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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가족, 국가의 허락없이는 만나지도 못하는 나라
[김두현 칼럼] 남북 이산가족, 이대로면 100년 지나도 다 못나..."반인권, 특단의 조치를"
2015년 02월 17일 (화) 10:44:47 평화뉴스 pnnews@pn.or.kr

설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민족의 대이동이 일어난다. 아무리 핵가족이 대세이고 1인세대가 늘어도 3천만명에 가까운 사람이 설을 맞아 가족을 만나기 위해 움직인다.  하지만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가족들이 있다. 바로 분단과 전쟁으로 인해 남과 북으로 흩어진 이산가족들이다. 새해 남과 북은 앞다투어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밝힌바 있다. 따라서 모처럼 이번 설을 맞아 이산가족상봉이 이루어지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이산가족상봉은 커녕 남과 북, 당국의 대화와 만남조차 물건너간 일이 되었다. 지금과 같은 남북관계가 지속된다면 이산가족 상봉은 더 이상 없을지도 모른다. 생존해 있는 1세대 이산가족이 점점 사라지는 상황에서 이산가족의 만남과 재결합을 이루게 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別懷不須言(별회불수언),  이별의 회포야 말하지 말자

 다산의 문집인 여유당 전서 제 1집인 시문집 21권에 실린 편지에 나오는 말이다. 다산이 아들에게 보낸 편지가 실려 있다.  1801년 음력 3월 9일 유배지 장기에 도착한 날 썼던 글이다. 이별의 아픔이 얼마나 크기에 아예 말하지 말자고 했을까?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질 때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는 것이 인간사이지만 언제 다시 만날지를 모르는 헤어짐은 그 얼마나 기가 막힌 일인가? 이승이 아닌 저승으로 가는 사람과의 이별이야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다 할지언정 살아 있으며 만나지 못하는 생이별의 아픔은 얼마나 크겠는가? 더욱이 피를 나눈 혈육이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확인조차 할 수 없다면 그야말로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을 견뎌야 할 것이다. 그래서 아마 가장 큰 아픔을 단장(斷腸)의 아픔이라고 할 것이다. 

[단장’이란 (斷 : 끊을 단 腸 : 창자 장)의 한자로 창자가 끊어진다는 말로, 마음이 몹시 슬프다는 뜻이다. 출전은《세설신어(世說新語)》 출면편(黜免篇)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진(晉)나라 환온(桓溫)이 촉(蜀)을 정벌하기 위해 여러 척의 배에 군사를 나누어 싣고 가는 도중 양쯔강 중류의 협곡인 삼협(三峽)이라는 곳을 지나게 되었다. 이곳을 지나면서 한 병사가 새끼원숭이 한 마리를 잡아왔는데 그 원숭이 어미가 환온이 탄 배를 쫓아 백여 리를 뒤따라오며 슬피 울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강어귀가 좁아지는 곳에 이를 즈음에 어미 원숭이가 몸을 날려 배 위로 뛰어올랐는데 그만 배에 오르자 마자 죽고 말았다. 병사들이 죽은 어미 원숭이의 배를 가르자 창자가 토막토막 끊어져 있었다는 것이다.

짐승마저 제 혈육을 잃는 슬픔에 창자가 끊어질 정도이니 하물며 인간은 어떠하겠는가? 분단과 전쟁으로 인한 가족과 생이별하게 된 이산(離散)이 아픔이 바로 창자가 끊어지는 단장의 아픔이 아니겠는가?
 오죽하면 한국전쟁 당시 미 2사단의 처절한 전투고지의 이름조차 ‘단장의 능선’(Heartbreak Ridge)이라 이름 붙였겠는가?

이산가족 상봉으로 이산의 아픔 해결할 수 없어


 지난해 2월 20일 남북은 3년 4개월 만에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가졌다. 한미군사훈련으로 인해 행사 성사 여부가 불투명했으나 이번에는 2013년과 달리 무산되는 사태를 피할 수 있었다. 1차 상봉에서 남측 이산가족 82명이 북측 가족 178명을 만났고, 2차 상봉에서는 북측 가족 88명이 남측 가족 357명과 재회했다. 처음 상봉이 시작된 1985년 이후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19차례 열렸고, 1만8천 500여명이 만나는데 그쳤다. 이 같은 속도라면 100년이 넘어야 이산가족이 모두 만날 수 있으며 전체 등록자 중 최종 상봉자 100명에 속할 확률은 0.14%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 마저도 정기적인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진다는 전제에서의 계산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처럼 이산가족 상봉이 언제 이루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이러한 확률을 기대하는 것조차 부질없는 일일 것이다.

