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의 '통일대박'이 공허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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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현 / 차단된 남북교류...남북합작ㆍ좌우합작ㆍ민관합작으로 풀어야


 지난 6월 15일은 남측의 김대중 대통령과 북측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합의한 6․15공동선언이 발표된 지 14돌이 되는 날이다. 6.15공동선언실천 남.북.해외측 위원회는 이날 공동 명의로  ‘해내외 온 겨레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발표하였다. 이 발표문에서 남.북.해외측 위원회는 “역사적인 6.15공동선언은 조국통일의 목표와 대원칙, 그 실현방도를 우리 민족 모두의 합의로 승화시킨 기념비적 문건이며 민족 최고의 통일대강”이라고 의의를 부여하고 “지난 6년의 세월은 6.15공동선언이 공공연히 부정당하는 비정상의 세월이었다”고 지적하였다. 이날 기념대회는 남과 북, 해외에서 분산 개최됐으며,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6.15남측위)가 주최한 남측 대회는 서울 서대문 독립공원에서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후 2시부터 진행되었다. 대구에서도 6월 15일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후 3시부터 다양한 참여행사와 기념문화제가  2․28 공원에서 열렸다.

6.10민주항쟁 27돌・6.15공동선언발표 14돌 기념문화제'(2014.6.15.대구2.28공원)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6.10민주항쟁 27돌・6.15공동선언발표 14돌 기념문화제'(2014.6.15.대구2.28공원)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잊혀지는 6․15

 6․15 공동선언이 남북사이의 갈등과 대결의 시대를 마감하고 화해와 협력의 시대, 평화와 공존의 시대를 열자고 한 약속이니 이를 기념하기 위한 행사는 당연히 남북이 함께 개최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2008년 금강산 공동행사를 마지막으로 이후에는 공동행사를  치르지 못하고 매년 분산 개최 형식을 취해왔다. 이명박 정부의 대결적 대북정책의 결과이다.

 통일대박론을 내세우며 이전 정권과 다를 것이라 기대되었던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남북간 민간교류는 여전히 단절된 상태이다. 지난해 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성주 의원이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제출받은 대북지원 현황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들어 적십자사를 통한 대북지원은 1건에 불과하며 올해 들어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을 통해 북한 어린이와 임산부들의 영양 지원을 위해 밀가루·영양콩가루 200t을 보냈다. 이처럼 간헐적으로 인도주의의 명분을 내세운 지원외에 남북간 민간교류나 공동행사는 철저히 차단되었다. 지난해 북은 6․15공동선언을 살리고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 시절 남북 사이에 최초로 체결한 7․4남북공동성명 기념행사를 공동으로 하자고 제의했으나 박근혜 대통령은 응하지 않았다. 북의 페이스에 말려들 수 없다는 판단에서일 것이다.

 민간단체간의 교류 역시 ‘선관후민’을 원칙으로 내세워 철저히 불허하고 있다. 또한 남남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도 불허의 이유이다. 참으로 옹색하기 그지 없는 변명이다. 남북이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마감하고 대결과 갈등으로 허송세월하는 사이 어느새 7천만 겨레와 전 세계를 흥분케 했던 6․15의 감동은 사그라들고 있다. 아니 잊혀져가고 있다. 이는 6․15 14돌 기념행사 때 설치된 즉석 설문조사에 참여한 시민들의 인식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6․15공동선언이 지난 10년동안 통일에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절반 가량의 시민들이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들어본 바 없다”에 응답한 것이다.

 드레스덴 선언, 명존실무(名存實無) 아닌 명실상부(名實相符)가 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1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해외 자문위원 500여 명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아직까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못하고 우리가 내민 손을 뿌리치고 있지만 저는 포기하지 않고 북한을 대화와 협력의 길로 이끌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또한 그는 “한반도 통일이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적 사명이자 전 세계 인류에도 큰 기회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한반도의 통일이 남북한 주민뿐 아니라 동북아와 전 세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통일 대박론'을 재차 강조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박대통령의 이야기가 공허해 보이는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통일을 위해 우선되어야 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관계 개선을 위해 필요한 북과의 대화와 협력에는 나서지 않으면서 정작 다른 곳에서 통일대박론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이런 드레스덴 선언과 통일대박론은 이름뿐 실지는 없는 빈껍데기인 명존실무(名存實無)의 전형인 것이다.

