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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사장 허락 없인 '구직'도 못한다?
노동부, '구인사업장' 명단 고용주에게만 제공 / "이직 자유 제한, 노예노동 강요"
2012년 08월 02일 (목) 21:02:16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pnnews@or.kr

네팔에서 온 프렘(34)씨는 경남 양산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다. 일자리를 찾기 전 그는 고용지원센터에서 제공하는 '구인 사업장 명단'을 보고 자신이 원하는 지역의 사업장과 직종을 선택했다. 지난 2007년 네팔에서 온 이주노동자 시버(35)씨도 같은 방법으로 일자리를 구했다. 그러나, 올 8월 1일부터 이주노동자들은 이 같은 방식으로 일자리를 구할 수 없게 됐다. 고용노동부가 새로운 내부지침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6월 4일 '외국인근로자 사업장변경 개선 및 브로커 개입 방지 대책'을 발표하고, 8월 1일부터 '브로커 개입 방지를 위한 사업장변경제도 운영 개선 지침'을 실행했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이주노동자에게 제공하던 '구인 사업장 명단'을 8월부터 주지 않기로 결정했다. 반면, 고용주에게는 '구직 노동자 명단'을 제공하고 노동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지역과 직종을 선택하거나 스스로 구직행위를 할 수 없게 됐다. 게다가, 구직제안을 거절하면 2주 동안 구직행위가 중단 될 수도 있다. 또, 이 행위가 4번 반복되거나 3개월 동안 구직을 하지 않으면 미등록(불법)체류자로 분류돼 체포, 구금, 강제 출국까지 당할 수도 있다.  

   
▲ '이주노동자 인권, 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지역 연대회의'와 인도네시아, 네팔, 중국에서 온 이주노동자 50여명이 고용노동부의 "내부지침 철회"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2012.8.2.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와 관련해, '이주노동자 인권, 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지역 연대회의'와 인도네시아, 네팔, 중국에서 온 이주노동자 50여명은 8월 1일 오후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2시간가량 결의대회를 갖고 "고용노동부 지침은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박탈하고 고용권리만 강화하는 지침"이라며 "이주노동자들의 이직과 직업 선택 자유를 침해하는 지침을 즉각 철회하고 구인 사업장 명단을 제공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2012년 현재 시행되고 있는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의 이직을 이미 3회로 제한하고 있는 부분을 지적하며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들의 이직을 심하게 제한하고 있는 현실에서 고용노동부는 내부지침까지 발표해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선택의 권리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지침이 적용되고 이직 선택의 자유가 제한되면 노동탄압이 발생해도 약자인 이주노동자들은 어디에도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며 "새 지침은 이주노동자들에게 노예노동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전까지 고용노동부가 '이주노동자들의 한국어 사용 어려움과 정보 부족을 고려'해 구인 사업장 명단을 제공하던 것을 중단한 것에 대해서는 "설명도 없이 일방적으로 중단한 것은 이주노동자들의 이직을 사전에 차단하고, 최악의 노동 조건이라도 취업을 강제하겠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이번 지침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이직과 직업 선택의 자유'를 위반하는 것은 물론, 노동자들의 최소 권리마저 무참히 짓밟는 것"이라고 했다.   

   
▲ 이날 결의대회에 참석한 이주노동자가 "사업장 선택권리 박탈, 이주노동자 노예노동 강요, 고용노동부는 내부지침 철회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2012.8.2)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프렘씨는 "이전에 고용노동부가 제공하던 구인 사업장 명단은 이주노동자들에게 매우 큰 도움이 됐다"며 "한국 정부가 우리가 가진 최소한의 권리마저 뺐지 않길 원한다"고 호소했다. 시버씨도 "원래 시스템이 좋은 것 같다. 원래대로 돌려달라"며 "한국 사장님들 마음대로 우리를 골라 가면 우리는 어떤 직장이 좋은지 나쁜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김헌주 경산이주노동자센터 소장은 "고용노동부는 8월 1일부로 이주노동자에게 노동자가 아닌 노예가 될 것을 강요하는 지침을 시행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이주노동자들은 앞으로 직업도 직장도 직접 선택할 수 없고 마치 이마트에서 파는 옷이나 음식처럼 사장들에게 팔려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복남 성서공단노조 부위원장은 "이주노동자들은 누가 자신을 고용하는지, 사업장이 안전한지,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 알 수 없게 됐다. 21세기 문명국가에서 다시 노예 제도를 부활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게다가, "자신이 원하는 곳에 취직을 하기 위해 3개월을 기다리면 강제로 출국조치까지 당해야 한다"며 "이직 자유를 강탈함과 동시에 고용주만을 위한 편파적인 지침"이라고 주장했다.

김용철 성서공대위 집행위원장은 "사업장 이전의 자유는 노동자라면 누구나 누려야할 최소한의 자유"라며 "다음은 한국 노동자들의 권리를 뺏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 (왼쪽부터)김헌주 경산이주노동자센터 소장, 임복남 성서공단노조 부위원장, 김용철 성서공대위 집행위원장(2012.8.2)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러나,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내부지침 일부독소조항을 고용노동부가 이미 수정한 점과, 고용노동부의 소속기관이라는 점을 들어 "지침을 철회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앞서 7월 31일, 고용노동부는 고용주에게 이주노동자를 추천할 때 구직자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던 것을 문자로 통보하도록 개정했고, 고용주 채용을 거부할 때에는 이유의 합리성을 따져보고  2주간 구직 활동 중단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민준기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총괄과 팀장은 "국내 이주노동자 수가 증가하면서 사업장 변경을 희망하는 수도 증가했지만 영세기업은 노동자 태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며 "이 때문에, 영세기업을 보호하고 사업장을 무단 이탈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 구인 사업자 명단 제공을 중단하고 지침을 제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잦은 사업장 변경은 근로조건을 저하시키고 성실한 근로자 의욕까지 상실하게 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 팀장은 "이주노동자들이 고용노동부를 통한 합법적인 이직이 아닌 민간 업자에게  일자리를 소개받고 알선료를 지급하는 불법 또한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이직과 직업 선택의 자유'를 위반하는 것에 대해서는 "일부 그런 측면이 있지만, 냉엄하게 보자면 그들은 한국 국민이 아니므로 헌법을 적용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 '이주노동자 인권, 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지역 연대회의'가 "내부지침 철회"를 촉구하는 플래카드를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입구에 내걸었다(2012.8.2)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편, '이주노동자 인권, 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지역 연대회의'는 이날 결의대회 후 "내부지침 철회"를 요구하는 항의서한을 대구지방고용동청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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