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1호, 대구 측백수림 '도로공사'에 또 위기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5.08.2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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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동IC 공사 재개 / 주민·환경단체 "협의 중에 공사라니" 반발...'범시민대책위' 구성


대구외곽순환고속도로(대구4차순환로) 도동IC구간 공사가 재개돼, 천연기념물 제1호이자 대구10경 중 하나인 대구시 도동 측백나무숲이 훼손 위기에 놓였다. 주민들은 "협의 진행 중 일방적 공사 강행"이라며 "측백수림 훼손을 막고 보존하기 위해 시민사회와 힘을 합쳐 본격적으로 반대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한 반면, 한국도로공사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공사와 협의를 동시에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천연기념물 1호, 대구 도동 측백나무숲(2014.4.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천연기념물 1호, 대구 도동 측백나무숲(2014.4.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국도로공사는 "4차순환로 6공구 도동IC(지묘동~둔산동) 4.68km 공사를 재개했다"고 24일 밝혔다. 도로공사는 지난 5월, 6공구 공사를 시작했다가 '측백수림 고사' 논란으로 주민들이 반발하자, 협의를 위해 공사를 중단했다. 이후 8월초 공사를 재개했다. 현재 도동IC 끝 부분 봉무동 파군재삼거리에서 벌목 공사와 구조물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이 구간이 끝나면 측백나무숲이 있는 도동쪽 공사를 진행한다. 

이에 대해 도동 주민들은 "주민 협의를 무시한 일방적 공사"라며 "측백나무숲 보존 의지가 없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도로공사는 도동 주민들과 지난 2년간 갈등을 겪었다. 4차순환로 도동IC 구간 고가도로가 측백나무숲과 280m 떨어져 있어 도로 건설시 숲이 고사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주민이 참여하는 4차순환도로 건설반대 대책위원회, 도로공사, 대구시, 대구시의회, 동구청, 국토교통부, 전문가 등 7자는 지난 3월 도동구간 지상 설계안 설계변경 등 대안 논의를 위한 갈등조정협의회를 구성했다. 이후 5월 27일 7자가 참여한 가운데 첫 민관협의회를 열었다.

7백여그루의 측백나무가 빽빽히 들어선 숲(2014.4.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7백여그루의 측백나무가 빽빽히 들어선 숲(2014.4.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주민들은 기존의 지상 도로 설계안을 ▷'터널화' ▷'고가 교량화'로 변경을 요구했고, 도로공사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팽팽히 맞섰다. 갈등이 계속되자 민관이 모두 합의에 이르면 합의내용을 바탕으로, 도동 주민 대표 20명이 참여하는 주민협의회를 꾸려 찬반 투표로 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도로공사는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약속한 뒤 협의를 진행하던 도중 공사를 재개했다.

때문에 도동 주민들은 대구환경운동연합 등 5개 환경단체와 '측백수림 보존을 위한 범시민 대책위'를 꾸려 ▷4차순환로 도동구간 공사 반대 ▷측백나무숲 보존 ▷도동구간 터널화 등을 촉구하기로 했다. 특히 오는 9월 초 대책위 발족식을 갖고 도로공사를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도 열 예정이다. 공동대표는 박정우 측백수림보존회장,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 등 각 단체 대표 5명이 맡는다.

한국도로공사를 비판하는 도동 주민들의 플래카드(2014.4.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국도로공사를 비판하는 도동 주민들의 플래카드(2014.4.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정우 측백수림보존회장은 24일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협의 한다더니 기존의 고가도로 설계안대로 공사를 재개했다"며 "약속을 어기고 일방적으로 공사를 강행할 거면 협의는 왜 했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도동 공사가 아니라고 하지만 도동IC 끝쪽 공사를 하는 것은 곧 이대로 도동 공사도 하겠다는 것"이라며 "천연기념물 측백나무를 보존하려는 마음은 없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숭례문 같은 문화재는 불에 타도 다시 지을 수 있지만 측백나무는 한번 고사하면 복원이 불가능하다"면서 "이미 대구-포항 고속도로 공사로 측백나무숲 절반이 죽었는데 또 도로 공사를 하면 다 말라죽을 것이다. 이제 시민사회 힘을 모아 막는 수 밖에 없다. 제발 공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한국도로공사 설계계획팀 한 관계자는 "공사 재개 부분은 도동IC 구간 마지막 부분으로 도동과는 거리가 멀다"며 "공사를 하면서도 동시에 협의를 얼마든지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환경영향평가와 문화재청, 토지수용 등 많은 적법한 관문을 통과해 공사를 늦추는 게 부담스럽다"며 "협의 결과만 못 기다린다. 공사를 하면서도 도동 구간의 설계변경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4차순환고속도로 예타시행구간'(2013.7.2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4차순환고속도로 예타시행구간'(2013.7.2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앞서 정부는 지난 1987년 국토도시계획 가운데 하나로 수성구 범물동-동구 안심-칠곡 지천-달서구 성서산업단지-상인동을 잇는 65.3km의 왕복 6-8차로 대구4차순환고속도로 건설 계획을 확정했다. 지난 2013년 사업타당성을 인정받았고 환경영향평가도 통과해 국비 5천242억원 투입이 확정됐다.

이와 관련해 도로공사는 2011년 주민들에게 "도로와 숲 간격이 520m 정도"라며 "환경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3년 뒤 최종안에는 도로와 숲의 거리가 280m로 줄었다. 주민들이 거세게 항의하자 도로공사는 문화재청에 자문을 구하겠다며 의견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문화재청도 "문제가 없다"며 공사에 동의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2003년 '측백수림보존회'가 도동측백나무숲 자생 나무수를 조사한 결과와 2013년 동구청이 조사한 결과를 비교해 "10년만에 1150여그루에서 7백여그루로 줄었다"며 "도로 건설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숲 주변에는 10년간 경부고속도로와 대구-포항 고속도로가 들어섰다. 때문에 도동 주민 1백여명은 '4차순환도로 건설반대 대책위'를 구성하고 도로공사와 대구시를 규탄했다.

이에 따라 권영진 시장은 지난해 9월 현장 시장실에서 측백나무숲을 찾아 '설계변경을 정부에 요청할 방침'이라고 주민과 약속했다. 이후 유승민(동구을) 의원도 현장을 찾아 설경변경에 힘을 실었다. 대구시는 국토교통부에 이 공사와 관련한 설계 변경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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