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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비판 전단지'...대통령 '명예훼손' 법정 공방
대구수성경찰서, 팩스·이메일로 압수수색 영장 집행...변호인단 "영장주의 위배" / 검·경 "적법"
2015년 07월 17일 (금) 16:29:16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pnnews@pn.or.kr

'박근혜 대통령 비판 전단지'를 제작·배포한 사회활동가 박성수(42.군산)씨가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기소된 가운데, 16일 대구지방법원(제2형사단독 김태규 부장판사)에서 이에 대한 공개재판이 열렸다.

재판장에는 4월 30일부터 대구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성수씨와 박씨가 제작한 전단지를 2월 16일 새누리당 대구경북 시.도당 앞에서 뿌려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변모(46)씨, 신모(34)씨 등이 배석했다. 박씨 변호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김인숙, 대구지방변호사회 인권·법률구조위원회 소속 김미조, 류제모, 이승익 변호사 등 모두 4명이 맡고 있다. 대구지방검찰청(수사·공판검사 박순배) 증인으로는 이 사건 담당수사관인 대구수성경찰서 지능1팀 문모(41) 경사가 출석했다.

   
▲ 대구지방법원(2015.1.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특히 이날 재판에서는 명예훼손 혐의 여부보다, 이 사건 담당 기관 대구수성경찰서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과 관련한 적법성을 둘러싼 증거 채택 여부 등 경찰의 전반적 수사과정을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수성경찰서는 3월부터 7~8차례 박씨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박씨가 사용하는 다음 이메일(전자우편) 수신·발신 내용과 농협 통장계좌 사용내역, 군산 소룡동 우체국 우편 발송 기록 등 3곳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각각 이메일과 팩스를 통해 집행했다. 다음 본사와 농협 지점, 군산 소룡동 우체국을 경찰이 직접 가지 않고 영장을 이메일과 팩스로 보내 집행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압수수색 조서와 압수수색 목록도 작성하지 않았다.

박성수씨 측 변호인단은 검찰이 증거로 제시한 9백여 페이지에 달하는 40여가지 증거 항목 가운데, 팩스와 이메일로 집행된 영장과 관련된 증거는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라며 증거 채택을 거부했다. 담당수사기관이 압수수색을 하기 위해 직접 압수 현장에 가지 않고 포털·금융·공공기관 직원에게 관련한 자료를 대신 찾아 제출하라고 지시하는 것은 '영장주의'에 위배된다는 취지다. 또 형사소송법상, 증거물을 압수하였을 때는 압수조서와 압수목록을 작성하고 압수경위도 기재해야 한다.

   
▲ 박성수씨가 제작한 박근혜 대통령 비판 전단지(2015.4.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실제로 앞서 7일 서울중앙지법은 수사기관이 영장 원본을 제시않고 팩스를 보내 자료를 받는 이른바 '팩스영장' 집행에 대해 "사후라도 영장원본을 제시하거나 압수수색 목록을 교부하는 등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형사소송법이 정한 영장주의 본질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며 팩스영장에 제동을 걸었다.

김인숙 변호사는 "당시 압수수색 과정에 당사자가 입회하지 않았고, 압수조서와 목록도 없고, 팩스영장이 위법하다는 판례까지 있다"며 "수성경찰서는 전반적으로 불공정한 수사를 벌였다"고 지적했다. 류제모 변호사도 "영장주의에 위배된다"면서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는 효력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 측은 "공공기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할 경우 증거 훼손, 조작, 인멸 가능성이 적어 통상 팩스, 이메일로 집행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또 "이와 관련해 고법 상고 중"이라며 "증거 채택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문모 경사도 "다음 본사에 수차례 전화 했지만 받지 않았고, 대구에서 전북 군산까지 직접 가는 것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해 팩스와 이메일로 영장을 집행했다"면서 "압수수색 과정에 위법성이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법원이 발부해 합법적"이라고 설명했다.

