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박근혜 전단지' 살포, 경찰 '과잉수사' 논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5.02.26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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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표현의 자유ㆍ대통령 비판 수사대상 아니다" / 경찰 "염문, 명예훼손 가능성"


대구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전단지가 뿌려진 것과 관련해, 전단지를 뿌린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경찰의 '과잉수사'가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단체는 "표현의 자유는 국민 권리로 대통령 비판은 수사 대상이 아니다"며 "대통령 심기경호와 과잉수사"라고 주장한 반면, 경찰은 "정책이 아닌 염문(艶聞)을 실었기 때문에 명예훼손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며 "확산을 막기 위해 수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인권운동연대와 한국인권행동 등 4개 시민단체는 26일 대구수성경찰서 이상탁 서장과 면담을 갖고 대구 박근혜 비판 전단지 살포와 관련한 최근 수성경찰서 수사에 대해 "인권침해"라며 "과잉수사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면담 후 이 사건에 대한 '대구 시민단체 입장문'을 전달했다.

변모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박근혜 대통령 비판 전단지'
변모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박근혜 대통령 비판 전단지'

경찰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2시 30분쯤 대구 수성구 새누리당 대구경북 시.도당 앞 주차장에서 시민단체 활동가 변모(46)씨와 신모(34)씨 등 모두 3명은 박근혜 대통령 비판 전단지 20여장을 뿌렸다.

전단지에는 2002년 당시 박근혜 한국미래연합 대표가 김정일 북한 전 국방위원장을 만나는 사진이 실려있다. 사진 아래에는 "자기들이 하면 평화활동 남이 하면 종북, 반국가행위", "박근혜도 국가보안법으로 철저히 수사하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뒷면에는 또 "정모씨 염문 덮으려고 공안정국 조성하는가?"라는 내용과 함께 "원세훈 전 국정원장 정치개입, 선거개입 유죄, 징역 3년 실형!", "강탈해간 대통령자리 돌려줘!"라고 적혀 있다. 대부분이 종북몰이와 국정원 대선개입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즉각 주차관리 요원이 이에 항의해 변씨 등 3명은 전단지를 수거해 돌아갔다. 이후 주차관리 요원은 수성경찰서로 이 사실을 신고했다. 변씨는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살포 사진과 경위, 이유를 적은 글을 게재했다. 변씨는 "대한민국은 박근혜 나라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한 작은 행동"이라며 "국민이라면 누구나 대통령을 비판할 권리와 자유가 있다"고 밝혔다. 또 같은 내용을 적은 문자를 이날 카카오톡(KaKaoTalk)으로 기자들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에게도 전했다.

수성경찰서는 살포 다음날인 17일 변씨에게 "경찰서에 나와달라"고 전화를 했다. 그러나 변씨는 "실정법 위반 사실이 없다"며 "출석요구서를 보내라"고 했다. 경찰은 당일 변씨와 신씨에게 "내달 5일까지 경찰서로 나와달라"는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경찰은 또 23일에는 변씨가 살고 있는 경북 청도군과 가족들이 사는 대구 서구 자택을 찾아 변씨의 가족과 이웃들을 상대로 탐문수사를 했다.

이처럼 경찰이 혐의내용을 특정하지 못한 채 수사를 진행하자 시민단체가 26일 항의하게 된 것이다. 시민단체는 "살포자들이 뿌린 전단지는 당사자들이 당일 모두 수거했기 때문에 '경범죄처벌법'을 적용할 수 없고, 또 반의사불벌죄인 '명예훼손죄'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처벌을 원해야 하는데 국가 대통령에 대한 시민의 비판을 경찰이 자의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대구 '박근혜 대통령 비판 전단지' 살포와 관련해 시민단체가 이상탁 수성경찰서장과 면담을 갖고 있다(2015.2.26)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박근혜 대통령 비판 전단지' 살포와 관련해 시민단체가 이상탁 수성경찰서장과 면담을 갖고 있다(2015.2.26)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는 "국민이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라며 "무단투기한 것도 바로 수거해 경범죄로도 처벌이 어려운데 혐의도 특정치 못한 채 수사를 하는 것은 인권침해"라고 했다. 또 "대통령이 아닌 다른 사람에 대한 내용이었다면 경찰이 이렇게 수사를 벌이진 않았을 것"이라며 "전형적인 심기경호로 윗선 지시에 의한 과잉수사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이주영 한국인권행동 상임활동가도 "타지역에서도 같은 내용의 전단지가 뿌려졌지만 이런식으로 과잉수사를 벌이진 않는다"면서 "국민이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흔한 일인데 왜 이렇게 과잉수사를 하는지 모르겠다. 경찰의 인권침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보다 국민 표현의 자유가 더 큰 권리 아니겠냐"면서 "그 점을 인지해 조심스럽게 접근해달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상탁 수성경찰서장은 "신고가 있었기 때문에 현장 조사를 했고 사실 관계 파악을 위해 초동수사를 한 것"이라며 "윗선 지시 없이 일선 서에서 벌이는 평범한 수사를 한 것일 뿐 정치적 해석을 갖고 인권침해를 하진 않았다"고 이날 면담에서 해명했다. 또 "전단지에는 정책이 아닌 염문설과 같은 개인 명예훼손 내용이 있어 그 목적을 따져볼 여지가 있다"면서 "특히 언론사 등에 이 사실을 통보한 것은 특정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보고 전단지 살포 확산을 막기 위해 수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에서 뿌려진 박근혜 대통령 비판 전단지는 16일 대구뿐 아니라, 25일 서울과 12일 부산, 1월 7일 전북 군산에서도 살포돼 관할 경찰서에서 조사가 진행 중이다. 특히 경찰은 22일 부산에서 같은 내용의 전단지를 살포한 40대 남성의 자택을 '박근혜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압수수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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