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대구 '박정희' 풍자 그림 대학생 기소 논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4.12.16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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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치킨' 박정희 그래피티 벌금 2백만원, 중구청 '공공기물 파손' 신고 / "표현자유 침해"


대구지방검찰청이 박정희 전 대통령 풍자 그림을 동성로 야외무대 등에 그린 대학생을 기소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지검은 지난 12일 '재물손괴죄' 혐의로 경주에 사는 대학생 김모(21)씨를 기소했다고 15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FUGHAZI(푸가지)'라는 닉네임으로 지난 10월말과 11월초 대구 중구 동성로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 생가터 입간판과 대구백화점 앞 야외무대 등 5곳에 건물 소유주 허가를 받지 않고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 그림을 그린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가 그린 그림을 보면 양복을 입은 박정희 전 대통령 상반신 하단에 'PAPA CHICKEN(파파치킨.아빠 닭)'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고 얼굴에는 입 대신 새 부리가 그려져 있다. 이 같은 형태는 전철이나 건축물 벽면과 교각 등에 스프레이 페인트로 거대한 그림을 그리는 '그래피티(GRAFFITI)' 예술의 일종으로 김씨는 직사각형의 그림 가장 아래 FUGHAZI라는 자신의 고유 닉네임을 적었다.

대구백화점 건너편 한 건물벽에 그려진 'PAPA CHICKEN' 박정희 전 대통령 풍자 그림(2014.11.12)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백화점 건너편 한 건물벽에 그려진 'PAPA CHICKEN' 박정희 전 대통령 풍자 그림(2014.11.12)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지난 1년간 김씨는 대구 일대에서 그래피티를 그렸지만 기소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사건은 중구청이 11월 중부경찰서에 '전 대통령 비하', '공공기물 파손'으로 신고를 하면서 진행됐다. 중구청 관광개발과와 중부서 지능수사팀은 11월 10일부터 13일까지 현장조사를 통해 채증을 하고 CCTV를 확보한 이후 김씨를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조사 후 중구청은 박정희 전 대통령 그림을 모두 지웠다.

경찰은 11월 말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12월 검찰은 '재물손괴죄' 혐의로 기소를 했다.  이 사실을 통보받은 후 김씨는 비슷한 사건으로 논란이 됐던 이하(46) 작가에게 도움을 요청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의 변호를 받기로 했다. 앞서 올해 10월 20일 이하 작가는 박근혜 대통령 풍자 포스터 4,500장을 서울시내 고층 건물에서 뿌려 경찰에 연행됐다. 포스터에는 꽃을 꽂은 박 대통령과 수배 중(WANTED), 미친 정부(MAD GOVERNMENT)라는 영문이 인쇄돼 있었다.

김씨는 15일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수사 당시 경찰은 나의 다른 그림에 대해서는 어떤 수사도 진행하지 않고 박정희 전 대통령 그림 질문만 했다"며 "특히 '그림 의미가 무엇이냐' '특정 의도가 있냐', '정부에 반감을 갖고 있냐', '단체에 소속됐냐', '그림 사진은 어디서 구했냐' 질문만 했다"고 주장했다. 또 "1년간 많은 그림을 그렸지만 수사를 받고 기소가 된 건 처음"이라며 "대통령이 관계돼 공권력이 불편함을 느낀 것 같다. 그러나 어떤 생각을 갖고 있던 표현은 자유라고 생각한다"면서 "재물손괴 죄가 있다면 많은 예술가가 기소돼야 한다. 결국 내용이 문제 아니였겠느냐"고 했다.

대구지역 문화예술단체도 이와 관련해 "표현의 자유 침해"라며 김씨를 지원하기로 했다. 한상훈 대구민예총 사무처장은 "대구에는 수 많은 그래피티 그림이 있지만 이 그림만 특정해 기소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이 관계됐기 때문"이라며 "명백히 정치적 의사를 가로막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길거리 예술가를 탄압하기 위한 것이다. 시민사회도 함께 대응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대구지검 1차장 검사실 관계자는 "공공기물 파손만 고려했다. 대통령과 관계된 정치적 내용은 공소장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범행 동기와 목적 등은 경찰 수사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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