   
▲ 수성경찰서 표지석에 개사료를 뿌리는 박성수씨(2015.4.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날 재판에서는 영장 적법성 문제뿐 아니라 경찰의 용의자 특정 과정, 언론관에 대해서도 공방이 벌어졌다. 문모 경사가 지난 2월 새누리당 대구경북 시.도당 앞 전단지 배포 용의자 특정 과정에서 "대구지역 한 매체의 A기자가 경찰에게 카카오톡으로 배포 사진이 담긴 카페 링크 주소를 보내줘서 용의자를 특정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문 경사는 당시 A기자와 주고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캡쳐 화면을 증거로 제출했다. 두 사람이 주고 받은 메시지가 재판장 스크린 화면에 비치자 장내는 술렁였다.

또 변호인단이 전단지 배포와 관련한 출석요구서 죄명을 1차에는 경범죄, 2차에는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3차에는 명예훼손 혐의로 모두 3차례에 걸쳐 변경한 것과 관련해 "전단지는 출판물로 볼수 없지 않냐"고 묻자, 문 경사는 "허위사실을 언론에 유포해 기자들이 그것을 보도록 해 출판물을 이용해 VIP(대통령) 명예를 훼손한 '간접정범'의 죄가 성립한다고 법리적 판단을 했다"고 답했다. 간접정범은 형법 제34조로 타인을 도구로 이용하여 간접적으로 범죄를 실행하는 것을 말한다. 이 사건을 취재한 기자들을 도구로 '이용'하고, 작성한 기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미조 변호사는 "수성경찰서의 삐뚤어진 언론관"이라며 "기자는 쓰고 싶은 기사를 스스로 취사선택하지 누가 사주 한다고 해서 기사를 쓰거나 도구로 이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취재원과 기자의 관계에서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것은 통상하는 행위"라며 "이를 악용해선 안된다고 했다.  
 
한편, '박근혜 비판 전단지' 명예훼손과 관련한 다음 공판은 9월 10일 오후 4시 대구지법에서 열린다.

   
▲ 수성경찰서 조사 후 경찰규탄 1인시위를 하는 박성수씨(2015.4.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수성경찰서는 앞서 4월 30일 박 대통령 비판 전단지를 만들어 배포한 박성수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했다. 박씨는 올초 박 대통령 비판 전단지 3만여장을 제작해 이를 서울과 부산, 군산, 대구 등 37곳에 배포하고 전단지 내용을 트위터에도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4월 21일 경찰 '과잉수사'를 규탄하며 수성경찰서에 개사료를 뿌렸다. 일주일 뒤에는 대검찰청 앞에서 검경 비판 퍼포먼스를 하다 미신고 옥외집회 혐의로 서초경찰서에 긴급체포됐다. 이후 박 대통령 전단지 제작 혐의로 이미 수사를 받은 수성경찰서에 신병인수됐다. 경찰은 박씨에게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대구지검에 송치했다.

검찰은 4월 30일 "박씨가 출판물과 트위터로 박 대통령과 정윤회 염문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대구지법(정영식 판사)은 영장실질심사에서 "범죄 행위가 상습적이고 도주와 증거 인멸, 재범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현재 박씨는 대구구치소에 구속돼 있다.

박씨가 제작한 전단지에는 2002년 당시 박근혜 한국미래연합 대표가 김정일 북한 전 국방위원장을 만나는 사진이 실렸다. 사진에는 "자기들이 하면 평화활동 남이 하면 종북, 반국가행위", "박근혜도 국가보안법으로 철저히 수사하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뒷면에는 또 "정모씨 염문 덮으려고 공안정국 조성하는가?"라는 내용과 함께 "원세훈 전 국정원장 정치개입, 선거개입 유죄, 징역 3년 실형", "강탈해간 대통령자리 돌려줘"라고 적혔다. 대부분 종북몰이와 국정원 대선개입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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