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vs 대구시.교육청 '의무급식' 난항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2.04.2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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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보고 과장...개선 의지 없다" / "물가상승률 고려...다른 예산 부족"


대구시민 3만여명이 청구한 '친환경 의무급식 조례안'에 대한 첫 안건심사에서 지자체와 교육청이 강력하게 반대해 통과에 난항이 예상된다.

대구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4월 20일 '대구광역시 친환경 의무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안'에 대한 회의를 열어 안건심사를 했다. 이날 회의에는 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위원 6명을 비롯해 대구시 기획관리실장, 대구시교육청 부교육감과 행정국장, 대구 동구청.남구청.수성구청의 부구청장이 참석했으며, '친환경의무급식 조례제정 대구운동본부'의 30여명이 집단 방청을 했다.

안건심사에 참석한 '친환경의무급식 조례제정 대구운동본부' 회원과 공무원들(2012.4.2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안건심사에 참석한 '친환경의무급식 조례제정 대구운동본부' 회원과 공무원들(2012.4.2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행정자치위원회에는 이날 회의에서 조례안의 집행기관인 대구시청과 교육청, 각 구청의 입장을 들어보고, 자료를 요청하는 등 안건 심사 활동을 통해 '의무급식(무상급식) 조례안'에 대해 검토했다. 그러나 회의에 참석한 동구 김문수, 남구 김부섭, 수성구 김종한 부구청장은 "중앙부처와 대구시, 교육청의 지원 없이는 구청이 30%의 예산을 투여하기는 힘들다"며 "0-5세 무상보육 지원을 비롯해 다른 시책의 예산도 부족한 상태"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대구시와 교육청도 한결같이 "재정자립도가 낮고, 예산이 부족하다"며 "조례안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왼쪽부터)동구 김문수, 남구 김부섭, 수성구 김종한 부구청장(2012.4.2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동구 김문수, 남구 김부섭, 수성구 김종한 부구청장(2012.4.2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에 대해, 행자위 위원들은 "주민 3만여명의 서명에 성의 없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지자체와 교육청이 과장된 예산을 보고서를 내놓고, 예산 타령만 한다"고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또, "주민들이 서명을 제출한지 4개월이 넘었는데 그 동안 무엇을 준비했냐"며 "'동의할 수 없다'는 2-3쪽짜리 답변서만 내놓는 것은 주민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의무급식에 대한 의지도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구시와 교육청은 "소요 예산은 다른 시.도의 의무급식 예산 평균치에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것"이라며 "노력하고 있지만 예산이 부족해 전면 의무급식을 실시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왼쪽부터)대구시 여희광 기획관리실장, 대구시의회 행자위 김원구 부위원장(2012.4.20 대구시의회 행자위 회의실)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대구시 여희광 기획관리실장, 대구시의회 행자위 김원구 부위원장(2012.4.20 대구시의회 행자위 회의실)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1128억 예산 보고서 과장...부대비용 빼야"

먼저 대구시와 교육청은 조례안을 실시하면 "운송료, 수수료, 보관비를 포함한 부대비용과 재료비, 인건비를 모두 합해 일반 의무급식에는 980억, 친환경 의무급식에는 1128억원의 예산이 든다"고 밝혔다.

그러나 행자위 김원구 부위원장은 "혜택을 받는 학생 수가 늘어나면 재료비와 인건비가 늘어날 수 있지만, 고정된 부대비용은 늘지 않는다"며 "지자체가 빼도 되는 경비를 예산 보고서에 과장되게 부풀려 계산했다"고 반박했다.

반면, 대구시 여희광 기획관리실장은 "대구시교육청의 예산 자료를 활용한 것 뿐"이라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다시 예산안을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부위원장은 "본 의원은 오전 동안만 계산기를 두들겨 검증했는데 시청은 4개월 동안이나 조례안을 붙잡고 있었으면서 그런 답을 내놓느냐"며 질책했다.
 
(왼쪽부터)대구시교육청 황용기 행정국장, 대구시의회 행자위 이윤원 위원(2012.4.2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대구시교육청 황용기 행정국장, 대구시의회 행자위 이윤원 위원(2012.4.2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제주도 270-330원...대구는 350원-400원?"

전체 소요 예산에 이어, 친환경 의무급식에 드는 '한 끼' 식사 평균 예산도 도마에 올랐다.

