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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평화? 노동청장님, 처참한 대구 노동현안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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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열 민주노총대구본부장 "현장 방관, 소통부족" / 황보국 대구노동청장 "차차 개선"


대구지역 노동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황보국 대구지방고용노동청장과 임성열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장이 한 테이블에 앉았다. 임성열 본부장은 "노동청의 현장 방관과 소통부족으로 대구 노동현황은 최악"이라며 "노동청의 각성과 철저한 감독"을 촉구했다. 황보국 청장은 "그 동안의 소통부족을 인정한다"면서 "연락망을 항상 열어놓고 열린 자세로 노동문제를 차차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임성열 민주노총대구본부장과 김달식 경북본부장은 6일 대구고용노동청에서 황보국 대구노동청장과 면담을 가졌다. 황 청장 취임 후 2번째 면담이다. 이날 면담은 지난 10월 16일 대구지방노동청 앞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진행된 기자회견 과정 중 황 청장 면담을 요청하던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노동청 공무원들 사이에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을 해결하기 위해 민주노총대구·경북지역본부가 황보국 청장을 상대로 지난 29일 면담을 요청하면서 성사됐다. 이 자리에서 노조와 노동청은 당시 문제뿐 아니라 대구경북 노동현안에 대한 해결책도 찾으려 했지만 각자 의견 차를 보여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황보국 대구지방고용노동청장(2014.11.6)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황보국 대구지방고용노동청장(2014.11.6)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앞서 지난달 16일 민주노총대구·경북지역본부는 '사내하청 사용금지, 불법파견 특별근로감독, 불법파견 사업주 기소촉구 및 노동시간 연장, 휴일수당 삭제 근로기준법 개악 노동부규탄 기자회견'을 대구지방노동청 앞에서 열었다. 지난 9월 새누리당과 고용노동부가 당·정 협의를 거쳐 권선동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입법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노동시간을 연장시켜 노동시간 감축에 대한 박근혜정부 의지와 역행하고 실질적 임금 하락도 초래한다"며 "노동부 산하 기관인 노동청에 개정안 제정 중단"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이 기자회견은 당일 대구뿐 아니라 전국 16개 시.도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그러나 기자회견 후 노조 대표 3인이 항의서한을 황 청장에게 전달하기 위해 노동청에 들어갔지만 노동청 근로감독관을 비롯한 공무원 다수가 항의서한을 상황실로 접수할 것을 요청하며 청장실 방문을 막았다. 이어 노조 대표 3인이 항의서한을 청장실 앞에 놓고만 가겠다고 했지만 공무원들은 그 요구도 묵살했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들과 조합원들이 서로 욕설과 막말을 하며 고성을 질렀고 몸싸움까지 벌어져 아찔한 상황이 이어졌다. 결국 노조는 항의서한을 전달하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임성열 본부장은 "노동청을 찾아온 노동자에게 막말과 욕설을 해 항의서한 전달도 막는 게 대구노동청 현실"이라며 "이 문제로 면담을 해야 하는 대구의 노동현실이 처참하다"고 말했다. 때문에 "당시 주도적으로 항의서한 전달을 막은 정모 근로감독관과 임모 상황실장에 대해 인사조치를 해 달라"며 "노동자에게 고압적 자세를 지닌 공무원과 노동현안을 논할 수 없다. 11일까지 답을 달라"고 요구했다.

임성열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장(2014.11.6)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임성열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장(2014.11.6)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황보국 청장은 "당시 상황을 자세히 전달 받지 못했지만 굳어진 관행과 소통부재, 충정으로 빚어진 오해 같다"면서 "상황을 철저히 조사해 노조에 답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장 인사조치나 징계에 대해서는 법적 절차가 있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면서 "노조가 요구하는 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 소통창구도 늘리겠다"고 했다.

대구시가 '노사평화' 도시로 선정된 부분에 대해서도 비난이 일었다. 지난 9월 26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대구시는 '노사정 평화 대타협 선포식'을 열었다. 노사분규가 적다는 것이 선정 이유였다.

임성열 본부장은 "대구 상신브레이크, 구미 KEC, 경주 발레오. 최근 건설현장에서 하도급업자에게 돈을 뜯긴 철근노동자. 최근 5년간 노동청이 제 역할을 못해 노동자들은 쓰러져갔다"면서 "그런데 관리감독을 해야할 노동청이 처참한 대구의 노동현실을 제대로 인지도 못하고 노사정 평화 대타협 선포를 하는 게 말이 되느냐. 황 청장이 대구의 처참한 노동현안을 알기나 하는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황보국 청장은 "이 자리는 누구를 꾸짖거나 조사를 받으러 나온 자리가 아니다"며 "그러나 대화나 소통이 부족하다면 앞으로는 내 폰으로 직접 전화해 달라. 적극적으로 돕고 나서겠다"고 해명했다.

민주노총대구·경북지역본부와 대구지방고용노동청장 면담(2014.11.6)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민주노총대구·경북지역본부와 대구지방고용노동청장 면담(2014.11.6)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러나 이 자리에 참석한 박희은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 사무처장은 "우리는 여기에 밥 그릇 싸움을 하러 온 것이 아니다. 그리고 소통부족만을 꼬집으러 온 것도 아니다"면서 "마치 우리가 청장과 연락을 못해 때를 쓰는 것 같이 달래려는 태도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박 처장은 "노동청의 역할을 제대로 하라는 것 그리고 잘못된 공무원들의 언행에 대해 사과하고 처벌하라는 것, 다시는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청장이 직접 방지하라는 것. 그것을 요구하러 왔다"고 강조했다.  

앞서 3일 대구노동청이 발표한 '지역별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를 보면, 대구지역의 노동자 평균임근은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제주도 다음으로 낮아 꼴찌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의 평균임금은 월 283만8,000원으로 서울이 320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대구는 평균보다 48만6,000원이 적은 235만2,000원으로 나타났다. 또 대구지역 노동자들의 근로시간도 전국 평균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평균 월 근로시간은 187.9시간이만 대구의 평균 월 근로시간은 192.2시간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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