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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혁당 40주기..."박근혜 대통령, 과거사 치유 약속 잊었나"
[4.9열사 대구 추모제]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통일은 멀고...엄중한 시대의 참된 꿈을"
2015년 04월 09일 (목) 15:01:39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pnnews@pn.or.kr

   
▲ 인혁당 사건 40주기 현대공원묘지에 세워진 당시 희생자들의 초상화(2015.4.9)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정희 정권의 대표적 공안사건 '인혁당 조작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고(故) 도예종씨의 부인 신동숙(87)씨는 9일 경북 칠곡군 현대공원묘지에서 열린 인혁당 40주기 대구 추모제에서 "과거사 치유에 앞장서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은 40주기인 오늘 이 약속을 잊은 것 같다"며 "아버지 시대 아픈 역사를 보듬지 못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또 "벌써 남편이 저 세상으로 간지 40년이 됐지만 아직 아픔과 슬픔은 그대로 남았다"면서 "국가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 박 대통령은 희생자 앞에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당선 전 과거 자신의 아버지가 저지른 역사적 과오에 대해 사과하고 치유하겠다고 약속했다"며 "통일과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된 수많은 영령 앞에 과거사 치유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 고 도예종 선생의 부인 신동숙씨가 묘지 옆에서 기도하는 모습(2015.4.9)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당시 사건으로 고문을 받고 옥고를 겪은 강창덕(88) 4.9인혁재단 이사장도 "인혁당 사건은 박 대통령 아버지가 저지른 것이고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당선 전 분명히 과거사 고통을 치유하겠다고 말했다"며 "그러나 그 이후 유족이나 피해자들을 만나 위로하거나 사과를 한 적이 한 번도 없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또 "인혁당 사건이 일어난지 40년이된 올해 이와 관련해 어떠한 언급도 한 적이 없어 씁쓸하다"면서 "대통령 당선을 위해 결국 거짓말로 과거사 치유 약속을 한 것이냐"고 비판했다.

   
▲ 잔을 올리는 인혁당 사건 피해자 강창덕 4.9인혁재단 이사장(2015.4.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사법살인'이라고 불리는 '인혁당 재건위 조작사건'이 올해로 40주기를 맞았다.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는 9일 경북 칠곡군 현대공원묘지에서 '4.9통일열사 40주기 추모제'를 열었다. 이곳에는 1975년 4월 9일 사형된 8명 중 고 도예종, 고 여정남, 고 하재완, 고 송상진씨 등 희생자 4명이 안장됐다.

이날 추모제에는 고 도예종씨 부인 신동숙씨와 고 이재형씨 부인 김광자씨, 고 송상진씨 아들 송철환씨,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고 나경일씨의 아들 나문석씨, 고 전재권씨 동생 전재웅・전재창씨, 피해자인 강창덕 이사장을 비롯해 피해자와 유가족, 시민단체 활동가, 정당인, 대학생 등 1백여명이 참석했다.

   
▲ 이날 40주기 추모제에는 시민 1백여명이 참석했다(2015.4.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4.9계승사업회는 인혁당 희생자들과 이미 돌아가신 피해자 등 17명의 영정사진을 묘소 앞에 세우고 1시간가량 제례, 추모식, 헌화를 진행했다. 장세룡 대구경북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이사장과 김하원 부산민주주의사회연구소 소장은 추모사를 했고 시인 나문석씨는 추모시를 낭송했다. 또 성악가 박경태씨는 추모노래를 불렀고 퍼포머 강선구씨는 진혼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특히 이들은 현대공원묘지에 안장된 희생자 4명의 묘지표지판을 세우고 제막식도 했다. 표지판에는 초상화와 약력 등이 소개됐다. 

이들은 "독재자의 불법적인 고문과 사건조작으로 열사들의 목숨을 앗아갔다"며 "조작의 억울함은 2007년 무죄판결에 의해 풀렸지만 이미 열사들은 돌아 올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자주통일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역사의 안내자로서 열사들의 정신을 되새길 것을 다짐한다"고 말했다.

김찬수 4.9인혁재단 이사는 "인혁당 사건이 벌써 40년이 됐지만 민주주의는 후퇴했고 통일도 멀었다"며 "그들이 꿈꾸었떤 나라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엄중한 시대의 흐름 속에서 희생자들의 넋을 기려 통일과 민주주의라는 참된 꿈을 꾸자"고 덧붙였다.

   
▲ 추모시를 낭송하는 고 라경일 선생의 아들 나문석 시인(2015.4.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인민혁명당 재건위 조작사건>은 1974년 중앙정보부가 "북한 지령으로 인민혁명당 재건위를 구성해 국가전복을 꾀했다"고 발표한 이듬 해 1975년 4월 8일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지 18시간 만인 4월 9일 피고인 8명을 사형시킨 사건이다. 국내외 법조계는 이날을 '사법사상 암흑의 날', '사법살인'으로 부르고 있다. 희생자 도예종ㆍ서도원ㆍ송상진(영남대)씨, 여정남(경북대)씨는 대구경북 출신이다.

그러나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2002년 직권조사를 통해 "중앙정보부 고문과 증거조작, 공판조서 허위 작성, 진술조서 변조, 위법한 재판 등에 의해 사건이 조작됐다"고 발표했다. 2005년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도 "고문과 가혹행위가 자행됐다"며 '사건조작'을 인정했다.

이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07년 1월 23일 재심 공판에서 피고인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8명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지 32년 만이다. 또, 2007년 8월 서울중앙지법은 인혁당 유족 4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가 희생자별로 20억-30억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한편, 여정남기념사업회와 경북대총학생회는 11일 오후 2시 경북대 사회과학대학 앞 여정남공원에서 인혁당 사건으로 희생된 경북대 출신 '여정남 열사 40주기 정신계승문화제'를 연다. '다시 민주주의와 평화통일로'를 주제로 한 이 문화제에서는 경북대 재학생과 졸업생,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사월에 피는 꽃 합창제'와 함께, 인혁당 관련 자료와 한국현대사 사진을 전시한다. 앞서 이들 단체는 지난 3월 30일부터 4월 8일까지 '제 1회 여정남학교'를 마련해 민주주의와 국가, 청춘의 삶 등에 대한 강좌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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