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을 위협하는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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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핵무장'과 동북아 정세 보도...'군비확충'만 부각, '평화' 노력은?


<조선일보> 2012년 6월 22일자 1면
<조선일보> 2012년 6월 22일자 1면

 일본 '핵무장'

「일본, 마침내 핵무장의 길을 터놓다」. 지난 6월 22일 조선일보의 1면 5단 기사. 일본 중의원이 언론도 모르게 비밀리에 핵을 안보, 즉 군사용(핵무장)으로 전용할 수 있도록 ‘개정 원자력기본법’과 ‘원자력위원회설치법’을 통과시킨 사실과 법 개정이 함의하는 바를 대서특필했다. 기사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 일본의 ‘핵무장’과 관련한 팩트를 조선일보의 위 기사에서 옮기면 다음과 같다.

아사히(朝日)신문은 21일, 자민당이 주도하고 집권 민주당과 공명당이 동의해 ‘원자력이 국가의 안전보장에 기여한다’는 조항이 삽입된 개정 원자력기본법과 원자력규제위원회설치법이 20일 국회를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일본이 이 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핵무장을 할 수 있게 됐고 핵무장의 규모는 「핵무기 수천개 만들 수 있는/막대한 플루토늄 보유/언제든지 핵무기 제조 가능」이라는 제목(3면 기사)으로 가늠하게 했다.

<조선일보> 2012년 6월 22일자 3면(종합)
<조선일보> 2012년 6월 22일자 3면(종합)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겨레도 같은 22일 「일 ‘핵무장’ 법적근거 마련…동북아 ‘핵경쟁’ 촉발 우려」제목의 기사로 비중 있게 다뤘다.  한겨레에 따르면 일본의 핵무장 잠재력은 「핵폭탄 1만기 만들 능력/“드라이버만 돌리면 돼”」라는 제목으로 언제든지, 얼마든지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일본은 「플루토늄 30t 보유․기술 갖춰/‘사실상 핵무장국’ 분류하기도」라고 보도했다. 일본은 핵확산금지기구에 가입해 있으므로 핵무장을 추진하고 있지는 않지만 핵무기의 원료라 할 수 있는 플루토늄 보유량 면에서는 전 세계 수위를 다투고 있다고 했다.

<한겨레> 2012년 6월 22일자 1면
<한겨레> 2012년 6월 22일자 1면

<한겨레>, 동북아 평화 위협 시각

「미디어창」이 주목하는 것은 조선일보의 담론 흐름이다. 한겨레는 같은 날 「일본 ‘핵 야욕’, 초기에 확실한 경고 보내야」제목의 머리 사설을 내보내 그 동안 피폭국이란 지위를 내세워 원자력 평화외교를 주도해왔고 국제사회에서 이점을 인정받아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국가로서 유일하게  핵연료재처리시설을 가동하는 특혜를 받아왔다. 또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서 강한 압박을 가해왔다고 했다. 

<한겨레> 2012년 6월 22일자 사설(31면)
<한겨레> 2012년 6월 22일자 사설(31면)

이 사설은 일본이 핵무장 길을 터놓은 것은 국제적 사기극이라면서 (동북아) 지역평화를 해칠 수 있는 위험요소란 인식에서 이 문제에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면 조선일보는 어떤 시각에서 접근했나.

조선일보도 같은 날 「日, 北核․中 군비확충 빌미삼아 핵무장 길 닦나」란 제목으로 사설을 내보냈다. 그러나 한겨레와는 비중이나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중국이 2005년 이후 국방비를 연평균 20%씩 늘리고 2010년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중․일분쟁이 노골화하면서 일본 내에선 ’중국과의 충돌‘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상황에서 북한은 3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아예 새 헌법에 핵보유를 집어넣어 일본 핵무장론자들의 등을 밀어주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일본이 핵무장의 길을 달리는 것은 오로지 중국과 북한 탓이다

<조선일보> 2012년 6월 22일자 사설(35면)
<조선일보> 2012년 6월 22일자 사설(35면)

