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독도 표지석과 지자체의 비상식

평화뉴스
  • 입력 2012.08.28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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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에 불법 조형물, 서류는 '뽀샵' 조작, 작품 일부 떼내 표지석...지역언론은?


지난 한 주는 김관용 경북도지사, 최수일 울릉군수에게는 꽤나 힘든 시간이었을 겁니다. 19일 대통령 명의의 독도 표지석 설치행사를 할 때만 해도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미소’를 지었지만, 하루가 지난 20일부터는 독도에 불법 시설물 설치, 문화재청으로 시설물 승인받기 위해 사진 조작, ‘대통령 표지석’설치 과정에서 작가 작품 일부 훼손 등의 논란이 연달아 터졌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이 두 분에게 위안(?)이 된 사실은 자신들의 실책과 관련, 지역언론 대부분이 침묵했고, 특히 문화관광위 소속 대구경북권 국회의원조차도 별반 질책이 없다는 점입니다.

<서울신문> 2010년 7월 30일
<서울신문> 2010년 7월 30일
행정안전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독도 표지석은 “경상북도가 대통령에게 건의, 제작한 것”으로, 대통령 친필로 ‘독도’, ‘대한민국’, ‘이천십이년 여름 대통령 이명박’이라는 글이 새겨졌다고 합니다. 경상북도가 주최한 ‘표지석 제막 행사’는 15일 광복절을 맞춰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기상악화로 19일 진행이 되었던 거죠.

김관용 도지사는 표지석 관련 언론 인터뷰에서 “독도를 관할하는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소리가 나더라도 할 일은 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작심하고 표지석을 설치했습니다”고 밝혔습니다.

그 ‘작심’을 너무 과하게 했던 탓일까요? 대통령 명의의 독도 표지석 제막을 통해 ‘대한민국 땅 독도를 재천명’하겠다는 경상북도의 계획이 ‘독도에 불법시설물 무단 설치’, ‘작가 작품 무단 훼손’ 등 스스로의 오류를 만천하에 공개하는 꼴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천연기념물 336호엔 독도에 시설물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경상북도와 울릉군이 독도에 국기 게양대를 설치하려했지만, 문화재청에서 불허했다는 사실은 2010년 <서울신문>에서 다룬 바 있습니다. 

<서울신문> 2010년 7월 30일에 따르면 “경북 울릉군의 독도 동도에 국기, 경북도기, 울릉군기 등 국기게양대를 설치하고자 했으나, 문화재청에서 불허 방침을 내렸고, 태극기 게양대 1개 설치만 승인했다”는 내용입니다.


경북, 독도 불법시설물 "포토샵으로 사진 지우고 준공허가"

그런데 2011년 7월 경북도 등은 독도 동도 망향대 주변에 국기와, 경북도기, 울릉군기 등 3개의 기를 나란히 달 수 있는 국기게양대와 함께, 게양대 바닥에는 건곤감리 등 태극문양과 호랑이 조형물을 함께 (불법으로)설치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울릉군 독도관리사무소가 시공하고, 경상북도비 약 1억원이 사용되었습니다. 여기에 경상북도지사 명의의 준공기념비까지 세웠습니다.

<서울신문> 2012년 8월 18일자 14면
<서울신문> 2012년 8월 18일자 14면

특히 경북도와 울릉군은 이 같은 불법 시설물을 설치한 뒤 문화재청에 준공허가를 신청하면서 포토샵을 이용해 나머지 시설물을 모두 지우고, 국기게양기 1기만 설치한 사진으로 조작해 보고한 것이 최근에 또 드러났습니다. 

<매일신문> 2012년 8월 27일자 1면
<매일신문> 2012년 8월 27일자 1면

경북도 "대통령 표지석 설치 과정...기존 작품 일부 무단 훼손"

문제는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경북도 등에서 독도에 있는 불법 국기게양대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시설물 일부만 철거, 해당 작가의 반발과 누리꾼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하게 됩니다.

문화재청은 대통령 명의의 독도 표지석 장소를 점검하던 과정에서 동도쪽 국기게양대 등이 불법 조형물이라 점을 알게 되고, 경상북도와 울릉군에 철거를 요청하게 됩니다.

그런데 경북도 등에서 ‘대통령 표지석’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불법 조형물 중 일부 (호랑이상)만 철거하고, 그 위에 표지석을 두면서 논란이 불거지게 됩니다.

<매일신문> 2012년 8월 21일자 4면(종합)
<매일신문> 2012년 8월 21일자 4면(종합)

맹형규 행안부 장관을 비롯한 경상북도지사, 김찬 문화재청장 등이 참석, 독도의 동도 망양대에 표지석을 세운 19일, 포털 다음 아고라의 이슈 청원 게시판에 '지난 2010년 휴다임 건축사의 제의를 받고 국기 게양대(호랑이상을 포함한 건곤감리 조형물)를 디자인하였습니다‘고 밝힌 조각가 홍(44)씨가 "대통령에게 바랍니다.|독도 국기게양대 비석을 제외한 제 작품을 철거해주세요"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홍 작가는 “제발 부탁드립니다. 저 반토막난 작품위에 세워진 비석이 제가 죽은 이후까지 서있어야 한다면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부디 제 작품 모두를 철거하여 주십시요.”라고 호소했고, 언론에 이 뉴스가 보도되자 마자 2~3일만에 1만여명이 서명에 참가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지역언론과 국회의원은 ‘쉬쉬’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지방자치단체장의 비상식적 행동(서류조작 준공허가, 작품 일부 철거해 작가로부터 항의)에 ‘부끄럽다’, 한심하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원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법도 원칙도 예의도 없이 무조건 ‘GO!’한 하면 된다는 이들 자치단체의 행동을 지역민이 제대로 알았으면 했고, 관계자분들의 정중한 사과를 기대했습니다.

이게 가능하기 위해서는 지역언론 뿐만 아니라 지역국회의원의 따끔한 질책이 필요했을 텐데요. 정작 <매일신문>, <대구CBS노컷뉴스>를 제외하고는 지역언론 대부분은 ‘침묵’, 이 문제를 관할하는 국회 문광위 소속 대구경북권 새누리당 주호영(수성을), 홍지만(달서갑)은 ‘조~용’합니다.

지방자치단체는 목표를 위해서라면 서류조작에 예술가의 작품을 무단 훼손하면서 사과한번 없고, 대다수 지역언론은 눈감아 주고, 지역 국회의원은 이들의 ‘침묵의 카르텔’에 동참하는 형상, 이것이 2012년 8월 우리가 발 딛고 있는 ‘대구경북 오피니언 리더들의 스타일’입니다.

 
 





[평화뉴스 미디어창 198]
허미옥 /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 pressang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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