 2011년 3월 31일자 1면
<매일신문> 2011년 3월 31일자 1면
<매일신문> 2011년 3월 31일자 1면

<매일신문>은 1면에 독자에게 드리는 글 [밀양 신공항은 끝나지 않았습니다]를 통해 “밀양 신공항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방분권의 꿈 역시 포기할 수 없는 일입니다. 저희 매일신문은 밀양 신공항 유치를 이루기 위해 신발끈을 전보다 더 단단히 동여매겠습니다. 대구경북민 여러분, 변치 않고 힘이 되어주십시오”라고 향후 자신들의 의지를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해당 글에 따르면 31일 <매일신문> 전 임직원은 ‘신공항은 밀양으로!’라는 구호를 외치며 하루 근무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신공항과 관련된 <매일신문>의 지나친 ‘애착’이 2011년 3월 31일 독자에게 드리는 글 때문은 아니겠지요?

<독자에게 드리는 글>은 <매일신문>측 입장을 담기만 했을 뿐, 사실관계와 맥락에서 다양한 논쟁이 가능한 부분입니다. 특히 독자위원들의 진실어린 충고는 거의 반영되지 않았군요.

현재 중요한 것은 <독자에게 드리는 글>대로 실천하는 것 보다, 그 글이 어느 정도 설득력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 우선일 것입니다.






[평화뉴스 미디어창 172]
허미옥 /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 pressang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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