<경향신문> 2014년 3월 29일자 1면
<경향신문> 2014년 3월 29일자 1면
 
필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제안인 드레스덴 선언이 명존실무(名存實無)가 아니라 명실상부(名實相符)가 되기 위해 몇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우선 남북합작에 나서야 할 것이다.
 임시정부 주석 김구는 ‘1948년 4월 19일 38선을 넘어 평양에서 열린 전조선 정당사회단체대표자연석회의와 남북요인회담, 김구·김규식·김일성·김두봉의 4자회담에 참석 등’ 통일조국을 건설하기 위한 남북합작을 시도하였다. 그는 "38선을 그대로 두고는 우리 민족과 국토를 통일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민생문제도 도저히 해결할 수 없다"며 극우세력인 이승만 일파와 결별하고 민족자주와 조국통일을 위한 시도를 추진하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연일 설파하는 통일대박론에 진정성이 있다면 겉으로는 대화와 협력을 이야기하고 실제로는 대북강경파인 김관진을 청와대 안보실장에 임명하는 이중행동을 중단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북과의 대화에 진지하게 나서야 할 것이다. 지금은 해방공간에서처럼 남북합작에 나서는 것이 38선을 베고 쓰러지는 것을 각오해야 할 상황도 아니며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은 김구선생과 달리 집권자가 아닌가?

 대북정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은 우리사회 건강성의 지표

 그리고 좌우합작에 나서야 할 것이다.
 대북안보 정책라인을 북한에 대한 극단적으로 적대적이며 극우적 사고를 가진 인사들로 채워서는 결코 남북관계를 풀 수 없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한국사회의 세력구성상 보수세력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통일문제에 있어 전통적으로 적극적이었던 세력은 진보세력이다. 이들은 배제하고 통일문제를 풀어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반공단체, 관변단체를 중심으로 흡수통일 중심의 일방적인 통일담론을 확산시키려고만 해서는 남남갈등만 일어날 뿐 통합적인 통일담론을 형성할 수 없다. 남북관계를 진전시킨 경험이 있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 참모들을 정책결정과정에 적절히 참여시켜 합리적인 대북정책이 수립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보수와 진보단체가 함께 참여하고 있는 민화협 등을 활용하여 흡수통일 중심의 일방적인 통일담론이 아닌 공존공영의 통일담론을 형성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민관합작에 나서야 할 것이다.
 통일문제는 그 특성상 고도의 정보와 정책결정 과정에서 권력의 의지가 대단히 중요하다. 따라서 정부당국이 남북관계를 풀어가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민(民)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시대이다. 에맨의 통일사례에서 보듯 정치엘리트만의 담합으로 통일이 이루어질 경우 결과는 불행해 질 수 있다. 따라서 남북교류와 통일과정에 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이다. 민간교류는 특성상 정부간 교류가 단절될 경우에도 남북관계를 연결하는 최후의 고리가 될 수 있으며 또한 정부간 대화를 이끌어 내는 역할도 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민간교류를 북에 의도에 의해 남남갈등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 선관후민의 원칙을 내세워 차단하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의견을 가진 민간의 참여가 남쪽 사회의 단점이 아니라 장점임을 알아야 한다. 북한 문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 역시,  사회적 공론을 독점해온 북과의 차별성이자 민주주의를 지켜온 남한 사회의 건강한 면임을 인식하고 남남갈등을 두려워하지 말고 외려 자신감을 갖고 민간교류를 허용해야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 담론이 유명무실(有名無實)해지지 않기 위해서는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통일문제에 참여시켜야 하며 민간을 적극 앞세워 남북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평화와 통일]
김두현 /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처장.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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