조선일보는 사설의 전반부에서 일본의 핵무장을 다음과 같이 당연시, 영웅시하고 있다. ‘일본이 비핵3원칙을 버리고 핵을 군사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길을 낸…법 개정은 야당인 자민당이 총대를 메고 집권 민주당과 공명당이 가세해서 이루어졌다.’ 얼핏 사실보도 같지만 일본 내 극우 세력(독도를 일본땅이라고 하고 강제로 끌고 간 수십만명 일본군대위안부를 부인하는)을 정권 몰이에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는 자민당을 은근히 책임감에 넘친 정당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조선일보는 이 날 사설을 ‘동북아 안보환경이 언제 어느 방향으로 급변(急變)할지 모르는 사태 앞에서 대한민국의 다음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은 이 나라의 전체적 선택에 대해 고민이라도 하고 있는 것인가’ 라고 맺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것은 동북아를 포함한 국제평화에 도전하는 일본 자민당, 자민당 극우정치인의 행동을 우리 정치인, 정당이 본받아야 할 모델로, 즉 일본 자민당/우익정치인들 식으로 하라고 강박한 것이나 다름없다

긴장상황 부추기는 듯한 인상


여기서 주목할 점은 조선일보의 국제정세 담론은 동북아 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은 ‘퍼주기’․‘좌파’로 매도한 채 항상 긴장상황(전쟁은 그 연장상태이자 확대된 귀결이다)을 부추기는 듯하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일본이 핵무장의 길을 스스로 터놓은 것을 1․3면에 대서특필하고 사설에서는 핵무장 길 닦기가 일본이 중국과 북한의 핵 움직임에 대한 당연한 자위수순이자 책임 있는 정치인/정당이 총대를 멘 선택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그런데 조선일보의 동북아 관련 기사를 보면 한반도 주변 군비확충을 끝없이 부추기는 인상을 강하게 준다.

<조선일보> 2012년 6월 13일자 1면
<조선일보> 2012년 6월 13일자 1면

조선일보 6월 13일 1면에는 「주한미군사령관, 서해 취약 판단…아파치 증강 요청」재목의 5단 기사를, 6면에는 해설기사를 실었는데 아파치 증강은 ‘북 보유 180척 공기부양정/무력화화는데 최고의 무기’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주한미군사령관의 입을 빌려 ‘서해가 취약하다’고 강조했다. 그것은 서해(황해)가 중국을 봉쇄할 길목이란 의미이며 이 점에서 미국과 일본은 종전의 서해 군사력을 증강, 확충하여 우위에 서려 하고 있음을 읽게 한다. 조선일보 사설이 ‘북핵․중국의 군비확충을 빌미삼아 핵무장의 길을 닦나’ 운운하는 것과는 다른 흐름이다.

<조선일보> 2012년 6월 14일자 1면
<조선일보> 2012년 6월 14일자 1면

조선일보는 6월 14일 1면 「美 ‘한미연합사 해체 백지화’ 제안」제목의 머리기사는 서먼 주한 미군사령관이 오는 2015년 12월 전시작전통재권을 한국군에게 넘겨주더라도 한미연합사를 해체하지 않고 존속시키되 연합사사령관을 한국군이 맡는 방안을 우리 군 당국에 비공식적으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내용. 이 기사는 말미에서 ‘군 소식통은 “야권 등 정치권 일각과 좌파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을 우려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우리가 명분과 실리를 어느 정도 챙길 수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고 맺었다.

<조선일보> 2012년 6월 15일자 1면
<조선일보> 2012년 6월 15일자 1면
조선일보의 6월 15일 1면 기사를 보자. 「美, 주한미군 포병부대 한강 이북 잔류 타진」이란 5단 제목 기사는 2016년 동두천에서 평택 이전이 예정된 미2사단 부대 중 포병여단(210화력여단)을 동두천에 잔류시키는 것을 우리 군에 타진해왔다는 내용. 그런데 그 목적을 「“북공격 때 신속 대응 위해”/한반도 안보 적극 개입 의지」로 해석, 강조했다.

조선일보의 동북아 군사정세 관련 담론에서 주목되는 것은 일본 핵무장과 관련해서는 중국과 북한의 군비확충에 대한 자위수순임을 행간에 깔고 있다. 또 주한미군의 군사력 후방 이동, 한국군의 전작권 회수 등과 관련해서 북한의 도발을 이유로 ‘백지화’ 하는 담론을 퍼뜨리고 있다.

