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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낮은 곳의 노동자, 이주노동자
아파도 일하고, 최저임금 못받고, '이직' 자유도 없는..."고용허가제 폐지, 강제추방 중단"
2013년 04월 29일 (월) 12:08:27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pnnews@pn.or.kr

네팔인 미쉬누(28)씨는 10개월 전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왔다. 8개월 동안 경산에 있는 비닐생산 공장에서 주야 2교대로 일을 했다. 그러다 일하던 중 허리를 다쳐 사장에게 병원에 가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사장은 "일은 안하고 땡땡이만 친다. 너는 아프지 않다. 병원에 가지마라"고 말했다.

아픈 허리를 잡고 일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도저히 고통을 견딜 수 없어 노조를 찾아갔다. 그제야 겨우 병원을 갔다. 진단서를 끊고 더 이상 여기서 일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사장은 사업장을 변경해 주지 않았다. 노조가 산업재해 신청을 하겠다고 말한 뒤에야 다른 곳으로 일터를 옮겨줬다.

   
▲ '고용허가제=노예제도'(2013.4.28.대구2.28기념공원)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아파도 일하라 했어요. 나보고 거짓말이랬어요. 목숨 걸고 일했는데 화만 냈어요. 회사 바꾸고 싶어도 바꿔주지 않았어요. 다른 데 못 간다 했어요. 노예 아니에요. 아프고 힘들어요. 관심 보여 주세요"

123주년 노동절을 앞두고 대구경북지역 이주노동자들이 처우개선과 고용허가제 폐지를 촉구했다. 18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인권 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지역 연대회의>는 28일 대구2.28기념공원에서 '2013년 세계노동절 대구경북이주노동자 결의대회'를 갖고 "이주노동자도 사람이다. 이주노동자도 노동자다. 사람으로, 노동자로 누려야 할 권리를 당연히 보장받아야 한다"며 "가장 낮은 곳에서 착취 받는 이주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돼야 우리의 권리도 보장된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필리핀, 네팔, 방글라데시아 등 세계 여러 나라의 이주노동자 150여명이 참석했으며 각국 언어로 인터네셔널가를 합창하기도 했다. 또, 일터에서 겪은 부당한 사례를 서툰 한국말과 모국어를 섞어 설명하는 자리도 가졌고, 풍선에 불만사항을 담아 터뜨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결의대회 전에는 대구백화점 앞에서 2.28기념공원까지 행진을 하기도 했다.

   
▲ '2013년 세계노동절 대구경북이주노동자 결의대회'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특히, 이들은 사업주 동의 없이 3년 동안 다른 직장으로 옮길 수 없는 '고용허가제'에 대해 "현대판 노예제도"라고, 미등록(불법체류) 이주노동자 강제추방에 대해서는 "반인권적"이라고 비판했다. 또, 근로기준법상 유급휴일로 보장된 노동절(5.1) 근무에 대해서는 "이주노동자 대부분이 반강제적으로 출근해 반쪽짜리 휴일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이들은 ▶고용허가제 폐지 ▶최저임금 보장 ▶강제추방 중단 ▶노동절 유급휴일 보장을 촉구하며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라"고 강조했다.

7년 전 한국으로 온 중국인 이주노동자 탕추이홍(45)씨는 "미용실에서 하루 12시간을 일해도 월급은 40만원 밖에 되지 않는다"며 "한국인과 같은 일을 해도 훨씬 적은 돈을 받았다.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한국말을 잘 못해 그냥 일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인과 같은 임금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했다.

8년 전 네팔에서 온 로미(39)씨는 "가족을 위해 돈 벌려고 한국으로 왔다. 잘 살고 싶을 뿐이다. 불법으로 있고 싶지 않다. 이주노동자도 사람이다"고 했다. 또, "노동자로서 권리도 보장받고 싶다"며 "나도 그만큼 열심히 할 것이다.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이주노동자를 사람답게 대해 달라"고 호소했다.

   
▲ (왼쪽부터)박순종 대구외국인근로자선교센터 목사, 아요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 임복남 성서공단노조 부위원장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순종 대구외국인근로자선교센터 목사는 "비자가 있어도 노예생활을 하고 비자가 없으면 강제추방에 무서워하며 마음조려야 한다. 희망을 갖고 인간답게 살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고 했다. 아요(별칭)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는 "국가인권위원회는 단속 과정에서 이주노동자가 사망해도 정부는 책임이 없다고 했다. 미등록 양산 제도를 만들고 마구잡이로 단속하는 것은 반인권적인 행위"라고 지적했다.

임복남 성서공단노조 부위원장은 "사장의 폭력과 폭언이 난무해도 사업장을 이동하지 못하는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에 우리가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이 한마디에 불안에 떨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손을 붙잡고 불평등한 시대를 끊도록 하자"고 말했다. 

한편, <이주노동자 인권 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지역 연대회의>는 오는 5월 1일 노동절 반월당 적십자병원 앞에서 열리는 '대구 노동자 결의대회'에 참여할 예정이다.

   
▲ 풍선을 터뜨리는 이주노동자와 시민들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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