대구시교육청 황용기 행정국장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초.중학생의 식사량과 영양을 고려해 '한 끼'에 드는 평균 예산은 '350-400원'"이라고 발표했다. 또, "제주도에서 시행하고 있는 의무급식 '한 끼' 평균인 초등 270원, 중등 330원에서 물가를 고려해 좀 더 높게 책정했다"며 "서울시보다는 싼 가격"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행자위 이윤원 위원은 "공적 자금은 눈먼 돈이 아닌데 어떻게 그렇게 대충 계산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김원구 부위원장도 "대구 시민들의 초미의 관심사인 조례안에 대해 교육청이 주먹구구식으로 예산을 적당히 부풀리고 있다"며 "제주도의 평균 '한 끼'는 1년 전 가격인데 50%씩이나 높여 계산하면 정확한 수치가 나올 수 없다"고 반박했다.

대구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대구광역시 친환경 의무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안'에 대해 첫 안건심사를 하고있다(2012.4.2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대구광역시 친환경 의무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안'에 대해 첫 안건심사를 하고있다(2012.4.2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급식지원센터 설립"..."지자체 유통구조에 관여할 수 없다"

또, 대구시와 교육청은 조례안에 규정된 "지역 농가 판매경로 확대와 학생들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급식제원센터' 설립"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대구시교육청 황용기 행정국장은 "급식지원센터 설립이 과연 가능한지 의문이 든다"며 "식자재를 검수하기 위한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 것"이라고 했다. 또, "대구시는 자율적인 유통을 위해 급식 유통구조에 관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행자위 윤성아 위원은 "유통과정의 불필요한 과정을 없애면 예산을 줄일 수 있고, 싼값에 좋은 농산물을 학생들에게 먹일 수 있다"며 "돈 타령만 하고, 실질적인 유통구조 개선에는 전혀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왼쪽부터)대구시교육청 이성희 부교육감, 대구시의회 행자위 이성수 위원(2012.4.2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대구시교육청 이성희 부교육감, 대구시의회 행자위 이성수 위원(2012.4.2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저소득층 자녀 35.8% 지원 중"..."낙인효과"

이날 회의에 참석한 대구시교육청 이성희 부교육감은 "맞춤형 급식으로 이미 저소득층 자녀 35.8%에게 급식비를 지원하고 있다"며 "2014년까지는 40%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학생 복지에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은 한정돼 있다"며 "아무리 좋은 정책이어도 재정이 바탕돼지 않으면 사업을 시행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행자위 이성수 위원은 "급식비를 지원받는 학생들에 대한 '낙인효과'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없다"며 "선별적 급식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의 몫"이라고 반박했다. 또, "다른 시.도 역시 재정에 한정이 있지만 의무급식을 확대해 실시하고 있다"며 "2014년까지 고작 4%정도만 지원을 확대하는 것은 의무급식에 의지가 없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부교육감은 "의무급식에 예산을 사용하면 학습지원과 학교시설 개선을 할 수 없다"며 "비  새는 교실에서 공부를 하거나 급식을 먹게 될 수 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행자위 김원구 부위원장은 "'의무급식 해주면 비새는 교실에서 밥 먹으라'는 말이냐"며 "주민에게 협박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의무급식 제정"을 촉구하는 '친환경의무급식 조례제정 대구운동본부'(2012.4.20 행자위 회의실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의무급식 제정"을 촉구하는 '친환경의무급식 조례제정 대구운동본부'(2012.4.20 행자위 회의실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특히, 이날 회의에 참석한 '친환경의무급식 조례제정 대구운동본부'는 행정자치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피케팅을 하며 "의무급식 제정"을 촉구했다. 친환경의무급식 조례제정 대구운동본부 은재식 공동집행위원장은 "예산 부족, 낮은 재정자립도는 지자체가 살림을 잘못 운영한 결과"라며 "마치 자랑이라도 되는 듯 그 이유로 의무급식을 늦추고 있다"고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행정자치위원회는 오는 5월 14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되는 임시회로 조례안을 넘겼으며, 임시회 이전에는 대구시와 교육청을 상대로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급식 전문가와 현장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

대구지역 54개 시민단체와 정당이 참여한 '친환경의무급식 조례제정 대구운동본부'는 대구시민 3만1269명이 서명한 '대구광역시 친환경 의무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지난 2011년 12월 1일 대구시에 제출했다.

조례안의 내용은 ▷"초등학교는 2012년, 중학교는 2013년까지 단계적으로 의무급식을 시행", ▷대구시장이 매년 '친환경의무급식지원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급식지원계획 수립", ▷"총 경비 3/10이상을 대구시가, 나머지는 대구시교육청과 구.군이 협의해 부담", ▷"우수한 식재료의 원활한 공급과 수급, 지원예산의 투명한 집행, 정책.교육.홍보를 '급식지원센터'를 통해 운영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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