그런데 그 기사를 읽어보면 중국과 북한을 봉쇄하려는 의도란 것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심지어 새누리당 이외의 다른 야당에 대해서도 독자들로 하여금 마치 우리안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예단하게 하고 있다.

군비확충․외세의존 시각

조선일보의 군사 관련 보도에서 문제되는 것은 첫째,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 주변 정세를 끊임없이 군비확충이란 시각에서만 다루고 그것도 미국과 일본은 가만 있는데 중국과 북한만 액션을 취하고 있는 듯이 다룬다. 조선일보에서 평화정착이나 평화정착․긴장완화 노력이란 시각은 애당초 사전에 없다는 점이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동북아는 영원히 피의 대결장이 돼야만 하는 곳이다.

둘째, 조선일보는 한반도의 운명을 끊임없이 외세의 영향력에 의존하도록 몰아넣고 있다(마치 일본이 우리민족의 자생력을 없애려고 끊임없이 노력한 것을 우리민족의 ‘손톱을 자르는 것’(손아귀 힘을 못 쓰도록)으로 표현했듯이). 일본이 핵무장의 길을 닦아온 것이 중국과 북한의 군비확충 때문 만일까? 이에 대한 답은 일본과 미국은 태평양전쟁 시기를 제외하면 한 번도 적대국이 된 적이 없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 중국을 봉쇄하고 한반도를 영향력 속에 두고 중국과 만주를 미국자본의 시장으로 삼는 것은 미국의 고전적인 전략이었고 그것을 위해 미국은 한반도를 서슴지 않고 ‘태프트-가츠라(桂)밀약’을 통해 일본에 넘겨 대한제국을 보호국을 거쳐 식민지로 만들게 하고 말았다. 일본은 그제나 이제나 아시아에서 인접국을 침략하고 인접국민/민족의 생존권을 말살하면서까지 미국의 이익을 지킴으로써 자신의 이익도 챙기는 영리한(?) 사냥개(獵犬) 아닌가? 그런데도 왜 한국이 군비확충의 길을 달리는 일본과 한 배를 타야하나? 우리 정부가 오랜 준비를 통해 핵무장 길 닦기와 같은 결정적인 군비확충을 해오고 있는 이런 일본과 군사협력, 군사동맹으로 발전시키고 있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조선일보의 ‘군비확충 빌미’ 운운의 주체에 일본을 포함시켜야 맞는 것 아닌가? ‘악의 축’은 일본 아닌가?

'문민' 경시 시각 현저해

셋째, 특히 조선일보의 군사 관련 보도에서 문제되는 것은 우리 헌정사에서 수많은 국민들이 군사독재정권과 맞서 피를 흘려 세운 민주주의의 대원칙, 바로 문민원칙을 매우 경시하는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문민은 폭력수단을 가지지 않았으므로 모든 것을 공개되고 평등한 토론의 장에서 평화리에 결정한다. 문민은 군인․경찰처럼 제복을 입지 않았고 따라서 특수집단이 아니라 보편적인 국민들이다. 군의 견해는 존중돼야 하지만 거기서 머물러야 한다. 문민이 군의 특수성을 경청해 국정에 반영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토론, 여론 수렴의 장으로서가 아니라 군사 관련 기사를 통해 끊임없이 문민을 왜소화하고, 문민의 보편성이 가진 민주주의 근간으로서의 지위와 가치를 경시하고 있다. 세계 어디를 보더라도 군인들이 권력을 쥐었을 때 토론부재, 독재, 인권억압, 민간인실종이란 비극이 비일비재하게 연출되지 않았나.

조선일보의 기사에서 넘치는 것은 문민 배제, 평화노력 실종, 외세 의존이다. 이 점에서 조선일보의 기사는 독자들을 특수이익집단 지향, 반민주, 반자주에 길들게 한다(그것은 일제강점기 친일세력의 이익을 위해 창간됐고 그것을 위해 시종해온 조선일보의 창간배경에서 보면 당연한 것이다). 조선일보는 한국이 역사적 전통을 가진 문화국가임을, 우리민족이 국가와 문화의 전통성, 정체성을 지켜온 주체임을 독자들로 하여금 알지 못하게 하는 데 대해 답해야 한다.






[평화뉴스 - 미디어 창 189]
여은경 / 대구경북민주언론시민협의회 사무처장. 전 대구일보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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