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그 초심으로 시대의 새 길을 열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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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진보 / "정말 역부족...보수의 벽, 허공에 외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내 인생을 걸어도 좋겠다는 심정으로 뛰었는데..."
김두현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말을 잇지 못했다. "이제 통일운동은 또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진짜 말문이 막힌다"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육성완 대구장애인연맹 대표는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울먹이는 그의 목소리는 "정말 역부족이었다. 보수의 벽이 이렇게 높은 줄 몰랐다"며 긴 한 숨을 내쉬었다.

10여년 대구에서 시민운동을 한 두 사람은 오랜 고민 끝에 '문재인 캠프'에 몸을 담았다. 그동안 시민운동 가치가 정치권에 훼손될까 싶어 어떤 선거캠프에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던 그들은 "MB 심판, 정권교체"를 외치며 캠프 안에서 뛰었다. 이번 대선의 중요성이 그만큼 크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끝내 승리를 맛보지 못한 채 자정 넘어 눈물과 슬픔으로 캠프를 떠나 쓸쓸히 돌아갔다.

제18대 대선이 첫 '여성대통령' 박근혜 후보의 당선으로 막을 내렸다. 그동안 "정권교체"를 외쳐온 대구지역 진보적 인사들은 하나 같이 "할 말이 없다"며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믿기지 않는 선거 결과에 분노하기도 했고 허탈함에 "모르겠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나마 말문을 연 인사들은 새 정부에 대한 "걱정"과 "각오"를 전했다.

(왼쪽부터) 김두현 사무처장, 육성완 대표, 박인규 사무처장, 정수근 국장, 김선우 집행위원장, 유병철 의원
(왼쪽부터) 김두현 사무처장, 육성완 대표, 박인규 사무처장, 정수근 국장, 김선우 집행위원장, 유병철 의원

대구참여연대 박인규 사무처장은 "역사적 평가를 돌아본다면 이번 결과는 너무 아쉽다"며 "앞으로 한국사회가 어떻게 될 지 걱정이 크다"고 했다. "절대빈곤에서 벗어났던 중장년층 세대들의 투표에 완전히 진 것"이라고 분석하며 "앞으로도 변함없이 권력 감시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생태보존국장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며 "흔한 말로 멘붕"이라고 했다. 또, 새로 들어설 '박근혜 정권'에 대해서는 "이명박 정권의 연장"이라고 잘라 말했다. "4대강사업이나 원전 문제에 대해 이명박 정권과 별로 다를 것 같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정 국장은 "많이 곤란하다"고 새 정권에 대한 걱정을 털어놨다.

대구경북진보연대 김선우 집행위원장은 분노에 찬 목소리였다. "MB 5년보다 더한 5년이 될 것"이라며 "진보진영에 대해 광폭한 탄압을 할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특히, 박 후보 출마에 따른 '보수 결집'을 예로 들어 "아무리 반값등록금이나 경제민주화를 내걸어도 그것을 집행할 사람 자체가 (MB정권보다)더 심하지 않겠느냐"며 "MB정권에서 거리로 쫓겨난 사람들이 다시 집으로 돌아갈 기회는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한 자성과 당부의 목소리도 있었다.
대구장애인연맹 육성완 대표는 "문 후보가 선전했지만 우리가 더 반성을 해야 한다"며 "보수세력 앞에 진보진영은 한계가 있었는데 깨우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특히, "대구경북 보수의 벽은 너무 높지만, 진보진영의 미래는 밝게 보이지 않는다"며 "더 반성하고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김두현 사무처장도 "우리가 새겨볼 게 많은 선거였다"며 "각자의 자리에서 깊은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북구의회 유병철(무소속) 의원은 "풀뿌리"를 강조했다. "공중전에선 앞선지 몰라도 풀뿌리 현장은 완전히 밀렸다"고 했다. "TV토론이나 유세전에서 아무리 앞서더라도 동네 민심은 그렇지 않았다. 저쪽(새누리당) 구의원들은 누구 할 것 없이 새벽부터 철저하게 주민들을 만나 악수하고 지지를 호소하는데, 이쪽(민주통합당)은 거리에서 공중전만 벌이는 것 같았다"며 "허공에 외친다고 될 일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유 의원은 "풀뿌리, 그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니 진보니 가리지 말고, 오직 민생과 민심을 챙기고 그 마음으로 시민들에게 다가가야 한다"며 "지금 시대에 맞게, 새로운 시대의 길을 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권이 어떻든, 우리 스스로 우리 지역과 지금 필요한 길을 찾고 그 길을 열어가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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