 이산가족 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사람이 총 129, 655명이고 이중 생존자는 68,303명이며, 이미 사망한 사람이 61,352명이라고 하니 지난해 보다 사망자가 3,500여명 가량 늘었다. 특히 최근 10년 사이 급속한 고령화로 매년 약 4천명에 달하는 이산가족이 세상을 떠났다. 지금까지 생존해 있는 사람들 중 80세 이상이 55.2%에 달하는 등 70대 이상의 고령자가 전체의 80%를 넘는다.  앞으로 사망자는 계속 늘어 1세대는 아마 20년이 지나면 거의 사라질 전망이다.

 이산의 아픔을 덜어주기 위한 행사인 이산가족상봉은 정작 이산의 아픔을 확인할 뿐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는 것이다. 기약 없는 기다림속에 이산가족들은 이미 장차가 끊어질 만큼의 고통을 70여년 가까이 견디고 있다. 단장의 아픔을 덜어주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것이다.

이산가족 개요  ('15.1.31 현재)
대상 : 1988 ~2015.1.31 신청인 등록 분 전체 129,655명
   
▲ 자료 출처.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

생존자 연령별 현황
   
▲ 자료 출처.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

'반인권' 중단해야

이명박 정부 시기 상봉한 인원은 1천774명(2009년 888명, 2010년 886명)으로 전 정부에서 상봉에 성공한 1만4천600명과 비교하면 거의 10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하늘길, 땅길 바닷길은 끊겼고 2012년에는 남을 방문한 북한 주민이 14년만에 0(제로)를 기록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북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의 수는 오히려 늘고 있다. 남한 국적자만 아니면 누구든 북한 관광을 자유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작 우리는 가장 가까이 있지만 가장 먼 나라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2011년부터 6차례 북을 방북한 재미동포 신은미씨는 방북시 지켜본 해외동포들과 북한동포들의 이산가족 상봉모습을 보며 이런 의문을 가졌다고 한다.  "해외동포들은 원한다면 누구든지 북한에 가 헤어진 가족을 자유롭게 다시 만날 수 있는데, 왜 남과 북의 이산가족들은 서신조차 주고받지 못하는 걸까."
 
 한 번 북에 가서 이산가족 상봉을 하고 돌아온 해외동포들은 더 이상 자신들을 이산가족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가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라는 책으로 유명해진 신은미씨는 그래서 이런 제안을 한다. "'남한에 살고 있는 이산가족들은 원하면 누구나 북에 있는 가족을 찾아 북한에 가는 것을 허락한다'고 해외여행이 자유로운 남한이 먼저 선언을 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북한도 상응하는 인도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실제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이산가족에 한해 국가보안법 적용을 잠정 중단하는 조치를 선언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방법도 가능할 것이다. 80세 이상에 한해 1백명, 2백명 단위를 넘어서 천명이상 단위의 대규모 상봉과 상시 상봉을 허용하는 것이다. 더욱 더 극적인 조치는 80세 이상에 한해 원하면 서로가 원하는 지역으로의 영구 이주를 허용하는 것이다. 80세 이상의 노인들의 만남이 남과 북 어디에도 체제 위협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기에 이는 남북 당국의 결단만 있으면 언제든지 가능한 일이다.

 남북 당국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막을 수 없는 혈육의 정을 이산가족들이 나눌 수 있도록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래서 70년 가깝게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헤어지게 된 사랑하는 가족을 국가의 허락 없이는 만날 수 없다거나, 함께 살지 못하게 하는 야만적인 반인권 범죄를 중단해야 할 것이다.

 특히 광복 70년이 되는 올해는 이산가족이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남과 북 당국자들의 결단으로 이루어지게 되기를 소망해본다. 그래서 올 추석 명절에는 남과 북의 가족들이 한자리에 둘어 앉아 송편을 나누어 먹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김두현 칼럼]
김두현 /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처장.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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