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훈에게 누명 씌운 판검사들 참회하라"

프레시안 김덕련 기자
  • 입력 2015.05.17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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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변호사회 성명 발표…"지금이라도 잘못 인정하고 사과해야 법치에 대한 신뢰 회복"


'유서 대필 조작 사건'과 관련, 서울지방변호사회가 강기훈 씨에게 누명을 씌우고 강 씨를 죄인으로 몰아간 검사 및 판사들이 지금이라도 참회하고 사과해야 한다는 성명을 17일 발표했다. 1991년에 시작된 '유서 대필 조작 사건'은 1990년대를 대표하는 공안 조작 사건으로, 사건 발생 24년 만인 지난 14일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내렸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이날 성명에서 "최근 대법원의 무죄 판결로 강기훈 씨의 누명이 24년 만에 밝혀진 것은 '진실은 결코 사라지거나 묻히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보여준다"며 "왜곡된 진실이 세상에 드러나는 데 24년이라는 긴 세월이 지났지만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강 씨의 억울함이 밝혀진 것이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평가했다. 또한 "진실을 찾기 위해 평생을 바친 강 씨와 쉽지 않은 소송을 끈질기게 수행한 그의 변호인들에게 존경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이 사건을 조작해 강 씨를 24년간 죄인으로 몰아붙이는 데 관여한 법조인들이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이 사건은 진실을 호도해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데 관여한 법조인들의 엄중한 책임 추궁과 진실한 참회가 있을 때 비로소 끝맺을 수 있다"며 "강기훈 씨에게 누명을 씌워 기소한 검사와 진실을 외면하고 유죄라고 판단한 판사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이라도 과거의 잘못을 겸허히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야말로 실추된 사법부의 권위를 바로 세우는 것이고 법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며 "강씨가 최후진술에서 '진정한 용기는 스스로의 잘못을 고백하는 것'이라고 말했듯, 진실을 밝히는 데 주저하고 사명감을 갖지 못했던 법조인들은 지금이라도 자신의 과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법조인들은 무고한 개인이 불의한 권력 앞에 짓밟히는 오욕의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정의를 지키는 양심이 되기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엄중한 책임 추궁과 진실한 참회가 있을 때 비로소 끝맺을 수 있다"는 성명의 표현대로, 대법원의 무죄 확정 판결 후에도 '유서 대필 조작 사건'과 관련해 한국 사회가 놓쳐서는 안 되는 과제가 여럿 있다.

<한국일보> 2015년 5월 15일자 4면(종합)
<한국일보> 2015년 5월 15일자 4면(종합)

단적으로, 이 사건 수사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법조계 인사들 및 강 씨를 파렴치범으로 몰아가는 데 동조한 일부 지식인들에 대한 처분 문제가 남아 있다. 예컨대 이 사건 수사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검사들은 훗날 대부분 출세 가도를 달렸다. 그들 중 상당수는 나중에 박근혜 후보 주위에 모였다(강신욱 전 대법관,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유서 대필 조작 사건이 발생한 바로 그달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해 활동했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이와 더불어, 반성 없는 검찰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하는 문제 역시 중요한 과제다. '유서 대필 조작 사건'처럼 터무니없는 공안 조작의 표적으로 언제든 전락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국민들이 안고 살아야 하는 사회에서 살고 싶지 않다면, 피할 수 없는 과제다.

[프레시안] 2015.5.17 (독립언론네트워크 / 프레시안 = 평화뉴스 제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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