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대구도시철도 3호선 사업을 추진하면서 차량 형식을 부당하게 변경해 5천6백억원의 예산을 낭비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또, 특정업체에 2천억원대의 차량구입비 특혜를 제공했을 뿐 아니라, 통행량 수요 예측을 과다 산정하고, 저수지 아래에 차량기지를 선정하고도 재해예방 대책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30일 발표한 전국 6곳의 '경전철 건설사업 추진실태' 감사 결과를 통해 "잘못된 수요예측에 근거해 사업을 추진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시설물을 크게 설계해 예산을 낭비했고, 특정업체의 차량을 선정하는 특혜도 적발됐다"고 밝혔다. 이번 감사는 2012년 9월부터 10월까지 대구3호선을 비롯해 서울과 의정부, 용인, 광명, 인천2호선에 대해 실시됐다.
"차량 형식 변경 5천6백억원 낭비, 특정업체 특혜"
특히, 대구시는 차량 형식을 부당하게 변경해 5천6백억원의 예산을 낭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차량 형식을 중전철(K-AGT)보다 더 경제성 없는 모노레일로 부당하게 변경해 경전철 사업비 5,693억원을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모노레일을 적용할 경우, K-AGT보다 차량 사업비 2,202억원과 전력비를 포함한 30년간 운영비 3,491억원이 더 들 것이라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차량 형식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특정업체에 대한 특혜와 회의 결과 왜곡, 법령 위반 사실도 밝혀졌다.
감사원은 "입찰을 하면서 '차량제작규격서'에 일본 B사 모노레일 차량에만 사용되는 특정 규격을 명시해 제한했을 뿐 아니라, 단독입찰로 유찰된 뒤 조달청이 재검토를 요구하자 위 규격이 상용규격이라고 허위로 통보한 뒤 위 업체와 수의계약(2,663억원)을 유도, 특정업체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대부분 반대→추천 의견 다수, 왜곡...차량 구매 뒤 보고, 법령 위반"
또, 2007년 3월 '차량시스템 변경 자문회의'에서는 당초 계획된 K-AGT에서 모노레일로 변경할 경우 유지비 과다, 안전성 문제로 대부분 반대했으나, 대구도시철도본부는 '전체적으로 모노레일을 추천하는 의견이 다수'라고 회의 결과를 왜곡해 시장에게 보고한 뒤 모노레일로 변경을 추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모노레일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도시철도법'에 따라 옛 국토해양부장관에게 기본계획 변경승인을 받은 뒤 차량 구매 등의 조치를 해야하는데도 불구하고, 대구시는 모노레일 차량을 구매한 뒤 두 달이 지난 뒤에야 해당 장관에게 기본계획 변경을 요청하는 등 관계 법령을 위반했다.
"교통수요, 당초 예측의 63% 그쳐...택지개발도 과다 예측"
대구시는 또, 도시철도3호선의 교통수요를 부풀리고 재해방지 대책도 소홀한 것으로 드러났다.
과다 예측된 교통수요 결과 비교 (단위: 통행/일, %)
감사원은 교통수요 산정과 관련해, 대구시는 2016년 기준 통행량을 하루 25만837명으로 추정했으나, 현재 추정 통행량은 15만9,0953명으로 당초 예측의 63%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구시가 택지개발에 따른 추가 통행량을 산정하면서 KTDB(국가교통DB센터)에 구축된 통행 발생원단위(1인이 유발하는 일 통행량) 1.22(통행/인)를 적용하지 않고 임의로 1.38~2.42(통행/인)를 적용해 통행량을 22% 과다 산정"했다고 밝혔다.
택지개발사업 수요예측도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대구도시철도의 경우, 실제 12개 택지개발사업 입주율 42%에 불과하지만, 수요예측시에 당초 계획된 전체를 반영하는 등 과다수요 예측을 초래"라고 밝혔다.
택지개발지구 통행량 과다 산정 현황 (단위 : 통행/인, 통행/일)
"재해방지 소홀...차량기지 침수ㆍ운행중단 우려"
대구시는 또, 보상비가 적다는 등의 이유로 차량기지 입지를 저수지(서리못. 북구 동호동) 아래에 선정하고는 재해예방 대책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채 공사(937억원, 2012년 9월 현재 공정율 53%)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저수지는 2004년 집중호우로 제방이 붕괴됐고, 2012년 5월에는 위험저수지로 지정 고시되기도 했다. 감사원은 "소규모댐 기준 홍수시(200년 빈도) 서리못이 36cm나 월류돼 차량기지 내 최대 2m정도 침수 및 도시철도 운행 중단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대구시와 소방방재청의 2009년 재해영향검토 서류도 부실한 상태에서 협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홍수시 수치모형실험 결과
감사원은 이 같은 감사 결과에 따라, ▶대구광역시장에게 '수요예측 검토를 소홀히 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촉구하고, 수요 감소로 인해 축소할 수 있는 시설물을 검토ㆍ축소하는 등 공사비 절감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하는 한편, ▶대구도시철도건설본부장에게 '도시철도 관련 법령상의 절차를 무시하거나 특정 제품 선정시 경제성 분석 등을 왜곡해 부당하게 특정업체에 특혜를 주고 사업비를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촉구했다. 또, 특정업체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차량 규격을 제한하는 등 부당하게 업무를 처리한 관련자의 비위사실을 인사자료로 활용하도록 통보했다.
"실수가 아니라 범죄, 시민안전위 구성해야"
한편, '안전한 3호선 만들기 강북주민모임(대표 조명래)'은 30일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한 논평을 내고 "도시철도 3호선의 문제는 책임자나 실무자의 실수가 아니라 관련 당사자와 최고책임자까지 개입된 총체적 범죄행위"라며 "이 사건에 대한 책임있는 해명과 책임자 처벌, 향후 대책에 대해 시민들이 납득할 만한 입장을 밝힐 것"을 대구시에 촉구했다. 또 "대구시의 범죄행위가 드러난 만큼, 향후 대책을 위해서는 시민이 참여하는 (가칭)시민안전위원회 같은 대책기구를 구성하라"고 주장했다.
|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