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1호, 대구 '측백나무숲' 지킬 첫 민관 협의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5.05.2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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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2년만에 주민·도로공사·대구시 등 7자 첫 협의...4차순환도로 '터널화' 등 설계변경 쟁점


7백여그루의 도동 측백나무숲(2014.4.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7백여그루의 도동 측백나무숲(2014.4.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천연기념물 제1호이자 대구10경 중 하나인 대구 도동 측백나무숲이 '대구외곽순환고속도로(대구4차순환로)' 건설 때문에 '훼손' 위기에 놓인 가운데, 민관이 숲을 보호하기 위한 첫 공동 협의회를 연다.

한국도로공사는 "오는 27일 오후 2시 대구 동구 불로봉무동주민센터 앞 한국도로공사 현장사무실에서 측백나무숲 훼손을 막기 위해 첫 민관 공동 갈등조정협의회를 연다"고 26일 밝혔다. 갈등 발생 2년만에 주민과 한국도로공사가 처음으로 같은 테이블에 앉게 됐다.

도로공사는 4차순환로 6공구 동구 지묘동~둔산동 4.68㎞(도동구간) 인근에 있는 측백나무숲과 관련해 주민과 2년째 마찰을 빚자 '설계변경' 등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3월 갈등조정협의회를 만들었다.

천연기념물 1호, 대구10경 중 제6경인 도동측백나무숲(2014.4.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천연기념물 1호, 대구10경 중 제6경인 도동측백나무숲(2014.4.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첫 협의회에는 '4차순환도로 건설반대 대책위원회(위원장 구교익)' 소속 도동 주민 5명과 한국도로공사 설계계획팀, 대구시 건설교통국, 대구시의회, 동구청 도시건설국, 국토교통부, 전문가 등 7자가 참여한다. 특히 이들은 기존의 4차순환로 설계안에 대한 변경 가능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후에는 대안으로 측백나무숲과 280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기존의 4차순환로 도동구간 지상 설계안을 ▷'터널화' ▷'고가 교량화' 등이 가능한지에 대해 검토한다. 첫 협의회니만큼 각자 입장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토론도 진행한다. 만약 이날 협의회에서 결론이 도출되지 않을 경우에는 다시 협의회를 열 예정이다. 이후 최종적으로 민관이 모두 합의에 이르면 합의내용을 바탕으로 도동 주민 대표 20명이 참여하는 주민협의회를 꾸려 이들을 상대로 찬반 투표를 벌일 계획이다.

그러나 주민 대표 선정 방법을 두고 주민과 도로공사는 또 갈등을 빚고 있다. 4차순환도로 건설반대 대책위는 5월초 20명을 선정해 도로공사에 명단을 보냈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5명만 대책위가 뽑고 나머지 15명은 직접 뽑겠다고 통보했다. 때문에 이들은 27일 협의회에서 주민 선정 방법도 논의한다. 

도로공사를 비판하는 도동 주민들의 플래카드(2014.4.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도로공사를 비판하는 도동 주민들의 플래카드(2014.4.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정우(58.동구 도동) 측백수림보존회장은 "주민 입장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현재 도로공사 초안대로 절대 공사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설계변경이 되지 않고 지금대로 지어지면 소음과 매연, 바람 흐름 변경 등의 영향으로 나무들이 고사한다"고 지적했다. 또 "지상도로에서 교량화하는 것도 나무에 악영향을 미쳐 대안이 될 수 없다"며 "터널화가 가장 바람직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때문에 "첫 협의회에서 도로공사와 대구시가 설계변경에 대한 방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주민들은 내렸던 플래카드를 다시 걸고 집회와 시위 등 모든 집단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26일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밝혔다.

박종협 한국도로공사 설계팀 과장은 "일단 첫 갈등조정협의회를 여는 데 이의가 있다"면서 "내일 모든 관계 당사자들이 모여 설계변경이 가능한지 논의해봐야 결과는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어떤 방식으로든 설계변경을 하면 수 백억원의 사업비가 더 든다"며 "조심히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창엽 대구시 건설교통국 도로과장은 "권영진 대구시장이 지난해 도동 주민과 만나 측백나무숲 보호를 위해 앞장 서겠다고 했다"면서 "대구시는 이를 위해 국토부에 4차순환로 설계변경을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국토부는 설계변경을 위해 예산 10억원을 확보했다"며 "기획재정부 승인이 떨어지면 용역연구가 시작된다. 대구시는 그 결과를 바탕으로 숲을 보호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고 했다. 

구관모 동구청 문화교육과 지방문화재 담당은 "4차순환로가 이대로 들어설 경우 주민들의 주장처럼 나무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어린 치수들에게 안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강대식 동구청장도 측백나무숲의 터널화에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대구4차순환고속도로 예타시행구간(2013.7.2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4차순환고속도로 예타시행구간(2013.7.2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앞서 정부는 지난 1987년 국토도시계획 가운데 하나로 수성구 범물동-동구 안심-칠곡 지천-달서구 성서산업단지-상인동을 잇는 65.3km의 왕복 6-8차로 대구4차순환고속도로 건설 계획을 확정했다. 지난 2013년 사업타당성을 인정받았고 환경영향평가도 통과해 국비 5천242억원 투입이 확정됐다.

이와 관련해 도로공사는 2011년 주민들에게 "도로와 숲 간격이 520m 정도"라며 "환경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3년 뒤 최종안에는 도로와 숲의 거리가 280m로 줄었다. 주민들이 거세게 항의하자 도로공사는 문화재청에 자문을 구하겠다며 의견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문화재청도 "문제가 없다"며 공사에 동의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2003년 '측백수림보존회'가 도동측백나무숲 자생 나무수를 조사한 결과와 2013년 동구청이 조사한 결과를 비교해 "10년만에 1150여그루에서 7백여그루로 줄었다"며 "도로 건설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숲 주변에는 10년간 경부고속도로와 대구-포항 고속도로가 들어섰다. 때문에 도동 주민 1백여명은 '4차순환도로 건설반대 대책위'를 구성하고 도로공사와 대구시를 규탄했다.

이에 따라 권영진 시장은 지난해 9월 현장 시장실에서 측백나무숲을 찾아 '설계변경을 정부에 요청할 방침'이라고 주민과 약속했다. 이후 유승민(동구을) 의원도 현장을 찾아 설경변경에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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