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문화재단' 조례안, 인사규정 없이 통과?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3.03.13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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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센터.체육관.도서관 통합 관리...동구청 "조례안 통과 후 제정" / 의회 "낙하산 우려"

 
대구 동구청이 세부 인사규정 없이 '동구문화재단' 설립을 추진해 의회와 갈등을 빚고 있다.

동구청은 올 1월 초 문화시설의 효과적 운영과 구민 문화 욕구 해소를 위해 <동구문화재단>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기획조정실 6급 공무원 2명으로 구성된 TF(테스크포스)팀을 꾸리고 '대구광역시 동구문화재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을 작성해 2월 말 동구의회에 제출했다.

조례안은 구청이 지금까지 관리하던 '아양아트센터', '안심도서관'과 곧 조성될 '강동체육관'을 비롯한 동구 내 문화시설을 재단이 통합 관리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또, 일자리를 창출해 인력이 부족한 곳에 이들을 투입하고 사업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전문성을 가진 상임이사 1명과 10여명의 비상임 이사로 구성된 이사회를 꾸리고, 6명의 신규 인력을 고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구청은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조례안을 검토해 의회에 제출했고, 외부 연구용역 기관에 사업 타당성 평가도 받지 않았다. 앞서 문화재단을 설립한 중구, 수성구, 달서구청이 1년 넘게 조례안 내용을 작성하고, 연구용역 기관의 타당성 평가를 받은 것과 상반되는 부분이다.  

'동구문화재단'이 설립되면'아양아트센터'는 재단이 관리한다(2013.3.13)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동구문화재단'이 설립되면'아양아트센터'는 재단이 관리한다(2013.3.13)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또, 5급 공무원 신분으로 6천만원정도 연봉을 받는 재단 상임이사에 대해 어떠한 선임 규정도 조례안에 명시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비상임 이사와 신규인력 채용 인사규정도 전무하다. 다만, 재단 설립의 당위성과 장점만을 조례안에 기재했을 뿐이다.

하지만, 인사규정 미비로 이미 다른 지역에서는 '특혜인사' 문제가 불거졌었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 '부천문화재단'은 직원 25%가 이사장이던 홍건표 전 부천시장 친인척과 시의원, 공무원 자녀로 구성돼 문제가 됐었다. '성남문화재단'도 시장과 시의원 측근 인사, 정년퇴직 공무원이 임용돼 논란이 일었다. 게다가, 작년 말까지 전국 문화재단 45곳 중 37곳에서 지자체장이 이사장을 겸직했다.

때문에, 이 조례안을 심의하던 동구의회 운영행정위원회는 12일 조례안 심사과정에서 "인사규정이 부실하다"며 "대폭 수정"을 요구하고 조례안을 통과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구청은 "조례안을 먼저 통과시킨 후 세부 규정을 제정해도 늦지 않다"며 "3월 내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남태현 의원은 "집행부가 이유 없이 빠른 통과를 요구하지만 좀 더 시간을 갖고 신중을 기해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설립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인사규정 없이 제정하면 지자체장이 인사권에 개입해 낙하산 인사 문제가 우려된다"며 "다른 지역 재단 문제를 반복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동구구립 안심도서관'(2013.3.13)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동구구립 안심도서관'(2013.3.13)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허진구 의원은 "구민 문화예술 진흥을 위해 재단은 설립돼야 하지만 지금 조례안으로는 힘들다"며 "고액연봉을 받는 이사와 재단 정관을 좌지우지 하는 이사회를 선임하는 세부적 규정을 조목조목 따져봐야 한다. 집행부가 의회 요구를 받아들여 좋은 안을 다시 제출하면 통과시킬 여지도 있다"고 했다.

황순규 의원은 "주민이나 의회와 어떠한 공감도 없이 3개월 만에 조례안을 제출했다. 졸속처리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조례안이 통과되면 정관은 이사회 입맛대로 바꿀 수 있다. 재단의 투명한 인사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아예 처음부터 객관적 규정을 박아 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구청은 "조례안 통과가 먼저"라며 "법이 정해져야 세부내용을 정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변헌 기획조정실 계장은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로 준비위원회를 꾸려 이사회를 뽑을 것"이라며 "낙하산이나 특혜인사는 기우일 뿐이다"고 말했다. 또, "많은 지자체가 문화재단을 설립했고, 그 과정이 공유돼 빠른 시간에 조례안을 작성했다. 연구용역은 예산 낭비다. TF팀을 통해 충분히 검토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동구는 타 지역보다 문화가 낙후돼 빨리 전문 인력을 고용하고 안정적 시설관리를 하도록 해야 한다"며 "현재 경직된 구조로는 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어렵다. 모든 시설을 아우를 수 있는 재단이 필요하다. 이달 내로 반드시 조례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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