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습지 파괴 우려에도 '대구4차순환도로' 강행 논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4.10.08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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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지천 내달 착공...환경단체·주민 "철회 또는 대안노선" / 도로공사 "변경 불가"


달성습지와 대명유수지를 지나는 '대구외곽순환고속도로(대구4차순환도로)' 성서-지천간 공사가 환경단체와 주민 반대에도 내달 강행돼 논란이 일고 있다.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생태계 파괴와 소음, 분진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공사 철회"나 "대안노선 수용"을 요구했다. 반면 한국도로공사는 "정부 승인이 떨어진 단계"라며 "설계 변경은 불가능하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대구4차순환도로 성서-지천 구간이 지나는 달성습지 전경(2014.10.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4차순환도로 성서-지천 구간이 지나는 달성습지 전경(2014.10.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국도로공사대구순환건설사업단'은 "오는 11월부터 대구4차순환도로 성서-지천 구간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8일 밝혔다. 공사 발주처인 한국도로공사는 현재 대구4차순환도로 전체 공사 구간의 토지매입 절차를 밟고 있다. 5월부터 토지보상가 책정을 시작해 10월부터 주민들에게 결정문을 통지하고 있다. 전체 구간은 1~7공구까지 나눠져 있으며 지금까지 386명에 대한 토지보상가가 책정됐다.

대구4차순환고속도로 기존노선과 대안노선 / 사진 제공. 대구환경운동연합
대구4차순환고속도로 기존노선과 대안노선 / 사진 제공. 대구환경운동연합

대구4차순환도로는 1987년 정부 국토도시계획 중 하나로 만들어졌다. 수성구 범물동-동구 안심-칠곡 지천-달서구 성서산업단지-상인동을 잇는 65.3km 왕복 6-8차로 계획으로 대구의 "산업단지 경쟁력 강화"와 "교통량 분산"이 목적이다. 전체 예산은 1조2천억원이며, 전체 토지매입비는 2천2백억원이다.

성서-지천 구간은 전체의 1.2공구로, 달서구 대천동에서 경북 칠곡군 지천면 오산리를 잇는 12.79km 4차도로로 건설될 예정이다. 1공구는 한화건설, 2공구는 시공사 입찰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8월 이 구간 '도로구역 결정'을 최종 고시했다. 환경영향평가는 2012년 통과했다. 도로공사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달성습지와 대명유수지를 잇는 인도에 도로 공사 예정지를 알리는 빨간색 깃발이 꼽혔다(2014.10.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달성습지와 대명유수지를 잇는 인도에 도로 공사 예정지를 알리는 빨간색 깃발이 꼽혔다(2014.10.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멸종위기종인 맹꽁이의 국내 최대 서식지인 대명유수지에서 지난해 찍힌 새끼 맹꽁이의 모습(2014.10.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멸종위기종인 맹꽁이의 국내 최대 서식지인 대명유수지에서 지난해 찍힌 새끼 맹꽁이의 모습(2014.10.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러나 이 구간은 발표 초기부터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달성습지와 대명유수지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달성습지는 삵, 노루 같은 포유류, 황조롱이, 수리부엉이 같은 조류, 살모사, 누룩뱀 등 파충류 서식처로 1989년 세계습지목록에 등재됐다. 대명유수지도 멸종위기종 맹꽁이 최대 서식지다. 또 공사 구간인 금호강변 죽곡택지지구에는 6천여명이 살고 있지만 방음벽 등 어떠한 조치도 마련되지 않고 있다. 

때문에 '대구환경운동연합' 등 12개 단체와 '대구순환도로반대 다사주민 비상대책위원회'는 8일 달성습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서-지천 사업 철회"를 촉구했다. 공사를 철회 할 수 없다면 "대안노선 수용"을 요구했다. 대안노선은 기존의 '구라-강창-선사IC-지천JCT'에서 달성습지와 대명유수지를 지나는 강창·선사IC를 뺀 '구라-세천IC-지천JCT'다. 이 대안노선은 김종원 계명대 생물학과 교수가 제안했다. 이들 단체는 도로공사가 요구안 수용없이 공사를 강행할 경우 환경영향평가를 통과시킨 정부 부처와 용역업체를 고발하고 물리적 공사 중지 활동을 비롯해 공사 철회 촉구 서명운동도 펼칠 예정이다.

'대구4차순환도로 성서-지천 구간 고속도로사업 철회 촉구 기자회견'(2014.10.8.달성습지)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4차순환도로 성서-지천 구간 고속도로사업 철회 촉구 기자회견'(2014.10.8.달성습지)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천혜의 자연을 파괴하는 도로공사는 얼토당토 않는 일로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했다. 김종원 교수도 "대안노선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습지파괴는 피할 수 없다"며 "생태계를 망치는 일을 중단하라"고 했다. 김상호 대구순환도로반대다사주민 비대위원장은 "10분 단축을 위해 아름다운 자연을 파괴하고 주민 삶의 터전을 망치는 공사를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동수 한국도로공사 대구순환건설사업단 과장은 "설계 변경은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 모든 정부 부처 승인 과정을 거쳤고, 기존 설계도대로 토지매입 작업도 진행되고 있으며 시공사까지 입찰된 상황에서 어떻게 노선을 변경할 수 있냐"며 "초기부터 환경단체와 주민 입장을 반영하느라 공사가 지연됐는데 이제와 또 변경을 요구하는 것은 예산 낭비만 불러온다"고 반박했다. 또 "순환도로 건설은 대구 발전과 주민 편의를 위해 진행되는 것으로 이미 경제성이 입증됐다"면서 "일부 단체와 주민 반발이 있다고 정부 사업을 철회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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