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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구환승센터사업, 길거리로 내몰리는 세입자들
신세계, 셋방주민・영세상인 73명에 '명도단행' / 세입자 "주거이전비 보상" / 대구시 "의무 없다"
2013년 11월 25일 (월) 17:42:10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pnnews@pn.or.kr

"이 엄동설한에 어디로 가라는 겁니까. 10년 동안 여기서 살았는데 불법점유자라니요. 막막합니다"


대구시 동구 신천동 H여관에서 10년째 살고 있는 김모(51)씨는 25일 대구시청 앞에서 이 같이 말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호소문'에는 "살려달라"는 글자도 적혀있다. 지난 19일 신세계가 고용한 법무법인으로부터 '현재 거주지의 불법점유자니 12월 6일까지 재판을 받으러 가야 한다'는 명도단행가처분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방 한칸에 목숨줄을 걸고 생활하고 있다. 노약자, 기초생활수급자, 신용불량자 등 최하위계층이  여기에 모여 살고 있다. 그런데, 신세계가 여관 건물을 인수하고는 설명도 없이 우리를 쫓아내려 한다"며 "이미 많은 사람이 노숙자로 전락해 겨울 길거리를 떠돌고 있다. 억울하면 소송을 하라니, 억장이 무너진다. 가난하고 무지하면 삶의 터전을 지킬 권리도 없는 건가. 누구를 위한 사업인가. 주거권을 보장하라"고 호소했다.

   
▲ 신세계를 규탄하는 신천동 세입자들(2013.11.25.대구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동대구복합환승센터' 사업으로 대구시 동구 신천동 일대 세입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

(주)신세계복합환승센터는 지난 19일 대구시 신천동 일대 여관 달셋방 주민 24명과 영세 상인 49명 등 모두 73명의 세입자를 대상으로 '명도단행가처분' 신청을 대구지방법원에 냈다. '동대구복합환승센터' 일대 건물과 토지에 세입자로 있는 주민, 영세 상인에게 환승센터 공사 착공을 위해 주거지와 영업장에서 나가달라는 것이다. 가처분 신청에 대한 재판은 오는 12월 6일 진행된다.

그러나, 신세계는 달셋방 주민들을 '불법점유자'로 명시해 주거이전비 보상 대상에서 제외시켰고, 영세 상인들에게는 상인들이 투자한 사업비의 3분1 수준에 해당하는 영업손실액만 보상하기로 했다. 게다가, 이 사업에 대한 지정고시문 열람일자도 세입자들에게 제대로 공지되지 않은 채 지난 8월 끝났다. 현재 H여관 등 여관 5곳 주민과 사업장의 상인 대부분은 거주지와 영업장을 떠난 상태다.   

   
▲ 동대구복합환승센터 조감도 / 사진 자료. 동구청 홈페이지

이와 관련해, 신천동 일대 세입자 1백여명으로 구성된 '신세계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 피해자모임 임차인 대책위원회'는 25일 대구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사업설명 없이 나가라는 것은 부당하다"며 "신세계가 임차인 반대에도 강제집행을 할 경우 환승센터사업 저지 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세입자들은 임대주택 세입자라도 일정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주거이전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언급하며 "신세계는 자의적으로 법률을 해석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2008년 서울행정법원도 사업시행인가 3개월 전에 이주한 세입자에게는 주거이전비를 지급하라고 판결내렸고,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지난 2009년 당시 국토해양부장관에게 세입자 주거권을 보호하도록 하는 내용의 권고를 내린 사례가 있다.

때문에, ▶"주거이전비 보상"과 ▶"주거 이전 기간 최소 1년 보장", ▶"명도단행가처분 신청 중단", ▶"세입자 대상 전수조사와 사업설명회 개최"를 대구시와 신세계 측에 촉구하고, 요구를 받아들일 때까지 대구시청 앞에서 매일 아침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집회를 열기로 했다. 

최병붕(54) 대책위 대표는 "국수집, 커피숍, 이발소, 학원 등 작은 가게를 운영하며 동대구역에서 적게는 5년 길게는 10년 이상 삶의 터전을 일궈온 사람들이다. 가게를 주거지로 삼고 있는 사람도 많고 그게 인생의 전부인데 어디로 떠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세입자들은 갈데가 없다"고 말했다. 

최병우 주거권실현을위한대구연합 사무국장은 "환승센터는 세금이 투입된 공익사업이기 때문에 신세계는 공익보상법에 따라 세입자에게 주거이전비를 지급해야 한다"면서 "서울시 판례와 인권위 권고가 있으니 준수해야 한다. 불법점유 관점은 일방해석으로 세입자 주거권을 외면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 '신천동 일대 세입자에 대한 보상대책 촉구 집회'(2013.11.25.대구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반면, 신세계는 "고지기간이 지났다"며 "무단 점유를 하고 있으니 법대로 비워 달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정철 (주)신세계복합환승센터 보상팀장은 "건물・토지 소유주들과 매매가 대부분 완료돼 세입자들은 9월까지 공간을 비웠어야 했다"면서 "그 기간 동안 설명회도 했고, 감정평가도 끝내 알맞은 보상액을 지급하기로 했다. 착공에 들어가야 하니 더 이상 무단 점유를 허락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달셋방 세입자들이 살고 있는 여관을 현장 답사한 결과 주거지라고 보기에 무리가 있어 주거이전비 보상 대상에서 제외했다"며 "특히, 우리가 매입한 곳에 허락도 없이 있으니 불법점유자가 맞다. 모든 과정은 합법적으로 진행됐다. 서울행정법원의 판결도 1심 결과지 최종 결론이 아니다. 일단 만남을 통해 입장을 좁히기로 했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최종적으로 법원의 결정을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성임택 대구시 대중교통과 복합환승센터개발TF 팀장은 "보상문제와 관련해 의견충돌이 있어 입장을 조율을 위해 양측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하지만, 명의가 신세계로 넘어갔기 때문에 대구시가 세입자들을 보호할 의무와 법적 근거는 없다"면서 "모든 것은 신세계와 법원 판단에 달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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