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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열차충돌, 대체인력ㆍ시스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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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비숙련 대체인력 투입ㆍ안전측선 미설치..."적격자" / 노조 "무자격자, 구조적 문제"


지난 31일 오전 8시 대구역 열차충돌 사고 현장...깨진 KTX 열차 창문 앞에서 '대통령 공약이행 철도민영화 반대' 조끼를 입고 있고 복구 작업에 들어간 철도노조 조합원 / 사진. 김동은
지난 31일 오전 8시 대구역 열차충돌 사고 현장...깨진 KTX 열차 창문 앞에서 '대통령 공약이행 철도민영화 반대' 조끼를 입고 있고 복구 작업에 들어간 철도노조 조합원 / 사진. 김동은

대구역 열차충돌 사고에 대해 코레일이 '비숙련 대체인력'을 투입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또, 5년 전에도 같은 곳에서 비슷한 사고가 일어나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31일 토요일 대구역에서 열차 3중 충돌 사고가 발생했다. 승객 275명을 태운 서울행 1204호 무궁화호 열차가 오전 7시15분 승객 464명을 태운 서울행 4012호 KTX 열차와 대구역에서 충돌한 것이다. 무궁화호가 출발신호보다 빨리 운행하면서 열차 1량이 탈선해 서울행 KTX 측면과 부딪쳤고, 서울행 KTX 8량이 선로를 이탈해 승객 627명을 태운 하행선 101호 KTX와도 충돌했다. 

탈선한 KTX 열차...옆부분이 심하게 찢겨나갔다 / 사진. 김동은
탈선한 KTX 열차...옆부분이 심하게 찢겨나갔다 / 사진. 김동은

두 번의 충돌이 일어났지만 열차들이 저속으로 달려 KTX 열차 옆 부분만 긁혀나갔을 뿐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승객들이 탈출을 하는 과정에서 창문을 깨고 나와 4명이 경상을 입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사고 후 긴급 복구에 들어가 단선 운행을 하거나 무정차 운행을 시행했고, 사고 46시간이 지난 2일 오전 5시 45분부터는 대구역을 지나는 모든 열차가 정상 운행한다고 밝혔다. 

사고 당시, 무궁화호 열차에는 '정지' 신호가, KTX 열차에는 '진행' 신호가 표시됐다. 그러나, 두 신호가 나란히 붙어 있어 무궁화호 여객전무(승무원)는 KTX 신호를 잘못보고 발차 신호를 보냈다. 대구역 열차 관제실은 출발을 확인해주는 무전을 기관사에게 보내지 않아 2차 충돌을 방조했다.

특히, 무궁화호 여객전무는 7년 동안 행정부서에서 사무직으로, KTX 서울행 열차 여객전무는 가야역장으로 근무하다 이날 승무원 대체인력에 투입됐다. 또, 대체승무교육규칙에 따라 50~200시간 교육을 받아야 하지만 8시간 임시교육만 받았다. 코레일이 사무직과 승무원에 대해 '업무순환전보'를 강행하면서, 노조가 7월 말부터 휴일근무를 거부해 주말마다 대체인력을 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KTX와 충돌한 뒤 선로를 벗어난 1204호 무궁화호 / 사진. 김동은
KTX와 충돌한 뒤 선로를 벗어난 1204호 무궁화호 / 사진. 김동은

게다가, 이번 사고는 5년 전 사고와 판박이다. 지난 2008년 2월 대구역 같은 곳에서 한 화물열차가 다른 선로 출발신호를 오판해 충돌이 발생했지만, 당시 코레일은 하행선 선로에만 사고 방지 대피선인 '안전측선'을 설치했고,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상행선에는 안전측선을 설치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최익수 철도노조 부산지방본부 대구역연합지부장은 2일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잘못된 시스템을 방조한 코레일의 구조적 문제"라며 "무자격자인 비숙련 대체인력을 투입한 예고된 사고"라고 했다. 특히, "승무원은 '오라이'만 하는 게 아니라 신호 확인, 사인 수신, 승객 안전을 챙기는 중요 업무"라며 "오래 열차를 안탄 사람, 타 부서 사람은 단시간 교육으로 손발 맞추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변종철 전국철도노조 교육선전국장은 "철도에는 각자 고유 업무가 있다"며 "이번에는 인명피해가 없어 천만다행이었지만 코레일이 업무순환을 계속 강제하면 앞으로 대형사고가 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기태 전 위원장
김기태 전 위원장
김기태 전국철도노조 전 위원장도 2일 대구MBC 강당에서 열린 '고마 팔아라, 철도・가스・전기・물은 국민의 것이다' 강연에서 "이번 사고는 2009년 철도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 5천여명을 감원해 인력이 부족해진 탓"이라며 "코레일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승무원을 투입해 사고를 키웠다"고 말했다.

특히, "철도는 한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곳인데 민영화 추진 후 건설・보수・유지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운영은 '코레일'이 관리해 구조적 모순이 생겼다"면서 "5년 전, 시설공단이 하행선만 수리했을 때, 코레일이 시설 업무만 제대로 이해했어도 이번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열차사고로 인하여 열차운행이 중지되었습니다"...사고 당시 대구역 전광판 / 사진. 김동은
"열차사고로 인하여 열차운행이 중지되었습니다"...사고 당시 대구역 전광판 / 사진. 김동은

그러나, 박진홍 코레일 홍보문화실 처장은 "과거 10년 이상 열차를 몰았던 사람이고 관련 업무도 지속적으로 해 자격은 충분하다. 적격자다"며 "50시간 이상 교육도 신입에게 해당한다. 무자격자란 말은 일방적 주장"이라고 했다. 또, "이번 사건은 인재이자 그저 사고였을 뿐 구조적, 시스템 문제는 아니다"며 "오히려 사고 당일 자리를 비운 근무자들이 더 무책임하다"고 노조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박형태 코레일 광역계획처장도 "수년 간 현장에서 뛴 분이고 유경험자다. 교육도 받았다. 자격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업무순환전보'와 관련해서는 "자동화로 승무원 업무가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 선진화 방향의 일환으로 사무직으로도 전보를 보내고 있다"면서 "주기적 순환을 통해 업무 통일성을 키우고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이지 위험한 계획이 아니다. 또, 이번 사고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코레일은 31일부터 관제와 신호체계, 차량운행기록장치 등을 통해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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